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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그들 각자의 영화관 (Chacun Son Cinema,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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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느 영화제 60주년 기념작. 영화관이라는 공통 소재에서 출발한, 무려 서른 다섯 명의 거장들이 만든 그들 각자의 단편들. 과연 깐느가 아니면 어디서 이런 프로젝트를 할 수 있었겠나 싶으면서도 그래 참 잘 나셨네요, 하게 되는 얄궃은 심정이었달까. 왠지 제대로 만든 영화 같지가 않고 다른 DVD 타이틀에 번들로나 들어가야 어울릴 법한 이상한 조합품은 아닐까 의심했다. 그래야만 조금이나마 공평한 세상을 살고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거봐, 괜한 문화 사대주의 같은 건 가질 필요가 없다고. 깐느라는 브랜드에, 그리고 유명한 감독들의 이름값 때문에 헬렐레 하면서 달려드는 건 역시 쪽팔리는 일이잖아. 그러나 제 집안 잔치를 위해 만들었다는 이 짤막짤막한 필름 쪼가리 모음집은 문화적 왜소감에 시달리는 어느 관객의 질투심을 가볍게 넘어서며 그 명성에 충분한 이유가 있음을 증명한다. 깐느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고 그 많은 감독들의 명성도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영화관을 드나들며 2시간짜리 여흥 이상의 그 무엇인가를 열심히 찾아왔던 관객들이라면 <그들 각자의 영화관>에 가득 담긴 수많은 쉼표들을 함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쉼표는 지구 반대편에서 보내온 깐느에 대한 따뜻한 존경과 축하의 메시지이기도 하고 또 어떤 쉼표는 미래의 영화가 좀 더 관심 가져줘야 할 또 다른 반대편의 모습을 비춰주기도 한다. <그들 각자의 영화관>은 과연 그들 각자의 이해와 관심, 스타일과 연출 역량을 반영하는 개별적인 작품들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한데 모여 상영되는 동안은 결국 같은 결론으로 수렴된다. 우린 오랫동안 영화를 사랑해왔고 영화와 더불어 사랑했으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사랑하게 될 사람들이라는 거다. 아무런 강요나 원칙도 필요하지 않다. 한결같은 그 마음 하나로 충분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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