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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피사로와 인상파 화가들>에서 느낀 봄 햇살의 따스함


"인상파 화가"하면 모네와 마네, 세잔, 드가, 르느와르 등을 떠올리게 되지만, "피사로"라는 이름은 다소 낯설다.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에서 전시 중인(2009. 1. 6 ~ 3.25)  <피사로와 인상파 화가들>은 화가에 대한 정보는 별로 없이, 단지 차가운 겨울에 따스한 햇살의 느낌을 만나보고 싶은 마음으로 무심코 찾은 전시였다. 알고 보니 카미유 피사로는 "인상파의 아버지"라 불리기도 하는 인상파의 선구자였고, 특히 세잔느와 고갱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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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유 피사로(Camille Pissarro, 1830~1903)의 대표작들을 국내에 최초로 공개하는 이 전시회에서는 밀레, 코로 등 바르비종파의 거장들과 르느아르, 마네 등의 작품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애슈몰린 박물관의 소장품 90여점으로 구성된 "피사로와 인상파 화가들"이 전시되고 있는 아람미술관은 이번에 처음 가 보았는데, 시원하고 여유로운 공간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전원풍경화로 유명한 바르비종파의 "코로"는 최근 프랑스 영화들에서 많이 접하면서 좀더 친근하게 느껴진 화가인데, - 루이 말의 <마음의 속삭임>에서 말썽쟁이 형제들의 장난기가 발휘된 어이없는 모조품 소동이라든가, 올리비에 아싸야스의 <여름의 조각들>에서 유산으로 받게 되는 미술품들 중 등장했던 그의 작품들 - 프랑스 전원을 안정적인 구도로 그려낸 그의 작품들은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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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다우레 근처의 르 푸티 샤빌>, 카미유 코로, 1923

코로, 밀레, 마네, 르느와르, 시슬리의 작품들과 함께 전시된 피사로의 작품은 프랑스 전원, 그 중에서도 특히 프로방스 지방의 햇살 속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풍경을 담아내어 친근하고 따스한 느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서구적인 전원 풍경을 배경으로 하여 풍만한 체격의 일하는 여인들의 모습이 담겨진 그림들은 간혹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떠올리게도 하였다. 소박한 전원생활의 아름다움을 담은 풍경 중에는 쇠라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점묘법을 활용한 작품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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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에서의 조망, 에라니 쉬르 엡트>, 카미유 피사로, 1888

7명의 자녀들 중 5명을 화가로 성장시킨 피사로는 가정적이고 온화한 아버지였을 뿐 아니라, 풍경을 온화하고 따뜻하게 느끼게 만드는 붓터치를 보여준다. 눈 쌓인 겨울 풍경을 담아낸 <몽포쿠 농장의 설경>은, 눈이 덮은 풍경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따스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어서 꽤나 인상적이었다. 얼마 전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본 <루벤스, 바로크 걸작전>에서 극도로 사실적인 묘사, 종교와 신화를 다룬 주제 등에서 조금 거리감을 느꼈던 반면, 파스텔 톤으로 부드럽게 묘사된 인상파 화가들의 전원 풍경은 평화로우면서도 사색적인 인상으로 따뜻한 봄을 기다리게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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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포쿠 농장의 설경>, 카미유 피사로, 18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