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인형'. 소리의 울림이 좋은 단어다. 영화 포스터엔 파스텔 톤의 배경에 메이드 복장을 한 배두나가 서있다. 살짝 기대가 된다. 아무런 영화 내용에 대한 정보 없이 영화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또 다른 '린다 린다 린다'를 기대하면서.
공기인형 '노조미'는 성 욕구를 풀어주는 대용품이다. 좋게 말해 공기인형이지 흔히 말하는 섹스돌(Sex doll)이다. 어느날 노조미는 사람의 마음을 얻게 되고 움직이게 된다. 살아 움직이는 인형이 된 것이다. 어린 아이처럼 세상을 배워 나가는 노조미는 비디오 대여 가게에서 준이치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비디오 대여 가게에서 일하게 되는 노조미. 영화는 노조미와 노조미 주변의 현대인을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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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엔 유독 외로운 현대인들이 많이 나온다. 아니, 외로운 현대인들'만' 나온다. 늙어가는 것이 두려운 여자. 부모님의 사과농사가 싫어 도시로 올라와 히키코모리가 된 청년. 미소녀 피규어를 통해 혼자서 위안을 삼는 청년. 늘 혼자서 쓸쓸한 햇살을 받으며 밥을 먹는 남자. 혼자는 아니지만 엄마가 없어 외로운 어린 소녀. 늙은 나이에 혼자서 산소통을 끌고 다니며 벤치에서 볕바라기를 하는 백발의 할아버지. 그리고 천체를 좋아하고 전 여자와의 관계가 끝난 후 인형에서 대리 만족을 느끼는 남자. 감독은 노조미를 제외한 모든 등장인물에게 이같이 외로움을 쥐어주고 차가운 공기인형 노조미에겐 따뜻한 인간 마음을 불어 넣어줬다. 그리고 관찰한다. 외로운 현대인들 사이에 마음 따뜻한 공기인형이 살아가는 모습은 어떨까.
내가 잠든 사이 인형이 살아 움직인다는 이야기는 공포 이야기에도 많이 사용되어 왔고 '토이 스토리' 같은 만화영화에도 종종 쓰여 온 이야기다. 피노키오도 사람의 마음을 가졌던 인형이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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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혼자서 채울 수 없도록 만들어졌다.
이 한 문장이 감독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노조미는 공기 펌프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 준이치의 숨결로 채워질 수 있음을 알고 공기 펌프를 버린다. 준이치로 인해 가득 채워짐을 알게 된 노조미는 자신도 준이치를 채워주고 싶다는 생각에 사고를 저지른다. 누구를 욕할 수 없는 사고. 마음에 썩 들지 않는 사고이긴 하지만 이를 통해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의사소통도 제대로 할 수 없는 현실을 볼 수 있다.
마지막 노조미의 의식이 흐려지며 꿈꾸는 장면은 에반게리온 TV판의 마지막 박수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다. 케익에 불을 붙이고 모두가 들어와 박수를 치고 '생일 축하해'를 이야기 한다. 생명을 가진 후 만났던 모든 이들이 축하해 주는 생일 파티. 북받쳐 오르는 감정에 눈물을 흘리고 웃으며 노조미는 촛불을 불어 끈다. 그녀의 입김은 민들레 홀씨를 날리게 되고 홀씨는 이곳저곳으로 날아간다. 그렇게 노조미의 따뜻한 입김은 모든 외로운 현대인에게 닿게 된다. 그녀의 입김을 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채워주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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