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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프랑수아즈 사강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Aimez-vous Brahms... )]




프랑수아즈 사강의 대표작들 중 하나인 이 소설은 제목에서 풍기는 분위기와 다르게 실제로는 '연애소설'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소설의 제목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주인공인 폴에게 연하남 시몽이 거는 작업멘트였던 것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폴은 연인 로제와 오랫동안 사귀어왔던 39세의 여인이다. 그녀와 로제는 오래된 연인이라 그들의 관계는 안정적인 동시에 별 다를 것이 없는 심심함을 되풀이하고 있다. 사실 안정적이라는 단어는 이전에 있던 것을 그대로 되풀이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녀에게 더 이상 연애는 특별한 것이 아닌 '일상'으로 남아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옆에 연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의 공허한 마음이 채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에 대한 별다른 해답은 없을 뿐이다. 그러던 그녀는 어느 날 자신이 맡은 일의 주인집 아들인 시몽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시몽은 무려 그녀보다 14살이나 어린 25살의 청년으로 무척이나 열정적으로 그녀에게 대쉬해댄다. 그 와중에 그녀는 로제가 다른 여인을 만나서 관계를 맺는 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와 별도로 시몽과의 연애를 즐기게 된다. 시몽은 로제와 달리 그녀가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고, 그녀와의 만남에 열성적이었다. 하지만 폴은 시몽과의 관계에서도 그렇다할 열정을 느끼지 못한다. 그의 곁에 있어도 로제가 그립고 그녀는 그 마음이 바로 로제에 대한 이전의 마음과 같지 않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시몽의 곁에서도 고독을 느끼고 결국은 로제와 재결합을 한다.

 폴이 느꼈던 감정은 결국 무엇이었을까? 그녀는 시몽을 사랑하지 않았던 걸까? 사실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그녀는 단지 어른들의 사랑'에 익숙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폴과 로제는 40세에 가까운 나이를 가지고 있지만, 시몽은 20살의 열정을 가지고 있다. 사실 폴과 로제도 20세 쯤에는 시몽과 같은 열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나이를 먹었고, 지금 그들은 어른들의 사랑과 마음가짐에 익숙해졌다. 그들은 안정적인 사랑을 꿈꾼다. 로제가 다른 여인과 외도라는 일종의 일탈을 즐기더라도 그는 그녀의 곁에서도 폴을 그리워한다. 그에게 폴은 오랜 시간을 함께 해왔던 연인을 넘어선 안정적인 휴식처에 가깝다. 그리고 폴 또한 그렇다. 그녀의 곁에는 열정적이고 달콤한 사랑을 속삭이는 20대의 시몽이 존재한다. 하지만 폴에게 시몽의 사랑은 성숙하지 않은 미성숙에 가까운 치기에 가깝다. 순수한 마음으로 아름다운 사랑의 미사어구를 읊어대는 시몽은 겉으로 보기에는 무척이나 안정적이고 영원한 사랑을 선사할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는 사랑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로제와 폴의 관계도 예전에는 그러했을테니깐.

 그래서 폴은 결국 로제와 재결합을 하는 것이다. 그녀에게는 안정적인 결말이 더 현실적이었고, 더욱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낭만적인 것과 고민을 하지만, 결국 그녀는 안정적인 결말을 택한다. 우리는 흔히 영화에서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보고, 노래에서도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들어왔다. 그들이 읊어대는 사랑은 무척이나 낭만적이고 아름답다. 그래서 그것들을 보던 우리들 또한 낭만적인 사랑을 꿈꿔온다. 하지만 낭만적인 사랑은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다. 낭만적인 사랑에게도 가끔은 '현실'을 적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리 우리가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고 그것을 실행하더라도 우리는 현실의 좌절을 겪는다. 그것이 폴과 로제에게는 '나이' 혹은 '연륜감'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나이라는 현실적인 장벽에 부딛혀서 이전으로 돌아가지만, 현실적이라는 것이 꼭 나이라는 법은 없다. 사실 나는 시몽의 나이에 가깝기에 그녀의 선택이 이해가 갈 듯 하면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직 나는 폴의 선택이 공감 가지는 않지만, 나중에 내가 그녀의 나이가 되면 그녀의 선택이 공감이 가게 될까? 그 쯤에 이 책이 생각이 날지도 모르겠다.


+) 이 소설은 후에 <굿바이 어게인>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는데, 잉그리드 버그만, 이브 몽땅, 안소니 퍼킨스가 출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