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킹'은 한 남자의 욕망으로 인한 파국을 통해 기독교의 구원과 용서의 의미에 대해 의문을 제시한다. 영화의 주인공인 엘비스는 해군을 갓 제대한 청년이다. 그는 해군 복역기간 동안 모은 돈으로 차를 산 다음 어느 교회가 있는 곳을 향해 도착한다. 교회에 도착한 엘비스는 교회의 문 바깥에서 한 남자 목사의 설교를 묵묵히 지켜본다. 교회 내부에서는 데이빗 센도우 목사가 설교를 하면서 신학대학교 진학을 앞둔 자신의 아들인 폴을 소개하고 있다. 교회에 들어가지 못한 체 외부에서 목사의 설교를 지켜보는 행동은 마치 집에 들어가지 못한 체 문 밖에서 서성거리는 아이처럼 느껴지는데, 그가 데이빗을 직접 만남으로써 행동의 이유가 밝혀진다.
예배가 끝난 후 엘비스는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목사의 자동차를 쫓아간다. 엘비스의 행동을 의심스럽게 생각한 데이빗은 차에서 내린 후 그와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데이빗은 엘비스를 반갑게 맞이하지만 그가 다름아닌 자신의 옛 연인으로부터 나온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엘비스를 냉대한다. 데이빗은 자신의 과거는 신을 만남으로써 용서 받았다면서 엘비스를 외면한 후 가족들에게 엘비스에게 상종도 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이처럼 엘비스에게 데이빗의 가족은 자신이 들어가고 싶어하는 공간이지만 데이빗은 그를 가정의 평화를 파괴할 수도 있는 외부인으로 생각하고 그를 외면한다.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쓸쓸히 차를 모는 엘비스의 모습과 아버지가 사준 차를 타고 즐거워 하는 폴의 모습은 아버지로부터 인정 받은 자식과 인정 받지 못한 자식 간의 대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엘비스는 집을 임대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서서히 데이빗의 집으로 들어가려는 욕망을 구현하기 시작한다. 먼저 그는 데이빗의 딸인 말레리에게 접근하기 시작한다. 힘없어 보이고 억눌린 분위기를 가진 말레리는 드라이브를 하자는 엘비스의 요청을 듣고 아버지의 경고를 언급하면서 거절하지만 결국 그와 함께 드라이브를 타게 되고 엘비스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엘비스와 말레리의 비밀스러운 밀회는 점점 깊어지게 되고 엘비스는 데이빗의 집에 들어가 사랑을 나눌 정도까지 발전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밀회는 말레리의 오빠인 폴에게 들통이 나고 만다. 아버지의 말을 충실히 따르던 폴은 엘비스가 사는 곳까지 자동차로 쫓아와 그에게 말레리를 만나지 말 것을 요구한다.
엘비스는 말레리를 만나지 말라는 폴의 경고를 무시할 뿐만 아니라 급기야 그를 칼로 찔려 죽이고 만다. 그는 폴의 시체를 강가에 몰래 버리고 증거를 은닉하게 된다. 사냥을 하러 차고를 열다 폴의 활이 그대로 있는 것을 발견한 데이빗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지만 경찰은 전 날 폴과 데이빗이 예배 중의 찬송가 문제로 다투었다는 사실을 알고 폴의 실종을 단순히 아버지에 대한 반발로 인한 가출로 판단한다. 신의 믿음에 충실하던 아들이 실종되자 데이빗은 금식 기도를 드리고 성경을 읽으며 신의 응답을 기다린다. 하지만 신은 그에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급기야 그의 부인은 점점 믿음을 잃어가게 된다. 결국 데이빗은 아들의 실종이 자신의 사생아인 엘비스를 무시한데서 온 신의 심판에서 온 것임을 판단하고 엘비스에 대한 태도를 바꾸게 된다. 데이빗은 엘비스의 집에 직접 찾아와 폴에게 그랬던 것처럼 활 쏘는 법을 가르치고 자신의 집으로 그를 초대해 식사까지 함께 한다. 이처럼 데이빗은 엘비스를 마치 폴의 분신처럼 생각하면서 그를 아들로 대하기 시작한다. 폴을 살해해 그의 자리를 차지한 엘비스는 시간이 지나면서 가족과 함께 TV를 시청할 정도로 자신의 자리를 점점 굳혀간다. 이후 엘비스는 폴의 방에 있는 물건들을 하나씩 살펴보기 시작하고 집의 주변을 둘러보는데, 마치 자신의 소유물이 된 것을 기뻐하는 어린 아이처럼 엘비스는 폴의 유품들을 신기하게 만지기 시작한다. 폴을 살해하고 그의 자리를 차리해 폴 대신 아버지의 사랑을 받는 엘비스의 모습은 마치 성경 속의 '카인과 아벨' 이야기 같은 느낌이 든다.
엘비스를 아들처럼 대하던 데이빗은 자신의 교회에 그를 정식으로 초대해 신도들 앞에 자신의 원죄를 고백하게 된다. 그리고 엘비스를 자신의 아들이라고 신도들에게 공식적으로 선포한다. 초반부 장면에서 교회의 문 바깥에서 쳐다볼 수 밖에 없었던 엘비스는 드디어 가족과 교회의 일원이 된 것이다. 자신의 소원을 달성한 엘비스는 패스트푸드 점에서 종이를 접어 왕관 모양을 만든 다음 그것을 자신의 머리 위에 씌운다. 마치 자신이 가정 속의 왕으로 군림했다는 것을 자축하는 것처럼 그는 왕관을 씌어 자신의 모습을 자화자찬한다. 하지만 엘비스의 태도 변화를 지켜보는 말레리는 점점 그를 두려워하기 시작한다. 욕망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파멸시키는 남자의 본질을 파악한 말레리는 그에게 '우린 모두 지옥에 가고 말거야'라고 쓸쓸히 말한다.
양심의 가책 속에서 고통스러워 하던 말레리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진실을 알리게 되는데 마치 왕처럼 2층의 창문에서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는 엘비스의 모습은 이후 있을 파국을 암시한다. 카메라는 2층의 창문으로 바라보는 엘비스의 모습을 보여준 다음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카메라를 이동하는데, 마치 천천히 집안의 내부로 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줄 정도로 1인칭의 시점으로 집안의 내부를 보여주면서 욕망이 빚어낸 끔찍한 모습을 인상적으로 드러낸다. 모녀를 살해한 엘비스는 집에 불을 지르고 차를 타고 도망친다. 사이렌 같은 환청으로 들려오는 배경음악과 클로즈업된 엘비스의 표정은 죄를 저지르고 어찌할 줄 모르는 인간의 모습이 느껴진다. 엘비스는 차를 돌린 다음 데이빗이 있는 교회의 사무실로 향해 발걸음을 옮긴 후 데이빗을 향해 '이번엔 당신이 나를 위해 기도 해달라'(이 대사가 확실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요청한다. 이후 영화는 전광판으로 보여지는 데이빗 센도우 목사의 예배 일정을 보여준 후 마무리된다. 이처럼 '더 킹'은 한 남자가 가정 속에 속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구가 빚어낸 끔찍한 내용을 인상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인물의 불안스러운 심리를 부여하기 위해 헨드헬드 카메라로 인물의 모습을 클로즈업한 점이 특징인데, 인물의 불안감의 정서를 잘 담어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실로폰같은 악기로 연주하는 배경음악이 인상적이었는데 점점 고조되는 음향의 효과로 인물의 불안감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한편 '더 킹' 속의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과연 인간의 죄에 대한 용서와 구원이 단지 신에 대한 기도만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데이빗 센도우 목사는 자신에게 찾아온 옛 연인의 아들인 엘비스를 거부하면서 자신의 죄는 신을 만난 이후로 신에게 용서받았다고 그에게 말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사생아를 거부한 댓가로 자신의 아들을 잃게 된다. 스스로 용서받았다는 말뿐인 용서와 구원은 결국 자신에게 가장 가혹한 시련을 안겨주게 된 것이다. 마치 '밀양' 속의 여주인공이 하나님께 구원받았다고 믿은 나머지 자신의 아이를 유괴 살인한 남자를 용서할 수 있다고 믿은 교만처럼, '더 킹' 속의 목사도 신을 믿기 때문에 자신의 죄는 용서받았다고 스스로를 합리화 시키고 그 결과 자신에게 큰 시련을 안겨주게 된 것이다. 아들을 잃고 나서야 뒤늦게 자신의 죄가 씻어졌다는 것은 자신의 죄를 감추기 위한 합리화 였다는 것을 깨닫지만 그가 아들로 받아들인 남자는 이미 살인자가 되어 버렸다. 만약 데이빗이 처음부터 자신을 찾아온 엘비스를 매정하게 거부하지 않았더라면 자신의 가정이 파괴되는 끔찍한 결말을 맞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죄에 대한 구원과 용서는 신을 향한 말뿐인 기도가 아닌 스스로 행동하는 실천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엘비스가 멜라니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한 후 멜라니가 그의 손을 잡고 자신의 오빠를 살해한 남자를 위해 기도를 하는 장면도 용서와 구원이 기도로 이루어진다는 기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멜라니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오빠를 살해하는 남자의 죄를 신에게 구원해달라고 요청하는 모습은 선한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그 용서로 인해 엘비스는 자신의 죄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다. 결국 엘비스는 자신의 욕망을 충실히 이행하게 되면서 급기야 데이빗의 가정을 파괴하게 되고, 차를 돌려 데이빗에게 자신의 죄를 구원해 줄 것을 요청한다. 엘비스는 기도만으로도 자신의 죄를 사할 수 있다고 믿은 나머지 그를 찾아가게 된 것이다. 이후 등장하는 목사의 일정 스케쥴은 인간의 언어로만 표현되는 용서와 구원의 의미의 공허함을 인상적으로 드러낸다. 결국 '더 킹' 속의 인물들이 믿는 신앙이란 것은 기도만 하면 죄를 사면받을 수 있다고 믿는 인간들의 공허한 울림인 것이다.
ps1. 이 영화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요소가 하나 있는데, 영화 초반 엘비스가 해군을 전역한 후 가방에 장총을 넣어 들고 가는 장면이었다. 군대를 전역 했는데 왜 총을 가져갈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총기 자유화가 된 나라이기 때문에 전역 기념으로 주는 건가. 어쨌든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장면이어서 생소한 느낌도 들었다.
ps2. 폴 다노가 열성적인 기독교 신도로 나와서 '데어 윌 비 블러드'같은 광기를 기대 했었는데 아쉽게도 영화 속 비중은 작은 편이어서 조금은 아쉬었다.
ps3. 동물의 시체를 보는데 불편한 관객들은 조금은 잔인한 장면이 있으니 조금 불쾌감을 감내하시길 바란다. 재미있는 건 영화의 크레딧 말미에 영어로 영화 속에서 동물을 죽이지 않았다는 문구가 있었다는 것이다. 꽤 리얼한 장면이어서 난 진짜 시체인 줄 알았는데 가짜라고 문구가 나오니 당황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