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개선문의 정면을 고정된 쇼트로 담아낸 다음 정면을 향해 전진하는 한 부대의 모습을 롱테이크로 보여주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군대의 행진처럼 보이던 병사들이 카메라를 향해 다가오면서 그들이 독일군임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초반 인트로 장면에서 보여지듯이 '그림자 군단'은 바로 독일군에 의해 프랑스가 점령된 40년대의 우울한 풍경을 담아낸 영화이다. 영화의 암울한 성격을 반영하듯 비내리는 어두운 날 교도소로 한 남자를 호송하는 차가 등장한다. 교도소장의 나레이션을 통해 영화는 필립 제르비에라는 남자가 겉보기에는 침착하고 냉정한 엘리트처럼 보이지만 비밀 조직인 레지스탕스의 일원일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이후 영화는 수용소에 갇히게 된 필립 제르비에의 내면을 나레이션을 통해 전달함으로써 그의 심정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붙잡힌 수용소의 풍경과 그들을 바라보는 필립 제르비에의 냉정하고 침착한 표정은 영화의 삭막한 분위기를 인상적으로 표현한다.
초반 수용소 장면에서 필립 제르비에라는 인물의 성격과 내면을 전달한 후 영화는 수옹소를 극적으로 탈출한 필립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전개한다. 잠시 경계가 느슨한 틈을 타 독일군 기지에서 간신히 탈출한 필립이 독일군의 추격을 피하는 장면은 생각치 못한 긴박감을 조성한다. 숨이 차도록 뛰어다닌 후 필립은 독일군을 피하기 위해 이발소에 들어간다. 이발소에 들어간 핑계로 이발사에게 면도를 부탁한 필립은 자리에 앉아 이발 준비를 한다. 이발사가 면도를 하는 사이 필립은 벽면에 붙인 페텡 원수의 말이 적힌 찌라시를 보고 이발사가 페텡 지지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지만 무뚝뚝한 이발사는 끝까지 잔돈을 챙겨주겠다면서 그를 잡아둔다. 이발사가 잔돈을 가지러 간 사이 필립이 코트를 챙기고 나가려는 순간 이발사가 소리없이 나타나 그에게 잔돈과 그가 입을 다른 코트를 쥐어준다. 묵묵한 표정으로 코트를 넘기는 이발사와 그의 진심을 파악한 필립이 서둘러 그가 준 코트로 갈아입고 그에게 감사의 인사조차 제대로 나누지 못한체 문을 나서는 장면은 따뜻한 인간애의 감정이 느껴진다.
독일군에게서 벗어난 필립 제르비에는 자신의 레지스탕스 조직을 이용해 그를 밀고한 배신자를 잡아들인다. 밀고자를 처벌하기 위해 필립을 비롯한 펠릭스와 마스크가 허름한 집에 들어가 처형 준비를 하지만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민간인들이 그곳에 있는 것을 알게 된다. 밀고자를 총으로 처형할 경우 민간인들에게 발각될 위험이 있음을 알게 된 필립은 밀고자를 총으로 죽이는 대신 목을 졸라 죽이기로 결심한다. 레지스탕스 조직에 갓 들어온 마스크는 배신자를 처단하기 위해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두려움에 떨기 시작한다. 애절한 눈빛으로 삶을 갈구하는 배신자의 표정과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것에 대해 죄책감과 두려움을 느끼는 펠릭스와 마스크의 표정을 클로즈업한 쇼트들은 인물들의 심리를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배신자를 처단한 후 어두운 조명 속에서 서 있는 필립 제르비에의 모습은 복수를 갚은 통쾌함이 아닌 사람을 죽여야 했다는 비정함과 냉정함이 담겨져 있다.
필립 제르비에는 자유 프랑스 망명 정부가 있는 영국에 밀항할 인사들을 호송할 준비를 한다. 중요 인사들을 밀항시키는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펠릭스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장 프랑수아를 만나 그에게 작전을 맡긴다. 엄중한 독일군의 경계 속에서도 대담하게 무전기를 반입한 후 레지스탕스 일원들에게 갖다준 임무를 마친 장 프랑수아는 자신이 사랑하는 유일한 사람인 형 뤽 자르디를 만난다. 형과 오랫만에 해후한 장 프랑수아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만 자신이 맡고 있는 비밀 작전을 누설하지 않기 위해 말을 돌린다. '안지 몇 일 안된 마틸드가 이럴 땐 형보다 가깝게 느껴진다. 이제 형에게는 서로 공통된 부분 없이 추억만 남았다.' 라고 고백하는 장 프랑수아의 내면은 형에게 비밀을 숨겨야 하는 그의 신중함과 냉정함을 잘 드러낸다. 형을 만난 후 장 프랑수아는 필립 제르비에로부터 레지스탕스 조직의 대장을 호송하라는 중대한 임무를 맡는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대장으로 보이는 남자를 배에 태운 후 그를 바라본 장 프랑수아는 그가 보통의 일반인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배에는 피라미드의 꼭대기와 바닥이 함께 놓여져 있다. 전쟁이 끝나면 기이한 수학법칙을 형에게 말해주어야 겠다.'라고 말하는 그의 내면은 보잘것 없는 자신이 레지스탕스의 대장과 함께 있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레지스탕스의 대장의 정체이다. 어두운 새벽에 나룻배를 타면서 대장이 장 프랑수아를 바라보는 듯한 쇼트들은 그가 장 프랑수아에 대해 잘 알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묘사한다. 잠수함에 도착한 후 천천히 바닥을 향해 내려오는 대장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은 마치 유주얼 서스펙트의 반전을 연상시킨다. 난로 같은 개인 공간에서 책을 읽는 세상 물정 모르는 철학자이면서 장 프랑수아의 형인 뤽 자르디가 다름아닌 레지스탕스의 대장이었던 것이다. 대장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영화는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놀라운 충격을 선사하며 한편으로는 형제마저 속여야 하는 레지스탕스의 비정함과 냉정함이 간접적으로 느껴진다. 영국에 도착한 대장이 자유 프랑스 정부의 주석인 드골에게 훈장을 받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감상한 후 '프랑스인들이 시사풍자 신문들을 보고 이런 멋진 영화를 보는 순간 전쟁이 끝난 거겠죠'라고 말하는 장면은 뭉클한 감동을 안겨준다.
하지만 영국에서 체류하는 동안 필립 제르비에는 프랑스의 레지스탕스에게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영국군의 모습과 폭격 중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춤을 추는 군인들의 모습을 보고 괴리감을 느낀다. 영국이란 생소한 곳에서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한 체 세월을 보내던 필립은 자신의 오른팔이나 다름 없는 펠릭스가 독일군에 붙잡혔다는 소식을 접한 후 홀로 프랑스에 입국하기로 결심한다. 프랑스에 잠입한 후 필립 제르비에는 조직원이었던 마틸드라는 여인의 도움으로 조직을 재정비하는데 성공한다. 남편과 딸을 가진 아녀자임에도 불구하고 보통의 남자들보다 영리하고 대담하며 능력있는 마틸드의 유능한 모습은 펠릭스를 구출하는 계획을 세우는 모습을 통해 드러난다. 필립은 마틸드와 이야기를 나누며 그녀의 용기를 칭찬하면서도 그녀의 딸 사진을 갖고 다니지 말라고 충고한다. 레지스탕스 조직원들이 펠릭스를 구출하는 계획을 세우는 동안 홀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장 프랑수아의 표정은 걱정과 두려움으로 가득차 있다. 장 프랑수아의 얼굴을 향해 클로즈업된 장면은 그의 숨겨진 속내를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이후 장 프랑수아는 마틸드를 비롯한 조직원들과 달리 자신은 용기가 부족해 더 이상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편지를 남긴 채 사라진다. 하지만 또 다른 편지를 통해 자신을 고발한 장 프랑수아는 스스로 독일군에 붙잡혀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의 갑작스런 실종은 필립을 비롯한 조직원들을 당황스럽게 한다. 하지만 마틸드는 좌절하지 않고 남은 두 명의 조직원과 함께 펠릭스를 구출하기로 결심한다. 독일군 의무병으로 분장한 마틸드 일행은 마틸드의 대담한 연기로 독일군들을 속이고 펠릭스를 후송하는 허락을 받아낸다. 하지만 독일군의 심문으로 몸이 피폐해진 펠릭스는 일어날 수도 없는 몸으로 누워 있다. 펠릭스와 마틸드 사이에서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자신을 감옥에 갇히게 한 장 프랑수아는 펠릭스에게 말을 전하지만 반불구가 된 펠릭스는 대답조차 하지 못한다. 결국 마틸드 일행은 움직임조차 불가능한 펠릭스를 수용소에서 빼내오지 못하고 떠나게 된다. 성공적인 작전을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펠릭스를 구출해내지 못한 마틸드 일행의 침통한 표정과 그들이 떠나는 것을 바라보는 장 프랑수아의 낙담한 표정은 쓸씁함을 안겨준다.
독일군 수용소의 수배 사진에서 필립을 본 마틸드는 그에게 영국으로 돌아갈 것을 충고한다. 하지만 프랑스 내의 레지스탕스 활동을 원하던 필립은 그녀의 요청을 거절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마틸드가 떠난 후 게슈타포의 기습으로 필립 제르비에는 독일군에게 검거되고 만다. 끝없이 펼쳐진 암흑색의 통로를 걷던 독일 병사가 감방의 철문의 구멍을 바라보는 쇼트가 인상적인데, 고정된 쇼트를 통해 독일군에게 붙잡힌 프랑스 인들의 체념적인 모습이 드러나 있다. 필립이 마지막 남은 담배갑을 꺼내 감방의 사람들에게 하나씩 나누어준 후 사람들이 담배를 물어 피우는 장면이 씁쓸함과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감방을 나온 후 통로를 걸으면서 그동안의 기억을 주마등처럼 스쳐간 필립은 내면의 고백을 통해 살고 싶어하는 인간의 애절한 감정을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내 '두려운 감정을 떨쳐버리고 이겨낸다면 죽음은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라고 말하면서 죽음을 이겨내고자 한다. 하지만 처형장소에 도착한 필립은 자신이 두 가지 시험대 속에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의 왼쪽에는 기관총을 장전한 독일군들이 대기하고 있으며 통로 오른쪽에는 생존의 희망이 느껴지는 텅 빈 통로가 존재하고 있다. 필립은 자신이 생존을 위해 통로로 뛰는 것이 독일군의 놀잇거리가 됨을 알게 되고 존엄을 위해 자리에 남아 최후를 맞이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필립을 향해 날라오는 총알은 그의 결심을 무너뜨린다. 움직이지 않던 필립이 통로를 향해 뛰는 순간 그 역시 누구보다 삶을 갈구하는 평범한 인간임이 드러난다. 하지만 필립이 삶을 위해 통로로 뛰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를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생존을 위해 통로로 뛰어가는 필립의 모습이 인간적으로 느껴지고 그에 대한 연민감이 생긴다. 반면 프랑스 포로들이 생존을 위해 뛰어가는 과정을 오락거리로 즐기면서 그들을 처형하는 독일군의 비정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통로로 가는 길목마다 터지는 지뢰와 그들을 향해 발사되는 총알은 포로에 대한 자비심 조차 없어 보인다. 통로를 향해 뛰어가던 필립은 폭발로 어두어진 터널의 천장 사이로 빠져나온 동아줄을 발견한다. 줄을 잡고 오르는 필립의 모습과 그를 향해 뻗어오는 한 사람의 손은 구원의 숭고함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터널에서 벗어난 필립은 자신을 구해낸 사람들이 자신의 레지스탕스 조직원임을 깨닫는다. 마틸드의 치밀한 계획 덕분에 필립은 지옥같은 그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터널에서 빠져나온 필립은 독일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폐가에 숨어 지낸다. 그러던 어느날 그에게 레지스탕스의 대장인 뤽 자르디가 직접 그 곳으로 찾아온다. 뤽과 이야기를 나누던 필립은 마틸드가 독일군에게 붙잡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게다가 마틸드는 딸의 사진을 놓고 다니라는 필립의 충고를 듣지 않았고 그 결과 딸을 위안부로 보내겠다는 독일군의 협박에 굴복하게 된다. 마틸드는 다른 누구보다 철저하고 용감한 여인이었지만 자신의 가장 소중한 존재인 딸을 외면할 만큼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이다. 마틸드의 굴복으로 인해 레지스탕스 조직원 몇 명이 체포되었다는 사실을 들은 필립은 자신을 향해 찾아오는 들소와 마스크를 만난다. 그들에게 사건의 진상을 들은 필립은 조직을 배신한 마틸드를 처형하기로 결정한다. 들소는 처음으로 필립의 명령을 거부한다. 다른 남자들을 죽이라면 죽일 수 있지만 자신들을 구해준 마틸드를 살해할 수 없다고 말한 들소는 필립을 공격하려고 하기까지 한다. 결국 숨어있던 대장인 뤽이 나타나 마틸드의 입장을 논리정연하게 말한 후 마틸드를 죽이는 것이 결과적으로 그녀가 스스로의 죄책감에서 벗어나도록 도움이 되는 것임을 설명한다. 뤽의 설득을 들은 들소는 결국 자신의 입장을 철회하게 된다. 이후 필립을 포함한 네 남자는 거리를 지나가는 마틸드를 발견한다. 차 속에서 마틸드를 침울한 얼굴로 바라보는 네 명의 남자와 그들을 발견하자 아무 말없이 그들을 바라보는 마틸드의 짧은 만남 후 들소가 발사한 총알은 마틸드의 생명을 끊어버린다. 배신자를 처벌한 후 침묵으로 일관하는 네 남자의 모습과 그들을 내려다보는 개선문의 풍경은 국가라는 실체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했던 레지스탕스 일원들의 고뇌와 슬픔이 결정적으로 집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