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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Just about love>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게 답인거야...

불주사를 맞아야 하는 6학년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아픈 주사를 이미 맞은 사람들이고, 수능 시험 D-day를 계산하는 고3들에게 선배들은 두려움과 떨림을 이겨낸 무리들이다. 입대 날짜를 받아논 20대 청년들에게 '형'들은 제대라는 것을 한 슈퍼맨이고, 취업을 해야 하는 이들에게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이미 직장을 가진 행운아들이다. 결혼을 해야하는 솔로들에게 커플들은 부럽기만 한 종족들이고, 출산일을 코 앞에 둔 산모에게 아줌마들은 대단한 '언니'들이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세상을 본다. 그 상황이라는 것이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들도 있지만 몇 가지는 살면서 누구나 겪어야 하는 것들이다. 남자들에게는 군대가 그렇고 여자들에게는 출산이 그렇다. 취업도, 결혼도 다르지 않다. 누구나 그 앞에 서게 되고 또 누구나 과정을 넘게 되지만 막상 앞에 섰을 때 두렵고 떨린 것 역시 '누구나'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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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 앞에 다가선 '그것'은 무엇일까? 롤라 드와이옹의 장편 데뷔작 <Just about love>가 환유하듯 아마 '사랑 그 자체'일 것이다. 프랑스의 한 고등학교 졸업반의 5명 친구들인 엘로디, 줄리, 뱅상, 니코, 알렉스. 이들의 눈에 어른들은 이미 사랑을 한 사람들 혹은 이미 섹스를 경험한 사람들일 뿐이다. 학교에서 마련한 취업 훈련에 참가하지만 마음은 모두 콩밭에 가 있는 이유다. 아직 여자보다 게임이 더 좋은 알렉스를 제외한 4명에게 당면목표는 졸업 전에 '동정떼기'!! 성격도 취향도 다른 이들이 유일하게 통하는 부분이다.

엘로디 무리에게 섹스가 호기심의 제1 대상이자 어른이 되기 위한 필수의 과정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그들이 육체적으로 섹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만큼 정신적으로 '사랑'에 대한 호기심도 자연스럽게 성장한다. 이들이 겪는 혼란은 섹스와 사랑을 구분할 지, 말아야 할 지에서부터 시작한다. 짝사랑하는 선배와 첫날밤을 꿈꾸면서도 베스트 프렌드 뱅상이 줄리와 엉겹결에 섹스를 한 것이 셈이나 니코를 꼬득이는 엘로디, 그런 그녀가 못마땅 해 엘로디의 첫사랑에게 다가가는 줄리, 그리고 우정에서 부지불식간에 사랑을 변해버린 자신에 어쩔줄 모르는 뱅상까지. 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절대 풀지 못하는 숙제라는 것을 알지 알지 못한 채 우정까지 끼어든 섹스-우정-사랑의 지독한 삼각함수에 괴로워한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이들도 나름의 답을 찾아간다. 그 답이 옳은지 그른지 또 다른 고민에 허덕이기도 하지만  자신에게 있어 '정답'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고민하고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고민들 속에서 아이들은 철저히 '섬'으로 존재한다. 쉽게 다가가 고민을 얘기할 수 있는 어른 한 명 근처에 없다. 이 영화에서 어른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간혹 등장하는 선생님은 고루하고 무기력하기만 하다. 아이들의 부모들은 목소리만 들릴 뿐 한번도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아이들은 자신의 섬 안에서 답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성장이라고 부른다. 감독은 성장통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애정어린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금 너희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답"이라는 따뜻한 마음을 담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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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휴 레인보우의 보라색 <로맨스>에 이어 초록색 <저스트 어바웃 러브>를 봤다. 에릭 로메르의 <로맨스>도 사랑이야기였는데 <저스트 어바웃 러브> 역시 사랑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세상 달관한 노장과 멋모르는 신예 감독이라는 것. 그래서인지 롤라 드와이옹의 영화는 거칠지만 새로운 맛이 느껴진다. 카드린 브레야를 처음 만났을 때의 충격은 아니지만 프랑스 10대 아이들의 사랑과 섹스, 우정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이 건조한 프랑스 영화와는 다르게 느껴진다.(아버지가 <콜리야>를 만든 감독이라는 데 마음씨도 유전인가 보다.) 전문배우가 아닌 아이들을 직접 캐스팅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로 아이들을 영화 속에서 '놀게'한 감독의 솜씨가 한 동안 관심을 두게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