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 theater

소년들의 심리학(파수꾼, 2010)


아이는 언제 어떻게 어른이 될까?
그 답은 대답하는 사람이 살아가는 시간
그리고 그가 서 있는 장소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바꿔 말해 어른의 조건이 결코 사회와 시대를 넘어 동일하지 않다는 의미다.
질문을 바꿔보자.
만약 아이가 어른이 되는 일이 가능하다면
우리는 그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 지을 수 있을까? 
아니면 거꾸로 사람들은 사실 '어른'이 되지 못한 채
적당한 때가 되면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만큼
어른인 척하는 법을 배우는지도 모른다.
물론 이때의 '어른'은 쉬지 않고 흘러가는 시간의 거친 결에 할퀸 생채기를
나이테처럼 켜켜이 두른 존재를 가리키지는 않는다.

자살한 소년의 주변을 조사하는 아버지의 행적을 좇아 진행되는 영화 <파수꾼>은
숨겨진 거대한 비밀을 밝혀내는 스릴러나 추리물도 아니며,
힘들게 자신의 껍질을 깨고 나오는 일반적인 청춘영화도 아니다.
보통이라면 여고생들에게 얹어놓았을 섬세하고 연약한 감수성을
복잡다단한 소년들의 심리학으로 성공적으로 대체한 이 작품은
숨차게 피리어드를 끝내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성장영화의 틀을 버림으로써
한국 사회의 보편적인 정서를 포착하는 데에 성공한다.
아무도 아이에게 어른이 되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무엇이든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싸우거나 허세를 부리거나 도망치느라 피폐해진
열여덟 살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라는 기태의 물음은
사춘기를 이미 오래전에 지났을 이들에게조차
쓰라리고 무겁게 다가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데뷔작이며 독립영화답게 매끈하고 현란한 얼굴을 하고 있지 않지만
쉽게 만날 수 있는 상업영화와는 다르게
긴 호흡과 서투른 강렬함을 지닌 <파수꾼>은
걸작으로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