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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arthouse모모

개관 앞둔 예술영화 전용관, 아트하우스 모모

개관을 앞둔 아트하우스 모모(Arthouse Momo)에 미리 가봤습니다. 아트하우스 모모는 영화사 백두대간이 신문로 흥국생명 빌딩 지하 2층에서 운영하는 씨네큐브 광화문에 이어 이화여대 ECC(Ewha Campus Complex) 내에 새로 오픈하는 두번째 예술영화 전용관입니다. 지난 6월 16일, 월요일에 "르 클레지오, 영화를 꿈꾸다"라는 제목의 개관기념 첫 이벤트가 있었는데요, 프랑스 작가 장-마리 구스타브 르 클레지오(Jean-Marie Gustave Le Clezio, 1940 ~) 초청 낭독회와 관객과의 대화, 그리고 <타인의 취향>(Le Gout Des Autres, 1999) 스크린 상영회로 이루어진 행사였습니다. 저는 이날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워서 르 클레지오 낭독회는 참석하지 못하고 2부 순서인 <타인의 취향> 상영회만 겨우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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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이대 앞을 참 오랜만에 가봤네요. 차도를 일방통행 1차선만 남겨두고 보행자 도로를 많이 넓혔더군요. 지하철 역에서 내려가는 길 왼편의 재래시장 골목이 거대한 쇼핑몰로 탈바꿈하면서 그 앞에 큰 야외공연장을 겸한 휴식공간이 생긴 것도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ECC를 어떻게 찾아가야 하나, 못찾겠으면 아무나 붙들고 물어보자 생각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전혀 없더군요. 정문을 통해 조금 들어가서 바로 오른편에 떡하니 버티고 선 것이 아니라 드러누워(!) 있더군요. 사진에서 보이는 좌우로 다층 구조를 이루고 있는 건축물입니다. 프랑스 출신의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 1953 ~)의 작품이라고 하네요. 국내에서 이런 건축물을 보게 되다니 정말 꿈만 같았습니다. 대부분의 건축물이 지상으로 솟아 있는 반면에 이렇게 지하로 땅을 파서 건축물을 만들 생각을 하다니. 역시 발상 자체가 다릅니다. 제게는 여성성과 모태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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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하우스 모모는 정문에서 ECC로 들어갔을 때 왼편 두번째, Gate 3이 출입구입니다. 3번 게이트로 들어가니 이날 행사를 알리는 플랭카드가 세워져 있더군요. 르 클레지오의 신간 <발라시네> 출판 기념 행사는 이화여대 출판부에서 주관하고 <타인의 취향> 상영회는 백두대간에서 진행했습니다. 아녜스 자우이 감독의 1999년작 <타인의 취향>은 대중적이면서도 의표를 쿡 찌르는 맛이 아주 인상적인 작품이었죠. 덕분에 독일 영화 <타인의 삶>(Das Leben Der Anderen, 2006)이 있기 훨씬 전에 프랑스 영화 <타인의 취향>이 있었다던 전설(?)의 그 작품을 스크린으로 다시 봤습니다. <타인의 취향>은 아직 일정이 잡히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재상영을 하게 될 예정이라고 하니 아직 못보신 분들은 그때를 놓치지 말고 꼭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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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게이트로 들어가 왼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니 널찍한 휴식 공간이 나오고 그곳에 정식 개관을 앞둔 아트하우스 모모가 있더군요. 씨네큐브의 현재 홈페이지를 보듯 세련된 블랙톤으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습니다. 개관 기념작인 러시아 영화 <나는, 인어공주>(2007)의 플랭카드가 세워져 있는 것이 보입니다. 원래 6월말 개봉 예정이었는데 아트하우스 모모의 개관이 조금 늦어지면서 개봉 일자가 다소 늦어질 거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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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취향> 상영회 장소는 2관이었는데요, 다른 영화관에 비해 스크린의 위치가 한참 아래에 있어서 마치 2층에 앉아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스크린 사이즈가 꽤 큰 편이라 나중에 예매를 할 때에는 조금 뒷쪽 좌석을 지정하는 편이 좋을 듯 합니다. 실제로 영화 상영이 시작되자 앞 좌석에 앉았던 사람들 몇몇이 일어나서 뒤쪽의 빈 좌석으로 옮겨 오더군요. 1관은 들어가보지 못했습니다만 2관과 같은 좌석수에 구조도 동일하다고 합니다. 아트하우스 모모의 상영관은 좌석수가 씨네큐브 광화문의 1관과 2관의 중간 정도인 듯 합니다. 아무튼 화면 선명하고 좌석 편안하고, 공조 시스템도 잘 돌아가서 무척 쾌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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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경우 교통편 때문에 만일 똑같은 영화가 씨네큐브 광화문과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동시에 상영된다면 여전히 씨네큐브 광화문을 이용하게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단독 상영하는 영화나 이벤트가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다시 찾게 되겠죠. 신촌 인근이 주 활동 무대이신 분들은 두말할 나위도 없을테고요. 특히 아트하우스 모모에서는 영화 상영 외에도 출판, 음악 분야의 프로그램과 연계하는 행사를 자주 가질 예정이라고 하니 씨네큐브 홈페이지에 회원가입을 해두시거나 자주 방문해보시기 바랍니다. 작년에는 <알래스카>(alaska.de, 2000)의 유료 시사회에서 막시밀리언 헤커의 미니 콘서트가 있었다고 하더군요. 르 클레지오 낭독회도 그렇고 아무 영화관이나 하고 싶다고 해서 진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씨네큐브 광화문이 일궈온 국내 문화·예술계에서의 위치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일테죠. 어떤 분들에게는 영원히 '타인의 취향'에 불과할 수도 있는 노릇이긴 합니다만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면 앞으로 아트하우스 모모의 행보를 주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