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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누들 (Noodle,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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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은 이스라엘의 한 가정에서 일하던 중국인 가정부가 사라지면서 남은 중국인 아이와 스튜디어스 일을 하는 이스라엘 여인의 만남을 그린 영화이다. 1시간 이후에 돌아오겠다는 가정부가 하루가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중국인 아이는 본의 아니게 어머니의 고용주가 사는 집에서 살게 된다. 달라도 너무 다른 이스라엘 여인과 중국인 아이의 만남은 처음에는 어색함의 연속이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 미리는 소년의 말이 무엇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해 답답함을 느낀다. 아이는 아이대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에 겁없이 집을 나와 애타게 어머니를 찾는다. 서로 어색하기만 하던 여인과 아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놓기 시작한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점점 서로에 대한 호감을 얻고 자신의 인생을 구원받는 과정을 그리는 영화들처럼 '누들'도 익숙한 구성을 취하고 있지만 영화는 어머니를 찾는 소년의 애타는 감정을 인상적으로 보여주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인물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예를 들어 좀 있으면 온다는 어머니를 기다리기 위해 한나절 동안 말없이 소파에 앉아 기다리는 아이의 모습은 초조함을 불러 일으키며, 자신이 살았던 공동주택의 이름을 중국어로 애타게 부르면서 말이 통하지 않는 미리와 길라에게 호소하는 어린 아이의 모습은 거짓된 연기가 아닌 마치 실제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여기에 더해 영화는 이민국 에피소드를 통해 이주 노동자에 대해 강경한 이스라엘 이민국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현실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미리와 길라 자매는 아이의 어머니를 찾기 위해 이민국을 찾아가지만, 이민국의 관리는 불법체류자로 붙잡힌 누들의 어머니에 대한 냉정한 시선을 보여준다. 아이가 있다는 중국인 여인의 애절한 사연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말은 들어보지 않은 체 여인이 거짓말 한다고 생각하고 그녀를 강제출국 시켰다는 이민국 관리의 말은 불법체류자에 대해 냉혹한 이스라엘의 현실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미리와 누들의 모습을 통해 서로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배우고 나누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지만, 미리와 길라 자매가 누들이라는 중국인 아이를 어머니에게 찾아주는 과정 속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통해 자신의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여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미리와 길라는 피를 나눈 자매 사이이지만 만나는 순간마다 티격태격한다. 길라는 미리를 보자마자 특유의 독설을 내뱉으면서 미리의 속을 긁어놓는다. 미리 역시 길라의 독설을 그대로 맞받아치면서 화를 내고 싸운다. 자신의 남편과 헤이지기 일보 직전인 길라는 남편과 속을 터놓고 대화하는 미리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에 대한 의심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이런 길라의 알 수 없는 마음은 누들을 찾는 과정에서 미리가 옛 이웃인 마티라는 남자를 만나면서 조금씩 드러난다.


ps. 이스라엘 영화들을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최근에 본 영화 두 편 속에는 이스라엘 내에 있는 아시아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모스 지타이 감독의 '에이릴라'의 초반부에서 아버지는 아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기 위해 중국인 인부들과 일당을 흥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젤리피쉬'에서는 필리핀 가사 도우미(?)를 통해 타민족에 대해 배타적인 이스라엘 속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여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처럼 최근 이스라엘 영화에서 아시아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스라엘 내에서 이주 노동자들과 관련된 문제가 대두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 내에서 아시아인들이 증가하고 있는 현상은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 세계와 대립하며 유태인이라는 유일 민족으로 국가를 지켜오던 이스라엘 사회의 변화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이제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다른 민족들을 포용해야 할 기로에 와 있다고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