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ary@arthouse모모

"바흐를 좋아하세요?"(바흐 이전의 침묵, 2007)

사용자 삽입 이미지

라고 묻는 영화 <바흐 이전의 침묵>에는
브람스와 프루스트에 대해 물을 때 담겨 있는 매끄러운 달콤함이 빠져 있다.
프랑스가 아니라 독일 작품이라 그럴까.
아니면 바흐에 대한 이야기라서 그럴까.
어찌 되었든 이 작품은 적당히 익숙하고 적절히 친절한 바흐의 전기 영화인 것도, 
아니면 지나치게 참신하고 너무나 섬세한 예술 영화인 것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고전음악 애호가들의 귀만 기쁘게 해줄 음악 영화인 것도 아니다.

난해하기도 하고 친절하기도 하며 참신하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한,
한마디로 복잡한 성격의 이 영화는
우리가 어떤 예술 작품을 대할 때 취할 수 있는 각각의 태도들,
또는 예술 작품에 대해 가져야만 하는 성실함과 진지함을 모두 담고 있다.

짧게 말해, 바흐의 이전에도 이후에도 바흐는 없지만
아름답고 천재적인 바흐의 음악만은 다행히 남아 있다.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세상의 전부이고 또는 위안이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무의미하거나 상관없는 일일 테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굴레나 기호의 문제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삶의 한 부분, 생활의 단면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바흐가 있었기에 세상과 신은 더욱 조화롭고 위대해졌다는 평가를
단순히 허풍이라거나 거짓말이라고 반론할 수는 없다.
백지에 단정한 오선지를 긋듯,
친숙하고 평온한 바흐의 선율을 들려주며
논리 대신 영감으로 무장한 이 영화는 그렇다고 우리를 멋지게 설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