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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서양골동양과자점> and life goes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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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우울하다면 혹은 스트레스가 쌓였다면, 
단 것을 먹는 일은 도움이 된다. 예쁜 가게에서 맛있는 과자나 케이크를 먹는다면, 분명히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그런 일 하나로 힘든 인생이 쉽게 장밋빛이 되지 않겠지만, 그런 사소한 일이야말로 살아가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된다.

요시나가 후미의 <서양골동양과자점>은 케이크 가게를 배경으로 한다. 케이크 가게라면 아기자기한 장식의 인테리어와
예쁘고 귀여운 여자 종업원을 떠올리겠지만, 불행히 그녀의 가게는 서양골동품점에 이상하지만 멋진 남자밖에 없다. 시력을 잃게 되어서 갑자스레 은퇴한 권투선수, ‘마성의 게이’라는 실력은 있지만 문제투성이 파티쉐, 불행한 과거를 가진 부잣집 도련님 점장, 쓸모라곤 전혀 없는 사고뭉치 갸르송, 어떻게 보면 우울한 네 명의 부조화한 남자들이 운영하는 케이크 가게는 기묘하게 즐겁고 매력적이고 따뜻하다. 야오이 클리셰로 가득한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야오이를 즐기지 않는 사람도  거부감이 별로 들지 않는 것은 <서양골동양과자점>이 기본적으로 코미디이기 때문이다.

요시나가 후미의 매력은 무엇보다 농담이다.
대부분의 코미디 프로그램이 그러하듯 누군가를 깎아내리거나 기분 상하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그녀의 농담은 재미있고 신랄하다. 그리고 <서양골동양과자점>의 미덕은 바로 거기서 나온다. 살다보면 누구나 생활에 지치고 상처를 입는다.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이 많고, 즐거운 날보다 우울한 날이 많다. 그리고 만일 당신이 고통스러운 과거를 가지고 있다면, 또는 보통사람들과 조금 다르다면, 혹은 키워오던 꿈이 산산 조각이 났다면 삶은 훨씬 힘들 것이다. 만약 <서양골동양과자점>이 그저 그런 이야기였다면,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네 남자는 모두 과거를 극복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다고 끝이 났겠지만 요시나가 후미는 현명하게 그런 허황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녀는 인생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어느 날 상처를 이겨내고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는 건전하고 좋은 생각을
교훈적으로 들려줄 의도가 없다.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되어 자신처럼 유괴된 아이를 우연히 구하게 된 점장은  여전히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고 역시나 악몽에 시달린다. 마성의 게이 파티쉐는 여전히 여자가 싫고, 도움이 안 되는 갸르송은 여전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일이 겪고 많은 걸 깨닫지만 그들은 전과 같은 날을 이어간다. 하지만 유괴되고 살아 돌아온 아이에게 살아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처럼 살아남아 악몽에 시달리는 날이 계속된다 하더라도 그렇게 끝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해도 살아간다는 것은 분명히 다행스러운 일일 것이다.

케이크를 먹는 일이 행복한 삶을 만들어주지는 않겠지만 분명히 도움이 되는 것처럼 상처를 극복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살아가는 이상한 과자점의 우울하고 멋진 남자들이 만드는 엉뚱한 이야기는 우리를 다정하게 위로해준다. 재미있는 농담으로 배를 잡고 웃게 만들면서. 농담의 본질을 아는 것, 결국 인생의 본질을 아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