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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홀리 마운틴 (La Montana Sagrada, 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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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큐브에서 상영하는 <오,컬트! 호러코스터> 상영작 중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의 '홀리 마운틴'을 감상했다. 작년에 개봉했을 때만 하더라도 엽기적인 장면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일부러 보지 않았던 영화였는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는 몰라도 이번 기회에 스크린으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영화를 보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뒤늦게 본 작품이지만 정말 여러가지 면에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엽기적인 장면들, 이를테면 남성의 성기를 거세하는 장면이나 눈에서 눈알을 뽑는 장면 등 지금 시점에서 봐도 거북스러운 장면들이 많아서 보는 내내 고역이 있었지만 영화 속에 묘사된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이러한 단점들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었다. 또한 소문대로 난해한 내용들로 이루어진 영화여서 스토리를 이해하기에도 벅찼지만, 영화 속에 묘사된 풍경들이 몇 일 전에 본 세르지오 레오네의 '석양의 갱들' 속에 묘사된 멕시코의 모습과 많이 오버랩되어서 보는 내내 흥미로웠다.

영화는 얼굴에 파리 떼가 달라붙은 체로 누워 있던 한 남자가 팔다리가 없는 난쟁이의 도움으로 깨어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외모가 마치 예수 그리스도를 연상시키는 남자가 난쟁이와 함께 현대의 멕시코에 있는 도시를 둘러보는 에피소드를 통해 군세력과 독재자에게 지배당하고 있는 멕시코의 모습을 컬트적 이미지로 보여준다. 해부한 개들을 매달아 놓은 십자가들을 들고 행진하는 군인들과 X마크가 입에 표시된 사람들을 총으로 쏴 죽이는 모습들을 통해 시민들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군부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표현하는데, 죽은 시민들의 시체 속에서 새들이 나와 날라가는 모습을 통해 죽음을 새의 형상으로 상징화 하여 자유로운 영혼을 표현하고자 않았나 생각한다. 군인들의 잔인한 학살행위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촬영하면서 웃어대는 관광객들과 군인과 놀아나는 천박한 여인을 통해 인간들의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한편 영화는 남자가 교회 주변을 서성거리면서 발생하는 에피소드들을 통해 교회의 모습을 비판하고 있는데, 마치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를 끄는 모습을 흉내내는 남자의 모습을 찍어대면서 낄낄거리는 인간들의 모습과 교회에서 그리스도 상을 자신의 애인처럼 껴안고 누워있는 교황 복장을 한 남자의 모습을 통해 교회의 타락한 종교적 행태을 조롱한다. 하지만 초반부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서커스 씬이다. 아즈텍 문명을 연상시키는 건물들의 모형에 원주민 복장을 입혀 놓은 이구아나같은 도마뱀 류의 생물들을 놓더니, 스페인 모형배가 건물 모형에 다가오면서 스페인 갑옷복장과 신부 복장을 한 두꺼비들을 잔뜩 풀어 놓는다. 영화는 가톨릭 신부 복장을 한 개구리를 클로즈업으로 줌인한 후 건물들을 향해 올라가는 스페인 갑옷 복장을 한 두꺼비들을 보여주는데, 이후 모형은 피로 물들게 되고 폭발이 일어나면서 모형이 폐허가 되어 버리는 모습을 통해 스페인 침략자들에게 잔인하게 학살당한 아즈텍 문명의 원주민들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표현한다.

이후 영화는 높이 솟아있는 건물을 보여주고 있는데, 낚시대 사이로 황금을 내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 남자가 건물을 향해 올라가면서 영화의 배경은 현대의 멕시코에서 기묘한 종교적 공간으로 바뀌게 된다. 둥근 홀로 이어진 구멍과 마치 지구의 핵을 표현한 듯한 반원들의 확장된 배경, 그리고 무지개 색깔로 구성된 벽들로 표현된 시각적 이미지는 보는 이로 하여금 압도하게 만든다. 주인공인 남자 앞에 앉아 있는 연금술사는 남자와 결투 후 황금을 갖고 싶냐는 질문을 던진다. 재물에 욕심을 가진 남자는 그에게 응답을 하고 연금술사는 똥을 금으로 변화 시킨 후 그에게 전해준다. 연금술사는 금을 만들고 싶어하는 남자에게 인간성을 부여하기 위해 종교적인 의식을 치르는데, 위에서 아래로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을 통해 특이한 종교적 의식을 인상적으로 표현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타로 카드 그림들이 놓여져 있는 배경이 이러한 종교의식을 진지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연금술사 역을 맡은 알레한드로 조르도프스키 감독이 인상적으로 연기한 덕이 크다. 도사 같은 범상치 않은 겉모습으로 주인공을 압도하더니 그에게 진리를 하나씩 부여하는 모습은 제법 그럴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금술사는 주인공인 남자와 여정을 함께 할 7명의 사람의 모형을 하나씩 보여주면서 그들을 소개하는데, 특이한 것은 그들이 태양계의 행성을 상징한다는 점이라는 점이다. 또한 그들의 출신도 특이한데 7명의 남녀들이 다름아닌 현대의 자본가와 군수업자, 정치가, 예술가 그리고 경찰청장 등이라는 점이다. 7명의 사람들을 하나씩 소개하는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엽기적인 컬트적 이미지들로 구성되어 있어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몇몇 인물들의 에피소드들은 멕시코의 자본가와 정치인 그리고 군인의 모습을 블랙 코미디의 형식으로 조롱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아이들의 장난감 총을 만드는 일을 담당한다는 여자의 에피소드는 미디어를 통해 적의를 심어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페루를 공격 대상으로 삼기 위해 페루 모형의 장난감을 만들어 페루인들에 대한 혐오감을 심어주고 미국의 히어로 북을 연상시키는 만화책 제목에 '페루 악당을 물리쳐라'라는 내용을 삽입해 아이들이 성장한 후 곧바로 페루에 대한 적의감을 나타내도록 한다는 여자의 나레이션은 현대의 사람들도 몸서리칠 만큼 끔찍한 충격과 공포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대통령의 재정을 담당한다는 남자는 여자와 히히덕 거리며 놀다가 보고서를 작성해와 재정 흑자가 되기 위해선 400만 명의 사람들이 죽어야 한다고 말하자, 대통령이 곳곳에 가스를 풀어 살상하라고 명령하는 모습은 황당하면서도 끔찍하다.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경찰청장을 맡고 있다는 남자의 에피소드인데, 아이들을 거세시켜 자신의 수하로 만든 다음 아이들을 이용해 마르크스와 비슷하게 생긴 남자의 사진을 들고 행진하는 사람들을 진압하는 모습이 충격적이었다. 피를 연상시키는 빨강색 물감으로 사람들을 피로 물들인 후 살해당한 사람들의 배에서 토마토 같은 것을 꺼낸 후 밟아 짓이기는 모습은 마치 내장을 꺼내 사람들을 죽이는 군인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컬트적 이미지들을 통해 표현된 군부의 모습은 '석양의 갱들'에서 낮은 지대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총살형을 감행하는 군인들의 모습보다도 끔찍하고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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