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설에 존재하는 갓파를 주인공으로 한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은 현대 사회에 등장한 갓파와 소년의 우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에도 시대에 일어난 지진으로 수백 년간 땅 속에 묻혀진 갓파는 고이치라는 소년을 통해 눈을 뜨게 된다. 사무라이에게 아버지가 잔인하게 살해된 광경을 눈 앞에서 본 갓파는 사무라이에 대한 두려움으로 떨면서 고이치 가족을 경계하지만 친절하고 사려깊은 고이치 가족의 도움으로 본래의 모습을 회복한다.
쿠라는 이름을 인간에게 부여받은 갓파는 고이치 가족과 지내면서 새로운 세상에 점점 눈을 뜨게 된다. 고이치 가족과 스모를 하면서 우정을 쌓아가게 되며 내면의 말을 할 줄 아는 개 '아찌'와 우정을 나누면서 쿠는 현대의 일본사회에 적응한다. 한편 쿠와 같은 갓파가 사는 늪지를 찾아주기 위해 고이치는 쿠를 가방 속에 숨긴 후 함께 여행을 떠난다. 처음으로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여행을 떠나는 고이치의 모습은 소년이 성숙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자신과 다른 존재이지만 쿠와 고이치는 마치 친구처럼 물을 함께 뿌리면서 더위를 이겨내고 강에 들어가 함께 수영을 하면서 즐거운 추억을 쌓는다. 도시 속에서 살던 고이치가 쿠와 함께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모습은 아름다우면서도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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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부에서 갓파와 소년과의 우정을 인상적으로 그려냈던 영화는 쿠가 유명세를 타는 과정을 통해 호기심으로 시작된 인간의 악의가 갓파라는 순수의 결정체를 잔인하게 파괴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데, 쿠의 심정은 고려하지 않은 체 카메라로 갓파를 담는데에만 열중해 대는 인간들의 잔인한 이면을 인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고이치네 집에 갓파가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고이치 네 가족은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한 체 파파라치들과 시민들에게 둘러 싸이게 된다. 카메라를 무서워 하는 쿠를 위해 고이치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미디어의 접근을 막기 위해 커튼을 치고 전화선을 뽑고 집 밖에 나가지 않은체 그를 보호하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고이치 네 가족의 노력은 허사가 된다. 결국 갓파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고이치의 아버지는 캠코더로 쿠를 담아내어 여론을 무마하려 하지만 오히려 갓파의 실체를 증명이 되면서 갓파를 보기 위한 호기심은 더욱 증폭된다. 결국 쿠는 자신을 보호해준 고이치 가족을 위해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지만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던 사무라이의 후손을 만나게 되면서 쿠는 정신적인 아픔을 겪게 된다. 아버지의 팔을 눈 앞에서 본 쿠는 아버지에 대한 상실감으로 눈물을 흘리지만 카메라는 쿠를 담아내기에 정신이 없다.
결국 쿠는 인간의 악의에 대해 경계했던 아버지의 심정을 스스로 깨닫게 되면서 인간들이 없는 세상을 찾아 도망간다. 쿠를 도와주기 위해 개 '아찌'가 사람들을 피해 달리지만 인간들은 쿠를 발견하자 휴대폰을 꺼내들어 사진을 찍어대기 바쁘다. 사람들을 피해다니던 아찌는 결국 차에 치여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자신과 같은 처지였던 아찌의 죽음을 목격한 쿠는 마치 킹콩처럼 사람들이 없는 곳인 송신탑을 향해 올라간다. 송신탑에서 빌딩으로 가득찬 인간들의 세상을 바라본 쿠는 자신이 살만한 곳이 없다는 곳을 깨닫고 죽음을 결심하지만 아버지의 슬픔이 비로 표현되면서 신령적인 존재인 용이 등장한다. 죽음을 각오했던 쿠는 갑자기 등장한 용의 등장을 통해 아버지의 뜻을 이해하고 죽음을 포기한다. 촬영을 한다는 호기심으로 들떠 있었던 고이치 네 가족은 뒤늦게 자신들에게 소중한 존재였던 쿠를 살리기 위해 송신탑에 올라가 쿠와 재회하게 된다.
쿠를 마치 가족처럼 잘 대해주었던 고이치 가족은 쿠를 인간세상에 두는 것이 그에게 옳지 않은 것임을 깨닫는다. 어느 날 우연히 우편엽서를 받은 쿠는 엽서에 써있는 장소로 돌아가기로 결심하자 고이치 가족은 쿠와 마지막 작별을 하기 위해 아찌의 영정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쿠를 택배상자에 담아 그를 도와준다. 상자를 보내기 위해 편의점에 맡긴 후 제대로 보내고 있는지 궁금해 거리에 앉아 기다리는 고이치의 초조한 감정은 뭉클한 감동을 준다. 쿠를 담은 상자를 실은 택배 차량을 쫓아가면서 눈물을 흘리는 고이치의 모습은 두 친구의 작별처럼 뭉클한 느낌이 들었다. 한편 고이치와의 작별 후 인간들이 없는 새로운 땅에 정착한 쿠는 자신과 아버지가 머물 수 있게 해달라고 땅의 정령에게 기도하고 있는데, 잠시동안 빌리겠다는 쿠의 말은 인간들도 새겨들을만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가 사는 이 지구도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잠시 빌려쓰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연에게서 빌려쓰는 것이 아닌 소유하려고 노력했다. 갓파 쿠의 마지막 장면은 바로 우리가 사용하는 자연은 소유하는 것이 아님을 알려주는 좋은 모습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