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즈 엔드'는 영국의 상류층 집안인 슐레겔 가와 윌콕스 가 간의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영국 상류층의 천민 자본주의적인 모습과 집안 속에서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가부장에 편입되는 여성의 불운한 삶을 다루고 있다. 슐레겔 가의 헬렌이란 여성이 윌콕스 가의 아들과 사랑에 빠진 후 헬렌이 그녀의 집안에 부친 전보를 통해 슐레겔 가와 윌콕스 가의 만남이 이루어지지만 첫 만남은 서로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다. 헬렌의 사랑은 하루도 되지 않아 깨져 버리고 전보를 듣고 찾아온 그녀의 이모는 윌콕스 가의 장남인 찰스의 불친절함에 넌더리를 치게 된 것이다. 그 이후 윌콕스 가의 노부부가 슐레겔 가가 사는 런던으로 이사해 오자 그들은 과거의 안좋은 일 때문에 불편함을 느낀다. 하지만 붙임성이 좋고 성격이 활달한 마가렛은 직접 윌콕스 부인을 찾아가 서로의 묵묵함을 풀고 친해지게 된다. 윌콕스 부인은 쌀쌀맞은 헨리 윌콕스와 그의 자식들과는 달리 친절하면서도 사려깊은 성격을 지녔지만 활발하면서 주체적인 마가렛에 비해 힘이 없고 뭔가에 억눌린 사람처럼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여자는 차라리 투표권이 없는게 낫다는 식의 발언을 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려는 듯한 윌콕스 부인의 발언이나 그녀가 살았던 전원 주택인 하워즈 엔드를 가보고 싶어 기차를 타려고 하다가 남편을 만나 반강제로 끌려오는 모습은 힘없는 여인의 모습이 연상된다.
한편 헬렌은 우연히 '음악의 의미'라는 교양 강좌를 듣다가 실수로 남의 우산을 가지고 떠나게 되는데 그 우산의 주인인 레너드 버스트라는 남자가 그녀의 집까지 따라가게 되면서 헬렌은 레너드를 알게 된다. 레너드와 헬렌이 들은 강좌의 내용이 베토벤의 운명이라는 것이 특징인데,교향곡 중 3악장에는 악귀 만이 존재한다는 내용을 통해 헬렌과 레너드의 불운한 운명을 예감하고 있다. 영화는 레너드라는 청년의 책에 심취해 마치 숲을 거닐면서 별빛을 향해 걸어 가는 모습을 통해 문학에 빠진 남성의 순수한 감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산으로 맺어진 슐레겔 가와의 만남이 점점 본격화 되는 계기도 바로 레너드의 엉뚱하면서도 순수한 문학적 감수성인데, 별빛을 향해 아무 생각 없이 걷다보니 슐레겔 가의 집에 왔다는 그의 말을 통해 세상 물정에 약삭 빠르기 보다는 문학적인 감수성에 빠져있는 순진한 남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를 통해 그의 비참한 운명을 예감케 한다.
심약했던 윌콕스 부인은 죽음이 다가오자 그녀는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었던 마가렛에게 하워드 엔즈를 넘겨주라고 유언을 남긴다. 하지만 천박한 윌콕스 가의 사람들은 생면부지의 여성에게 집을 넘겨주라는 윌콕스 부인의 유언을 마치 노망처럼 여기면서 유언장을 태워버린다. 하지만 운명적으로 윌콕스 가의 가장인 헨리 윌콕스가 우연히 마가렛 슐레겔을 만나면서 그녀와 만남을 갖게 되고, 붙임성이 좋은 마가렛은 헨리와 친해지게 된다. 하지만 헨리와 마가렛의 만남은 한 남자의 운명을 파멸로 몰아 넣는다. 사려심이 많았던 헬렌과 마가렛이 레너드에 관해 헨리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헨리는 레너드가 일하는 회사가 위험한 지경에 있으니 그에게 이직할 것을 충고한다. 레너드를 가엾게 여기던 헬렌은 그에게 직장을 옮길 것을 충고하게 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충고로 인해 레너드는 직장을 옮기자마자 해고 되었을 뿐만 아니라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신세가 된다. 게다가 헨리와의 대화 속에서 헬렌은 헨리가 말한 사실이 거짓임을 알게 되면서 평생동안 레너드에 대한 죄책감을 갖게 되고 거짓말을 한 헨리 윌콕스를 증오하게 된다.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된 헨리와 마가렛의 관계는 어느덧 사랑으로 바뀌게 되고, 마가렛은 결국 헨리 윌콕스의 새 부인이 된다. 윌콕스 가의 일원이 된 마가렛은 그와 행복한 모습을 보이는 듯 싶지만 헨리의 숨겨져 있던 천민자본주의적 습성과 그의 추악한 과거가 드러나면서 그녀는 점점 좌절하고 만다. 레너드를 도와야 겠다는 사명심을 갖고 있었던 헬렌은 마가렛의 결혼식에 레너드 부부를 데려와 그들에게 식사 대접을 한 후 자신의 매형이 되는 헨리에게 레너드의 일자리를 주선할 것을 마가렛에게 요청한다. 마가렛은 헬렌의 무분별한 태도에 화가 나지만 레너드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었던 그녀는 헨리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헨리는 그녀의 요청을 쌀쌀하게 거절한다. 헨리 윌콕스가 레너드에게 거짓 정보를 가르쳐줘 그를 파멸시킨 원인은 재미있게도 레너드의 부인의 모습을 통해 드러난다. 레너드의 부인은 헨리를 보면서 반가운 내색을 하지만 헨리는 화를 내면서 그녀를 모르는 사람처럼 대한다. 마가렛의 추궁 끝에 헨리는 레너드의 부인이 10여 년 전 자신의 불륜 상대였음을 고백하게 된다. 마가렛은 헨리의 과거를 용서해 준다고 말하면서 그를 위로한 후 떠나는 손님들 앞에서 태연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거울 앞에 주저 앉아 슬프게 우는 그녀의 모습을 통해 남편의 외도를 알면서도 인내해야 하는 여성의 비참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레너드와 헬렌의 운명도 비극적으로 마무리 되고 만다. 레너드에 대한 연민감을 갖고 있던 헬렌은 레너드와 사랑을 나누어 그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고, 임신한 헬렌을 찾으러 온 레너드는 다혈질적인 찰스 윌콕스에게 칼을 맞으면서 비참한 죽음을 맞게 된다. 책에 파묻힌 체 글을 읽으면서 수풀이 우거진 길을 걷는 상상을 하는 순수한 감정을 갖고 있었던 레너드가 책장이 무너지면서 책들에 깔려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은 아이러니하면서도 비극적이다. 베토벤의 운명 속에 악귀가 있다는 강사의 말처럼 레너드와 헬렌의 만남은 운명이라는 악귀가 만들어낸 비극일지도 모른다. 만약 그가 우산을 찾으러 그녀를 찾아가지 않았다면 그는 이렇게 비참한 최후는 맞지 않았을 것이다. 한편 그의 죽음은 결국 자본주의 속에서 무너져 내린 개인적인 삶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한 자본가의 복수와도 같은 거짓말로 인해 파멸하고 자본가의 자식에게 죽음을 당하는 모습은 상류층의 농간으로 죽어나는 하류층의 비참한 운명의 느낌이 든다.
세월이 흘러 헨리 윌콕스는 자신의 소유인 하워즈 엔즈의 소유권을 나누어 주는데 그토록 남에게 넘겨주기 싫어했던 하워즈 엔드를 가족 구성원들이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거절하면서 헨리의 부인인 마가렛에게 넘겨주는 모습은 윌콕스 가의 인물들의 천박한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헨리의 전 부인인 윌콕스 부인의 유언대로 결국 하워즈 엔드는 마가렛이 소유하게 되었지만 윌콕스 가로 살아가는 마가렛의 마지막 모습은 전반부의 활발한 모습이 아닌 윌콕스 부인처럼 모든 것을 체념하고 쓸쓸히 자신의 운명을 맞이하는 모습이 느껴진다. 마치 외부인처럼 자신의 집을 창문 밖에서 쓸쓸히 바라보던 윌콕스 부인처럼 마가렛이 헨리 윌콕스의 부인으로서 의무를 다하듯이 행동하는 모습은 전반부의 윌콕스 부인과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반면 비록 미혼모 신세이지만 자신의 아이와 즐겁게 뛰어 다니는 헬렌의 모습은 마가렛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부자 남편의 아내가 되었지만 원래 얻기로 되어 있는 집을 상속받은 체 윌콕스 가의 부인으로서 체념적인 삶을 사는 마가렛의 모습과 미혼모이지만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의 자식과 뛰어 노는 헬렌의 밝은 모습은 두 자매의 안타까운 운명을 쓸쓸하게 투영한다. 마치 '모리스'의 모리스와 클라이브의 대비적인 모습처럼 두 자매의 다른 운명적인 모습은 영화의 마지막을 인상적으로 그려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