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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카뜨린느 브레야(Catherine Breillat) 감독의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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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여성 감독인 까뜨린느 브레야(Catherine Breillat)의 새 영화 <미스트리스>(Une Vieille Maitresse, 2007)가 7월 31일 개봉 예정이더군요. 포스터를 처음 봤을 때는 이게 왠 시대극인가 하면서 약간 실망스러웠습니다. <팻 걸>(2001)과 같은 현대물이라면 얼마든지 보러갈 생각이 있지만 갑자기 시대극이라니요. 작년 프랑스 영화계에 시대극 열풍이라도 불었던 건지, 올 연초에 개봉했던 프랑소와 오종의 <엔젤>(2007)도 빅토리아풍의 의상을 입고 나오는 영화였지 않았습니까. 그리하여 결국 안보고 말았습니다.

<미스트리스> 개봉을 기념해서 오랜만에 영화 감독 트리뷰트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국내에 소개된 이 감독의 영화가 몇 편 안되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제가 다 본 것 같더라고요. 13편의 연출작들 가운데 해당 영화들만 간략히 정리하겠습니다.


카뜨린느 브레야가 17세에 발표한 첫 소설 <쉬운 남자>(L'homme Facile)는 18세 이하 판매금지 조치를 당하는 와중에도 프랑스 서점가의 베스트셀러에 올랐었고, 이후에도 발표하는 작품마다 노골적인 묘사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작가였습니다.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기 위한 수단으로 글을 써왔다고 밝힌 카뜨린느 브레야는 1972년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파리에서 마지막 탱고>에서 배우로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카뜨린느와 모모씨>(Catherine et Cie)가 1975년 미셀 보아롱 감독(<개인 교수>(1968)의 그 분이로군요), 제인 버킨 주연으로 영화화되었고 이듬해 76년에는 자신의 소설 <Le Soupirail>을 각색한 감독 데뷔작 <리얼 영 레이디>(Une Vraie Jeune Fille)를 연출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무려 23년간 상영이 금지되었다가 지난 1999년에야 빛을 볼 수 있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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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티스>(Bilitis, 1977)는 카뜨린느 브레야 감독의 연출작은 아닙니다만 삐에르 루이스의 원작을 각색한 작가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크리딧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작품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본 건 77년이 아니라 90년대 초반이었을 겁니다. 오랫동안 국내에서는 상영할 수 없었던 프랑스 예술 영화가 개봉한다고 해서 가봤는데 여성 동성애를 다룬 작품인 줄은 몰랐죠.(정말?) 영화에 대한 이해가 짧았던 시절이기도 했지만 하도 들어낸 장면이 많아서 무슨 내용인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몇 년 전에야 카뜨린느 브레야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다시 발견하고 옴마야 했던 작품입니다. <빌리티스> 이후에도 카뜨린느 브레야는 다른 감독들의 프로젝트에 원안과 각색, 각본으로 꾸준히 참여했고 자신의 연출작들도 계속 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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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망스>(1999)는 카뜨린느 브레야 감독이 5편의 장편과 1편의 단편 이후에 만든 통산 7번째 연출작으로 까뜨린스 브레야 감독의 영화들 가운데 국내에 처음으로 개봉한 작품입니다. 이건 극장에서 본 것이 아니라 다른 작품들을 본 이후 재고 정리를 하는 비디오 가게에서 발견하고 구입해서 봤습니다. '로망스'라고 하면 낯익은 클래식 기타 선율부터 떠올리시는 분이 많을텐데 영화 <로망스>는 사실상 세미 포르노에 가깝습니다. "남성의 시각으로 여성성을 착취하는 여자 감독"이라는 오명을 선사해준 작품이기도 하죠. 이탈리아 출신의 현역 포르노 배우 로코 시프레디(Rocco Siffredi)를 캐스팅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고요. 줄거리는 결혼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여주인공 마리(까롤린 뒤세)의 성적 모험극 정도라고 할 수 있는데요 노교수의 집에서 사드-마조히즘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던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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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 걸>(À Ma Soeur!, 2001)은 카뜨린느 브레야에게 명실공히 국제적인 영화 작가로서의 명성을 안겨준 작품입니다. 국내에는 2004년 8월에 개봉했었습니다. 76년에 자신의 첫 영화를 찍었으니 영화계 짬밥 25년만에 드디어 이역만리의 영화팬들에게까지 그 이름을 알릴 수 있게 해준 작품을 내놓았다고도 있겠습니다. 물론 이렇게 된 데에는 카뜨린느 브레야 본인의 내공이 그만큼 쌓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 작품이 베를린과 깐느 영화제 등에서 두루 수상을 했기 때문이었죠. 까뜨린느 브레야 감독의 이전 작품들을 다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알이 먼저였는지 닭인 먼저였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만, <팻 걸>을 뭐 그냥 사춘기 소녀들 이야기이겠거니 하고 봤다가는 정말 화들짝 놀랄 수 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기존에 갖고 있던 여성 영화에 대한 인식을 송두리채 바꿔준 작품으로, 그리고 카뜨린느 브레야 감독의 작품들 중에 첫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작품이 <팻 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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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 걸>과 함께 2004년에 연이어 국내 개봉했던 <섹스 이즈 코메디>(2002) 는 <팻 걸>을 촬영하면서 카뜨린느 브레야 감독이 경험하고 느꼈던 바에 기초한 또 한 편의 여성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이킹 필름은 아니지만 극 중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영화가 <팻 걸>의 설정과 거의 같은 데다가 <팻 걸>에서 충격적인 미모를 선보였던 록산느 메스퀴다가 다시 한번 영화 속 영화 촬영을 위해 피눈물을 흘리는 어린 여배우로 출연합니다. 영화 감독 쟌느 역에 <니키타>(1990)의 그녀, 안느 빠릴로가 오랜만에 국내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지요. 전반적으로 영화 촬영장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코믹한 톤으로 그리고는 있습니다만 마지막 '결정적 장면의 촬영 씬'에서는 결국 숙연한 마음이 들게 만들었던 작품입니다.


<팻 걸>과 <섹스 이즈 코메디> 이후에 카뜨린느 브레야 감독은 자신의 소설 <포르노크라티>를 영화화한 <지옥의 체험>(Anatomie De L'Enfer, 2004)으로 필라델피아 필름 페스티벌에서 심사위원상(최우수 극영화)을 받기도 했지만 국내에는 소개되지 못했습니다. 설마 로코 시프레디가 주연을 했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겠죠. 그리고 2007년에 이르러 19세기 프랑스 소설가 Jules-Amedee Barbey d'Aurevilly의 1851년 원작을 각색한 <미스트리스>로 다시 깐느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 황금종려상 후보에까지 올랐습니다. 그외 다른 영화제에서는 전혀 초청받은 바가 없는 걸 보면 완전히 프랑스 내수용 영화였던 건가 싶기도 하고요.

카뜨린느 브레야 감독에 대한 허접한 트리뷰트 포스팅을 작성하면서 개인적으로 <미스트리스>를 역시 봐야겠다고 마음을 굳히게 만든 것들이 있습니다. 사실 카뜨린느 브레야 감독의 영화임을 알면서도 포스터만 봤을 때는 그다지 큰 호감이 가질 않았던 작품이었는데요, <팻 걸>과 <섹스 이즈 코메디>의 록산느 메스퀴다가 출연했다는 것에 한 점, 여기에 주연 여배우가 아시아 아르젠토라는 사실에 다시 한 점을 추가했습니다. 남자 주연인 후아드 에이트 아투는 연기 경험이 없는 신인이었다는데 굉장히 잘했다고... 그거야 봐야 아는 거겠죠. 마지막으로 <미스트리스> 포스터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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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샤시가 심하게 들어간 국내용 보다는 영미판 포스터가 한결 낫군요.
The Last Mistress라는 영어 제목 위에 아시아 아르젠토를 내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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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판에서는 아시아 아르젠토와 록산느 메스퀴다의 얼굴도 알아볼 수 있고
영화의 기본 설정을 약간이나마 추측할 수 있는 힌트가 제공되고 있습니다.
설마 스릴러 영화는 아니겠죠? 아시아의 눈매가 흠 좀 무섭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