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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

줄리 & 줄리아 (Julie & Julia / 노라 애프런 감독, 2009)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새로운 삶을 꿈꾸게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꿈을 그저 꿈으로만 간직한 채, 두 발은 여전히 현실에 발을 내딛은채 살아간다. 세상을 살아가는 게 힘든 것은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하지만 바로 여기, 아주 사소한 선택으로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 두 사람이 있다. 바로 줄리아 차일드(메릴 스트립)과 줄리 파웰(에이미 아담스)이 그 주인공이다. 1950년대에 외교관인 남편을 따라 간 프랑스에서 줄리아 차일드는 일상의 지루함과 따분함을 견디지 못하고 무턱대고 프랑스 요리학원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50여 년의 세월이 지난 2002년, 큰 꿈을 안고 뉴욕에 왔으나 몇 년 째 말단 공무원으로 지내며 삶의 활력을 잃은 29살의 줄리 파웰은 자신의 삶에 변화를 주기 위해 줄리아 차일드가 쓴 요리책의 레시피를 따라하며 그 과정을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한다.


<줄리 & 줄리아>는 전설적인 셰프 줄리아 차일드가 프랑스에서 요리를 배우기 시작해 요리책을 쓰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나가면서 동시에 줄리아 차일드를 동경하는 줄리 파웰이 블로그를 통해 유명세를 얻기까지의 과정을 겹쳐나간다. 2시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동안 관객의 시선을 끄는 것은 시각보다도 미각과 후각을 자극하는 다양한 음식들의 요리 과정이겠지만, 영화가 끝나는 순간 관객의 가슴 속에 남는 것은 작은 선택으로 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된 두 사람의 감동적인 드라마일 것이다. 노라 애프런은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을 살면서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하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적당한 호흡으로 교차시켜 나간다. 자연스레 많은 이야기를 담다 보니 중반부에 이르러서는 그 호흡이 잠시 맥을 잃은 듯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는 자칫 산만해지거나 복잡해질 수 있는 위험을 교묘하게 피해나가며 기분 좋은 엔딩을 향해 달려간다. 영화가 끝나는 순간, 당신도 줄리아와 줄리처럼 지겨운 일상에서 벗어나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어질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이미 무언가를 시도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 메릴 스트립의 어색한 억양은 실존 인물 줄리아 차일드의 억양을 그대로 따라한 것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그녀의 특이한 억양이 묘한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줄리아 차일드의 요리 영상은 유투브에서 만날 수 있다.



- 에이미 아담스가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사랑스럽게 나온다! 너무 귀엽다. 흑ㅠ

- 영화 속 줄리 파웰이 사는 곳 뉴욕 퀸즈의 롱 아일랜드 시티. 몇 년 전 뉴욕에서 지낼 때 그 근처 서니사이드에서 지냈던 본인으로서는 영화 내내 뉴욕에서의 기억들이 겹쳐져서 참을 수가 없었다. 영화 군데군데 등장하는 7트레인이 얼마나 반갑던지. 뉴요커답게 노라 애프런 감독은 뉴욕의 풍경 또한 최대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담아냈다.

- 뉴욕도 뉴욕이지만, 줄리아 차일드가 등장하는 프랑스 장면에서의 세트는 물론이고 프랑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음악까지 정말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섬세한 느낌.

- 영화 속에서 줄리 파웰이 운영하던 실제 블로그 주소는 http://blogs.salon.com/0001399/ 이며,  그녀가 현재 운영하는 블로그 주소는 http://juliepowell.blogspot.com/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