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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타이베이 여행, 대만 뉴웨이브의 흔적을 찾아 (1)




타이베이에 간다고 몇몇 사람들에게 이야기했을 때,
(선배, 베트남 가신다고요? 라고 했던 후배 말고)
모두들 "거기 뭐가 있는"지, "뭘 보러 가는"지 물었다.

세계 3대 박물관이라는 구궁박물원이니, 두바이에 '부르즈 칼리파'가 완공되기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던 101빌딩 따위가 있다고 얘기해주었지만,
말하는 나조차 심드렁한 것을 듣는 이라고 수긍했을 리 없다.

사실, 이 계단을 보기 위해서라고,
2007년 고인이 된 대만 뉴시네마 감독 에드워드 양의 유작 <하나 그리고 둘>에서
꼬마 주인공 양양이 친척 누나들이 던진 신발을 주우러 가던 위안산다판뎬(그랜드 호텔)의 이 계단을 보러 가는 거라고,
말하진 못했다.
내가 보고자 했던 건 대만 뉴시네마 감독들-허우 샤오시엔, 에드워드 양, 차이 밍량-의 영화 속 타이베이의 '볼 수 없는' 공기였고, 아우라였다.

아우라를 좇는 여행의 허망함이야 익히 경험해온 바지만,
2008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제2회 대만영화제 포스터로 사용되기도 했던 그 장면,
그 장소를 보았던 순간만큼은 가슴이 먹먹해졌다.
사람들이 볼 수 없는 뒷모습만 사진으로 찍던 꼬마 양양이는 아직 내 마음속에 산다.

여행지의 매력이란,
이렇게 때로 지극히 내밀하고 개인적인 기억에서 나온다.
비록 말로는 "타이베이 어땠어?"란 질문에 "너무 더워서 아무 생각이 없었어"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을지라도.
어느 정도의 '오글거림'이 허용되는 글을 빌려 이야기하는 진심은 이런 것이다.



제2회 대만영화제 포스터
<하나 그리고 둘>의 한 장면
(포스터에는 양양이 주우러 가는 신발이 지워져 있다.)









<하나 그리고 둘>에서 NJ의 처남 아제의 결혼식이 열리고, NJ가 30년 만에 첫사랑과 재회하는 곳으로 등장했던 위안산다판뎬(그랜드 호텔)
(정문이 까마득하게 보일 만큼 어마어마한 규모다.)
타이베이 제1의 특급호텔이자 관광명소로, 실제로도 결혼식이 자주 열린다고 한다.
드라마 <온에어>의 촬영지로 낯익은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