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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신과 인간 (Of Gods And Men, 2010)


천주교 신자라 그런지 자주는 아니지만 가톨릭 영화를 종종 보는 편인데, 가깝게는 <루르드>나 <위대한 침묵>을 보고 난 여운이 꽤 오랜 시간 개인적인 묵상에 바탕이 되었던 기억이 있다.  평소 신앙생활이라고 해봐야 매주 미사에 참여하는 정도고, 특히 성서나 기도와는 거리가 멀지만 그럴 때마다 우연히 보게 된 가톨릭 영화 한 편이 부족한 부분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었다. 그래선지 왠지 모르게 <신과 인간>의 개봉이 기다려지고, 꼭 봐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마저 들었다. 그리고.. 점점 무뎌져가는 믿음을 알아차리고 있는 요즘, 나를 다시 세울 영화가 절실했다. 그렇게 <신과 인간>이 개봉한 그 주에 곧장 아트하우스 모모로 향했다. 마침 설 연휴고 해서 모처럼 한산한 극장을 기대했는데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관객들로 가득차있었다.  주일미사를 보고 삼삼오오 영화관을 찾은 천주교 신자들.. 신부님, 수녀님.. 그리고 가톨릭과 전혀 무관한 일반 관객들까지.. 연령대도 신분도 다양했다.


포스터에 수도자들이 등장하는 걸 보고 가톨릭 영화겠거니 짐작은 했지만 내전사태가 본격적으로 치닫기 전까지만 해도 평화로운 알제리 산골 수도원과 마을의 일상이 그려질 뿐이었다. 가장 낮은 모습으로 종교와 인종을 넘어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려는 수도자들의 삶은 비록 남루했지만 황폐해져가는 마을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빛과도 같았다. 영화는 알제리 내전을 다루고 있지만 흔히 볼 수 있는 전쟁 영화와는 확연히 다르다. 폭력도 두려움도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삶과 죽음의 선택이라는 극단의 상황에서도 수도자들의 하루하루는 평소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다만 거룩히 울려퍼지는 그레고리안 성가에서, 침묵의 기도에서, 그리고 미세하게 흔들리는 그들의 눈빛에서 신과 인간 사이 치열한 고뇌를 느낄 수 있다.
가장 좋은 기도는 그분 앞에 꾸밈없이 모든 걸 솔직히 털어놓는 대화라고 했다. 영화 속 수도자들 역시 신에게 스스로를 온전히 내어놓는 순간 진정 자유로워졌다고 했다. 그들 안에 신이 살게 되고 육신마저 그 믿음으로 살아가게 되었기 때문은 아닐까. <신과 인간>이라는 제목 앞에 이 영화를 가볍고 유쾌한 영화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분명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단지 도구일 뿐, 122분이 흐른 뒤에 난 온 마음을 다해 기도에 집중하고 있었다. 종교가 있고 없고, 같고 다르고를 떠나 한 인간의 숭고한 신념 앞에 무수한 생각이 교차할 영화 <신과 인간>이다. 

[출처] 신과 인간 (Of Gods And Men, 2010)|작성자 드림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