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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리키] 가족의 균열, 화해 그리고 행복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영화가 오랜만에 개봉을 했다. 동성애, 근친 상간, 폭력, 살인 등의 다소 파격적인 소재를 다루어왔던 프랑소와 오종 감독은 언제부터인가 점차 부드럽게 변화하는 것 같다. 그래서 몇몇 사람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오종의 작품들은 마냥 평범하지만은 않다. 이번 영화 <리키>도 그렇다. <리키>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영화이지만, 마냥 아름답고 따뜻하지만은 않다. 그 이유는 바로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 때문인데, 영화는 날개가 달린 아이라는 다소 동화책적인 소재를 가지고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간다. 영화의 오프닝부터 등장하는 케이티가 흐느끼는 모습은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으면서도, 전체적인 분위기와도 무척 동떨어져있는데,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 또한 이렇다. 즉, <리키>는 따뜻하기보다는 우울하면서도, 날카로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가족 영화였다.
 
 공장에서 노동자 생활을 하면서 생계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케이티는 딸 리자와 단 둘이서 살고 있다. 그녀는 딸과 자신이 '한 팀'이라고 말하지만 그녀의 주장은 파코라는 한 남자가 나타나면서 깨지게 된다. 둘은 가까워지고, 결혼을 한다. 하지만 딸 리자는 파코의 등장 이후로 케이티에게서 점점 멀어져만 간다. 그나마 약간이라도 존재해왔던 엄마와의 유대관계는 이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곧 케이티는 파코와의 사이에서 한 남자 아이를 낳게 되고 그 아이의 이름을 리키라고 짓는다. 하지만 그들의 생활은 한 명의 아이가 태어남으로써 더더욱 어려워졌고 아이는 서로 번갈아가면서 돌보아주기로 한다. 하지만 어느날, 일을 마치고 돌아온 케이티는 리키의 등 위에 있는 멍을 보고 파코가 아이를 때렸다고 생각한 채 그를 집에서 쫓아낸다. 그리고 리자와 둘이서 리키를 키우기 시작하는데, 어느날 리키의 등에서 날개가 돋아나기 시작한다.


 아이의 등에서 날개가 돋아나기 시작한다니. 무척이나 동화적이고도 판타지적인 소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영화는 우리의 기대처럼 아름답고 환상적으로 흘러가지만은 않는다. 리키가 태어나기 전의 케이티와 리자의 관계는 파코의 등장으로 인해 깨지게 된다. 엄마는 딸인 리자를 신경쓰기보다는 자신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키가 태어나면서 이 가족은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이 가족은 이미 균열 이후에 통합된 가족이었기에 리키의 탄생은 가족의 새로운 통합을 가져다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고, 처음에는 이들의 기대가 적중했다. 아름다운 아이의 미소를 보기만 해도 저절로 행복해졌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은 점차 지쳐만 간다. 케이티는 케이티 나름대로 지쳐만 가고, 파코는 파코 나름대로 지쳐만 간다. 아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의 마음 가짐은 사라지고 만 것이다. 급기야 케이티와 파코의 이별 후, 케이티는 혼자만의 힘으로 아이를 둘 씩이나 키워야 한다. 하지만 노동자 계급의 위치에서 아이를 두 명이나 키우는 일은 케이티에게 너무나도 벅찬 일이었다. 그래서 아이가 커가는 모습은 자연스레 리자의 몫이 되고 만다. 
 
 하지만 이 가족은 아이가 자라면서 또 다른 변화를 맞게 된다. 그 변화는 바로 리키의 날개로부터 비롯된 변화다. 리키는 평범한 아이가 아닌 날개를 가진 아이였던 것이다. 이러한 '날개'라는 소재는 이 가족에게 또 다른 변화를 제공함과 동시에 리키의 날개는 점점 자라나지만, 리키에게는 '자유'가 주어지지 않는다. 리키의 자유는 날개를 펼치고 날아다니는 것이었지만, 케이티는 마냥 아이를 보호하면서 아이가 날지 못하게 막는다. 하지만 케이티는 이전의 케이티와는 몹시 다르다. 그녀의 억압은 바로 리키를 보호하고자 하는 모성애로부터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리키의 날개로 인해서 케이티는 이전에 없었던 '모성애'라는 감정을 가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딸 리자는 리키의 날개가 자라나는 동안에도 변화하지 않는다. 하지만 리자는 파코가 돌아오게 되면서 변화하게 된다. 리키가 날개를 가진 아이라는 것이 밝혀지게 되면서 매스컴이 등장하는데, 그 방송을 보고 파코가 집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케이티는 파코와의 재결합으로 인해 양육의 고됨을 나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파코는 이전의 파코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케이티의 딸인 리자와 점차 가까워지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이 가족은 리키의 탄생 이후로 깨지게 되고, 리키의 성장으로 인해서 다시 재결합해간다. 하지만 곧 케이티의 가족에게 가장 큰 불행이 찾아오게 된다. 양육비를 위해서 나가게 된 방송으로 인해서 리키를 하늘로 날려버리게 된 것이다. 아이를 잃은 케이티는 좌절하고 무척이나 힘들어한다. 다른 가족 구성원들은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함께 괴로워하지만 정작 그녀의 고독과 슬픔을 풀어주는 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케이티가 받는 고통은 아이의 엄마라는 데서 비롯된 모성애로부터 생겨난 고통이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파코와 리자는 점차 가까워진다. 초반부의 리자가 마냥 파코를 이방인으로 취급하던 것과는 달리, 그 둘은 점차 변화되는 관계를 보이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얼핏 보이는 파코와 리자의 아침 식사가 그를 증명해준다. 스크램블 에그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맛있게 먹는 리자의 모습은 무엇보다도 이 가족에서 겉돌던 이전의 리자와 확연히 다르다. 이제는 가족의 완연한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사랑을 받게 되는 셈이다. 그리고 케이티는 리키를 잃어버린 호숫가에서 리키를 보게 된다. 하지만 리키는 가족의 곁으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케이티는 그를 통해서 가족의 소중함이라는 감정을 깨닫게 된다. 결국 리키의 실종 또한 이 가족에게 가장 큰 변화를 주게 되는 것이다.

리키가 사라진 세상 속에서 이들 셋은 삶을 꾸려나가야만 한다. 리키는 이들 곁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이들 모두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그 세상을 메꾸어나가는 것은 바로 이들 자신의 몫이라는 것 또한 이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영화의 엔딩은 슬프면서도 따뜻하다. 결국 리키가 날아가버렸더라도, 가족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고 행복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또한 그렇다. 케이티는 또 다른 아이를 임신을 한다. 하지만 이들의 분위기는 리키를 임신했을 때의 분위기와 몹시 다르다. 가족은 리키를 통해서 많은 감정을 습득하게 되고,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 또한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리키는 하늘에서 잠시 내려온 진짜 천사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