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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타이페이 천일야화(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2010)




첫 번째 질문, 당신은 카페에서 무엇을 즐깁니까?
에스프레소? 라테? 카푸치노? 케이크와 초콜릿?
아니면 카페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사람들과의 수다가 다른 무엇보다 좋습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왜 카페에 가나요?
사는 데에 반드시 필요하지도 않은 커피와 간식을 비싼 값을 치르고 즐기는 것이,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일이 낭비라고 생각하지는 않나요?

때로는 왕가위를, 때로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떠올리게 하는,
감각적이고 세련된 영상으로 이루어진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에는
우리가 카페에서 만나기를 소망하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추억과 이야기, 새로운 사람과의 인연, 여행과 머무름이
라테의 우유와 커피처럼 조화롭게 뒤섞여 있다.

그리고 영화는 "36개의 이야기"라는 원제 그대로
마치 타이페이판 '천일야화'처럼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화들을 들려준다.
사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기묘하고 아름다운,
전 세계 여기저기에서 타이페이의 한 카페로 모인
다양한 비누에 덧붙은 이 이야기들은
독특한 일러스트와 함께 이번에는 이 장소와 사람들의 마음에
어쩌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일지도 모르는 환상을 선사해준다.

상상력 없는 생활을 강요받아 마치 종이 인형처럼
세상의 풍파에 그저 흔들리기만 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영화는 마치 잃어버렸던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어주는 듯하다.

한 사람은 이야기로만 들었던 세상을 직접 만나기 위해
예정도 없던 여행을 떠나고,
또 한 사람은 자신이 서 있는 그곳에 제대로 정착하기로 결심하게 되는데,
계획과는 다른 이런 엇갈림이야말로 삶의 기이함이자 당연한 일부분일 것이다.
여행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 집을 떠나기 전
낯선 어떤 곳을 상상하는 그때임을 알기에
영화는 이제 새로운 사건이 시작되기 전에 하던 이야기를 세련되게 끝낸다.

타이페이에 간다면 당신은 조금은 촌스럽고 그럼에도 이국적인
대도시의 풍경과 정취를 볼 것이고
그래서 실망할 수도 있고 반대로 그 매력에 사랑에 빠질지도 모른다.
직접 가서 이를 확인해보고 싶을 정도로
이 영화는 매혹적으로 한 도시를 찍어 우리를 타이페이로 초대한다.
이제는 내 자신이 이야깃거리를 들고 카페로 찾아가고 싶어지니 말이다.

*덧붙임-영화에 나오는 실제 카페에 대해 알고 싶다면 아래 사이트를 참고할 것.
http://viablog.okmall.tw/blogview.php?blogid=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