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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가상의 세계에서 길 잃은 청춘들에게(Q1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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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0'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 시작한 드라마였다.
10대 취향의 스타가 나오는 그저그런 이야기 아닐까 싶었으나
예상과는 달리 몹시 따뜻하고 진지한,
때때로 이와이 슌지의 영화들을 연상시키지만
90년대가 아닌 21세기를 살아가는 이들이 만든 이야기였다.

이 드라마에는, 이와이 슌지가 그려내는
애벌레에서 나비로 탈바꿈하려 하는 청춘의 자기파멸적인 연약한 감수성은 없다.
대신에 청춘을 지나온 세대가
이제 청춘을 맞이한 세대에게 보내는 소소한 응원과 바람이 담겨 있다.
그러면서도 '20세기 소년'이 자랑스럽게 내보였던,
로봇을 꿈꾸었던 저 대단한 일본의 1970년대 청춘들의 향수와 자긍심도 잃지 않는다.

오타쿠와 록밴드, 입시와 진로가 공존하는 일본의 평범한 고교 생활에,
가족과 마을, 사회를 덧그리고
로봇, 시간여행, 지구의 미래라는 SF적 소재를
세계와 미래, 삶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와 함께 녹여낸다.
그럼으로써 새로운 세대에게
삶이란 고달프지만 세상은 충분히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임을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우리는 차가운 조직이 아니라 서로가 부대껴 살아가는 '공동체' 속에 있고
분명 저 앞의 미래가 밝지도 않고 쉽지도 않겠지만
아마도 기대한 만큼 행복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아마 나와 관련된 이들이 평안하기를 바라며
있는 힘껏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이다.
이 큰 세계에서 우리는 아주 아주 조그만 일부분이지만
우리가 얼마나 쉽게 저 거대한 세계를 망가뜨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다정하게 충고한다.

그렇게 동시대 일본인들은 한국인과는 반대편에 서 있다.
공동체가 불안정한 나라, 살아남으려면 개인과 가족이 최선이었던 사회에서
지나치게 똑똑한 한국인들은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서슴없이
정말로 힘겹게 세워놓은 우리의 공동체를 망가뜨렸다.
이제 저 어두웠던 70년대, 80년대에 청춘을 보낸 세대에게
풍요 속에서 방황해야 할 청춘도 없이 어른이 된,
그래서 이기적이고 자기 성찰도 부족한 젊은 세대가 못마땅하겠지만,
다른 시대,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불행의 질이란 결코 비교할 수 없는 법이다.
바꿔 말해 이 시대의 불행한 청춘에게 필요한 것은
큰 소리의 가르침만이 아니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