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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애프터 러브] 사랑한다면, 이탈리아 인처럼!

애프터러브
감독 파우스토 브리치 (2009 / 이탈리아, 프랑스)
출연 실비오 올란도, 크리스티나 카포톤디, 말릭 지디, 세실 카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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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마음 치유해주는 심리학자도, 아픈 몸 고쳐주는 의사도, 가난한 영혼 위로해주는 신부도 제 생각대로 안 되는 게 하나 있다.
아, 이놈의 사랑!
<애프터 러브>, 원제로 <Ex>는 제목 그대로 곁에 있을 땐 모르다가 떠나고 나서야(혹은 떠나보내고 나서야) 상대방의 소중함을 깨닫는 커플들의 이야기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다소 교훈적이고 다분히 상투적이지만, 이 영화의 광고카피인 ‘이탈리아판 <러브 액츄얼리>’에서 방점을 이탈리아에 두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탈리아 인들이야말로 명실 공히 지구상 최강의 쾌락주의자들이 아니던가.

<러브 액츄얼리>의 런더너들이 수줍어하고 사랑 앞에 고민하고 망설일 때,
(우리의 맹랑한 꼬맹이 샘도 말하지 않았나. “세상에 사랑보다 더 고통스러운 게 있나요?”)
<애프터 러브>의 주인공들은 지인들을 초청한 칵테일파티에서 아내와 핏대를 세우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 집을 나가버리고(심지어 그는 판사다!),
전 여자친구의 새 애인을 찾아가 당장 헤어지라며 주먹으로 협박하고(심지어 그는 경찰이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평생직장도 과감하게 버린다(심지어 그는 가톨릭 신부다! 으응?!).
이를테면 이들에겐 친구의 아내가 된 사랑하는 여자에게 크리스마스 성가대로 가장해 조용히 고백을 하고 말없이 돌아서는 <러브 액츄얼리> 속 마크의 심금을 울리던 에피소드 따위는 그야말로 ‘남의 나라 이야기’다.
(아, 한번 살다가는 인생, 남자가 쩨쩨하게 왜 그래!)
싸움도 사랑도 화끈하게.
그 유쾌한 단순함이 이 영화의 디테일을 만들어내는 주원료이자 가장 큰 매력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에세이를 읽다보면, 세상에 이탈리아 사람들만큼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족속들이 또 있을까 싶다.
이 영화를 보다보면, 그러나 그렇기에, 그들은 그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제대로 사랑을 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사랑이야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비합리적인 짓이 아니던가.
그러니 <애프터 러브>를 보고 난 뒤에, 하늘의 별만큼 많은 사랑에 관한 금언에 다음 문구 하나를 추가해도 무방하겠다.
"사랑한다면, 이탈리아 인처럼!"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