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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인 디 에어] 구름 속에서 찾는 목적지



 누구나 인생을 살아오면서 자신만의 '목표'를 가지며 그걸 이룩하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 물론 그 목표들은 '대학 합격, 취업, 결혼' 등의 거창한 목표가 될 수도 있고, '시험 통과, 다이어트' 등의 소소한 목표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나 또한 나만의 목표가 있고, 나의 목표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소소한 목록'에 가깝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목표의 범위 혹은 크기가 작든지 크던지간에 그 목표를 세운 본인이라면, 그 목표 자체가 중요할 수도 있는 법이고 이러한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만의 목표달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하고 성취 결과에 따라서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왜 이렇게 사람들은 자신들의 목표 달성에 목을 맬까? 그 이유는 바로 목표란 일종의 '삶의 지표'이기 때문이다. 한 번 목표를 세우면, 그 결과는 '실패'와 '성공'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그 목표를 얼마나 빨리 ,혹은 효과적으로 달성하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는 또 다시 세분화되기도 한다. 이렇게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만가지의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위해서 노력하고 노력해왔다. 하지만 마냥 우리의 삶 속에서 목표 설정 및 달성 만이 중요한 것일까?  '목표'라는 일종의 목표 사이에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방황한 채, 진정한 삶의 의미를 잃어왔던 것은 아닐지 생각하곤 한다.

 엘렌 페이지가 임신한 십대 여고생으로 등장했던 영화 <주노>의 감독 제이슨 라이트먼의 신작 <업 인 더 에어>는 자신만의 목표 달성을 위해 살아가던 한 남자가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된 후 인간 관계, 혹은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의 주인공 라이언 빙햄의 직업은 바로 '해고 전문가'다. 해고 전문가란 바로 사람들에게 당신이 해고가 되었음을 알려주는 직업이고, 라이언은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는 편이다. 비록 그가 1년동안 322일을 비행기를 타며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지만 말이다. 그에게 집, 즉 '정착할 곳'이란 그저 43일 머무르는 곳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당연히 그는 자신의 직업 덕분에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비행기 속에서 보낸다. 다른사람들과 달리 그는 '비행기'속이 차라리 집보다 편하다고 생각을 한다. 이렇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그의 모습을 반영하듯이, 라이언의 인생 목표는 바로 '천만 마일리지 달성 및 플래티넘 카드 얻기'다. 다른 때에 필요한 비행기 티켓을 끊기 위해서 모으는 마일리지를 그저 모으는 데에 그치다니,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라이언의 목표란 우스꽝 스럽기 그지 없는 것이다.

 물론 겉으로 보기에는 라이언의 인생은 다소 화려하게 비춰지기도 한다. 그는 힐튼 호텔에서도 VIP 회원이며, 세계 방방 곳곳을 다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연히 그의 인생에는 무언가 빠진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사람들과의 인관관계'인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라이언에게 인관 관계의 중요함에 대해서 말해주고 싶은지, 그와 같은 생활을 살아가는 한 여인 알렉스를 등장시키고 둘은 몇 번의 만남을 통해 사랑에 빠지게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쯤 되면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 그리고 영화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쉽게 예상된다. 외롭고 홀로 다니는 것을 즐기던 라이언이 사람들을 만남으로써 자신의 새로운 목표와 삶의 의미를 터득하게 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라이언은 이제 더 이상 자신의 떠도는 삶 보다는 알렉스를 선택함으로써 안정된 삶을 꿈꾸고자 한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그렇게 쉽게 예상되는 이야기만을 읊지 않으면서, 라이언에게 잔인할 수도 있는 결말을 보여준다. 우리의 인생이 마냥 해피엔딩이 아닌 것처럼, 라이언의 인생 또한 해피 엔딩으로 끝나지 않는 것이다. 물론 그에게 인간 관계라는 것을 알게해주었다는 점에서 이런 결말이 마냥 씁슬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이렇게 <인 디 에어>는 표면적으로는 홀로 쓸쓸히 살아가던 라이언이라는 한 남자가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면서 바뀌는 변화를 그려내지만, 막상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그 뿐만이 아니다. 라이언이 일하는 회사에는 '나탈리'라는 신입 사원이 입사를 하게 된다. 그녀는 코넬 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소위 말하는 '우수한 인재'다.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졸업해 사회로 뛰어들게 되는 사회 초년생이지만 말이다. 물론 그녀는 우수한 인재 답게 회사로서는 '비용 절감'이라는 아주 탁월한 효과를 거두는 시스템을 개발해낸다. 기업의 가장 큰 목표는 바로 '이윤 창출 혹은 적은 비용으로 우수한 효과를 거두는 것'에 있지 않는가. 그래서 자본주의사회 시스템에 입각해 있는 대로 나탈리의 아이디어는 큰 효과를 거두는 듯 했다. 그녀는 '아날로그적'인 라이언에게 맞서는 '디지털 세대'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 또한 자신이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을 주었던 '디지털' 때문에 사회를 깨닫게 된다. 그녀가 애인에게 받은 이별 통보는 바로 '문자 메세지'를 통해서 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라이언과 알렉스를 만나면서 사회를 깨닫게 된다. 아무리 사회가 발전했던라도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영화 속에서 가장 흥미로운 장면 또한 라이언, 알렉스, 나탈리가 한 공간에 있는 그 장면이다. 이것은 바로 디지털 세대와 아날로그 세대의 만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회는 점차 발전하면서 자본주의 사회로 변화해갔다.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뭐니뭐니해도 디지털일 것이다. 그렇게 사회가 변화되면서 개인주의는 점차 커져만 갔고, 사람들은 점차 사람들과의 소통을 소흘리 하기 시작했다. 기계가 Face-to-face를 대체하는 세대가 도래한 것이다. 사람들은 만남을 가지기 보다는 메신저와 문자 메세지로 서로의 생각을 전달하기 시작했고 그 방법이 이전의 의사 소통 방법보다 편하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아날로그적인 모습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그 속에서도 배울 것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바로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만남 아닐까. 결국 아날로그를 대표하는 라이언도, 디지털을 대표하는 나탈리도 서로의 의견 충돌 끝에 아름다운 화해 또는 깨달음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인 디 에어>는 라이언이 공항에서 비행기 이륙-착륙 시간표를 보는 결말을 맞이한다. 라이언은 그 이정표를 보면서 자신만의 목적지를 찾게 되는 것이다. 라이언이 새롭게 세운 그의 목표는 분명히 이전에 그가 가지고 있었던 '마일리지 모으기'보다 좀 더 인간적일 것이다. 그는 이전의 모습과 다르기 때문이다. 비록 알렉스와의 만남에서 실패를 겪었을 지라도, 영화 속에서 실업을 당한 사람들이 그 속에서도 밝은 미래라는 목표를 가진채 새롭게 일어서는 모습처럼 라이언 또한 이전보다 더 나은 삶을 겪게 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이것은 마냥 라이언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라이언이라는 캐릭터는 우리들의 또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우리들 또한 이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더 나은 삶을 위해서 목표를 수정하고 발버둥 치고 있지 않는가. 물론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쉬지 않고 노력하는 것 또한 몹시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가끔은 주변 사람들을 살펴보는 것 또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인간 관계란 일종의 환기구인 동시에 또 다른 해결책을 제시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안 좋은 결말을 제시하든, 좋은 결말을 제시하든 우리들에게 있어서 필요한 것이라는 것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