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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선홍색 (Profundo carmesí,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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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있었던 살인 사건인 '론리 하트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진 레오나드 캐슬의 '허니문 킬러'라는 영화를 리메이크한 '짙은 선홍색'은 두 남녀의 엽기적인 살인행각과 최후를 보여주지만 그 끔찍함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처절하고도 슬픈 두 남녀의 사랑을 담아내고 있다.

영화 속의 두 남녀는 처음부터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였다. 형편없는 외모를 가진 코랄이라는 여자는 우연히 잘생긴 니콜라스라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남편없이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남자와의 사랑을 갈구하던 그녀는 아이를 고아원에 버리고 니콜라스를 찾아간다. 사실 니콜라스는 과부인 여자들을 찾아 돈을 훔쳐가는 제비같은 남자였다. 하지만 그 역시도 코랄과 같이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를 갖고 있었다. 그는 대머리 였던 것이다. 코랄을 만나자마자 돈을 훔치고 달아난 니콜라스는 자신의 집 안에 와 있는 코랄을 발견하고 그녀를 쫓아내려 하지만 코랄이 자신을 위해 아이까지 버리고 찾아왔다는 그녀의 말에 코랄을 다시 보게 된다. 게다가 코랄은 자신이 여동생 역을 할테니 니콜라스가 제비짓을 하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하면서 그와 범행에 동참한다.

영화가 계속되면서 그들은 점점 파멸의 구렁텅이 속으로 빠져든다. 그들이 범행대상을 물색하면서 과부인 여자를 속이고 그들의 재산을 빼앗고 심지어는 사람을 죽여 암매장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그 범행과정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두 남녀는 그들의 신체적인 약점을 서로 보호해 주면서 사랑의 감정을 키우게 된다. 코랄은 가발을 못쓰게 돼 분노하는 니콜라스를 위해 자신의 머리를 잘라 가발을 만들어 주고 니콜라스는 그녀의 정성에 감동해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그는 여태껏 많은 여자를 상대했지만 코랄처럼 대머리라는 자신의 신체적 컴플렉스까지 사랑한 여자를 처음 만난 것이다. 하지만 제비짓을 하는 동안 남녀는 사랑의 갈등을 겪는다. 제비짓을 하면서 니콜라스는 본의 아니게 여자와 잠자리를 같이 하게 되어 아이를 임신하게 되고 자연히 아이까지 버리고 그를 따라간 코랄은 니콜라스의 행동에 분노한다. 코랄은 결국 모성애라는 인간의 본성을 버리지 못한 것이다. 정체가 들통나자 여자를 죽인 니콜라스는 여자의 아이마저 죽이려고 한다. 코랄은 니콜라스에게 자신이 아이를 죽이겠다고 말하지만 아이를 죽이는 과정에서 눈물을 흘린다. 그녀는 자신의 죽은 아이의 시체를 부둥켜 앉으면서 자신이 키울거라고 부르짖는데 그녀의 모습은 뒤늦은 모성애가 드러나는 너무나도 슬픈 장면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