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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적인걸>과 <검우강호>, 옛것과 새것의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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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과 이야기,
홍콩 반환 후 중국 영화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을까?
<적인걸>과 <검우강호>는 그 각각의 대답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나는 서극이 홍콩 감독들 가운데 가장 덜 인상적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그것은 한편으로 그 만큼 잃어버릴 것이 별로 없었다는 의미이기도 했던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나 나이가 든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는,
방부제를 먹은 듯한 유덕화와 유가령의 모습처럼
<적인걸>은 CG에 대한 불만과 더불어 스타일 면에서 크게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최근의 대작 영화들처럼 크게 오버하지 않고
역사와 원작 소설을 새롭게 스릴러물로 재구성해 보여준다.

단지 아쉬웠던 것은 이빙빙이 임청하를 대신하기에는 너무 약했다는 점?
쓰러뜨릴 수 없을 것처럼 강하지만 어딘가 연약하고,
단호하지만 한순간 사랑에 망설이며,
아름답지만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을 짓던
임청하를 대신할 수 있는 여배우가 다시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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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오프닝부터 신선하고
몸놀림 하나 손놀림 하나까지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로 무장한 <검우강호>는
그 장면 하나하나를 보는 재미와는 정반대로
뻔하게 앞을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큰 키와 잘생긴 외모에도 불구하고
어깨가 구부정한 모습이 어딘가 어설픈 정우성 같았다고 해야 할까.
<적인걸>과는 반대로 주인공들의 존재감이 약한 만큼이나
조연들도 나오다 만 듯했지만 재미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두 영화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낫냐는 질문에
답은 보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갈리겠지만
나는 <적인걸>을 찍은 서극에 좀 더 기대하고 싶고,
보다 더 기대하는 건 이 둘의 장점을 합친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