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일요일'은 일요일 날 만나 데이트를 하는 가난한 두 연인의 하룻날을 통해 일본 전후 시대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화는 일요일 아침 데이트를 하기 위해 만난 두 연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차에서 내린 마사코는 밝은 모습으로 유조를 만나지만 그는 자신의 현재 처지에 대해 절망과 체념으로 가득차 있다. 담배를 피고 싶어 거리에 떨어진 꽁초를 애타게 바라보고 데이트 비용도 없는 빈털털이 신세이기 때문이다. 마사코는 자신의 돈을 합쳐 35엔으로 일요일을 멋지게 보내자고 설득하지만 유조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마사코의 뒤를 따라다닌다. 이런 두 사람의 대조적인 성격은 주택 모델을 구경하는 모습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마사코는 웃음을 띄면서 마치 손님을 맞이들이는 행동을 취하지만 유조는 그런 마사코의 행동을 꿈에 젖어 있다고 비난한다. 꿈을 통해 현실의 비참함을 극복하려는 마사코와 현실 속에서 아등바등 살기 위해 공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유조의 모습은 데이트의 과정에서 점점 균열을 일으킨다.
유조는 정직하게 일을 한다고 해서 비참한 환경에서 쉽게 벗아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형편없는 전셋방 하나를 구하는 데에도 자신의 월급을 대부분 희생해야 하는 것처럼 그의 상황은 긍정적이지 못하다. 자신의 경제적 처지에 대한 자괴감은 마사코의 낡은 신발을 바라보는 그의 눈길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반면 자신보다 열등했던 전우가 카바레 운영을 통해 잘 나가는 지배인이 된 점은 그에게 컴플렉스로 작용한다. 카바레를 구경하고 싶다는 마사코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카바레에 들어간 유조는 직원들에게 모멸감과 비웃음만 얻게 된다. 거울에 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유조의 모습은 비참한 처지에 대한 자괴감을 느낄 수 있다. 유조의 상대적 박탈감은 연주회장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정당하게 저가의 표를 사고 싶어도 표를 매점한 암표상에게 비싼 값에 지불해야 하는 부당한 모습을 목격한 유조는 결국 폭발하고 만다.
영화는 '비'라는 자연 환경적 요소를 통해 인물들의 심리적 갈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데이트를 망친 유조는 자신의 하숙집으로 돌아와 의기소침한 상태로 주저앉는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유조를 위로하는 마사코의 선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유조는 그녀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오히려 유조는 마사코의 의사를 무시하고 육체적인 관계를 요구한다. 방문을 나서는 마사코를 외면한 유조는 잠을 청하지만 곧 의기소침한 상태로 되돌아온다.
이 때 영화는 건너편 가게의 확성기를 통해 음악을 흐르게 하면서 전환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리고 클로즈업 쇼트로 마사코가 두고 온 가방과 그 속에 있던 조그만 개 인형을 비춘다. 마사코의 선한 마음을 상징하는 듯한 물체는 유조의 마음을 되돌리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마사코의 진심을 깨달은 유조는 그녀를 다시 붙잡아 극적인 화해를 한다. 이 때 심리적 갈등의 요소였던 비가 그침으로써 두 사람은 하룻동안 겪은 우울한 감정을 걷어내고 다시 멋진 하루를 만들기 위해 데이트를 한다.
날이 저물어가는 일요일, 두 사람은 커피숍에서 화해어린 대화를 나눈다. 하지만 계산서를 본 두 사람은 지불할 금액이 예산을 초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계산서가 자신들이 생각한 금액보다 많이 나온 이유가 눈속임으로 바가지를 씌운 것임을 알게 된 유조는 비록 가난하지만 자존심있는 태도로 가게를 나온다.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은 전쟁 후 폐허가 된 공간에서 서로 꿈꾸던 빵집 '하이신스'를 다시 떠올리며 잊혀진 꿈에 대한 희망을 다시 불어넣는다. 특히 유조는 영화의 전반부 내내 삶의 어려움에 치여 다소 부정적이고 현실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찻집에서의 일을 계기로 스스로 긍정적인 꿈을 드러내어 마사코에게 기운을 북돋아준다. 폐허 속에서 두 연인이 상상하는 가게를 재현하는 장면은 낯간지러운 면이 없지 않지만 가난하지만 삶에 대한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의 밝은 모습을 인상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보름달이 뜬 밤에 그네를 타던 유조는 마사코를 데리고 아무도 없는 공연장을 찾아간다. 그 곳에서 유조는 마사코를 위해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겠다면서 무대에 홀로 나선다. 폐허 속에서 미래를 상상한 것처럼 공연장에서도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고 상상함으로써 현실을 이겨내려는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비'가 그들의 데이트를 방해했다면 이번엔 '바람'이란 요소가 유조의 꿈을 방해한다. 자신있게 무대에 나와 오케스트라를 지휘해보려 하지만 바람이 불어오면서 유조의 상상은 다시 무기력한 현실로 되돌아온다. 마사코의 응원에 다시 힘입어 지휘를 시도하지만 역시 계속되는 바람의 방해는 유조를 다시 부정적인 현실로 되돌려보낸다.
영화는 독특한 방식으로 현실에 좌절하는 두 연인에게 기운을 불어넣는다. 영화는 클로즈업 쇼트로 마사코의 얼굴을 정면으로 담아내고 있는데, 마사코가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박수를 호소함으로써 자신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줄 것을 촉구한다. 관객에게 무엇인가를 호소하는 구성은 요즘 영화에서 볼 수 없는 방식이어서 조금은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낯간지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영화에 몰입한 관객들에게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관객들이 영화 속의 인물들과 같은 심정적 공감을 유도하는 효과를 주는 것 같았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서 많은 관객 분들이 마사코의 요청에 응하듯 박수를 쳤는데, 이런 모습이 바로 영화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마사코의 요청에 응하듯 영화는 상상이 현실로 실현되는 순간을 연주회 장면을 통해 감동적으로 전달한다. 바람이 부는 고요한 연주회장에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유조와 마사코는 아무 것도 없는 연주회장에서 그들만의 콘서트가 실현되었다는 기쁨으로 상상을 받아들인다. 모든 데이트가 끝나고 전차를 기다리면서 두 사람은 아쉬운 이별을 나누고 새로운 일요일 날을 기약한다. 마사코와 작별한 후 유조는 자신 앞에 놓인 담배꽁초 앞에서 멈칫하지만 마사코를 생각하면서 담배 꽁초의 유혹을 이겨낸다. 전반부와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행동을 취하는 유조의 모습을 통해 영화는 긍정적이고 희망이 넘치는 엔딩으로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