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모두 잘 지내고 있다오'는 몇 년째 연락이 없는 자식들이 그리워 자식들 몰래 그들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5명의 자식을 둔 스쿠로 노인이 자식들이 사는 도시들을 찾아 떠나는 로드무비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여기에 초현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이미지들을 연출하면서 노인의 아름다운 추억과 자식을 그리워 하는 애타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예를 들면 다 큰 성인이 된 자식들이 아직도 아이처럼 느껴진다는 노인의 말처럼 영화 속에서 자식을 만날 때 그 자식이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점이 특징인데 자신이 키웠던 자식들의 어린 모습은 성인이 된 자식들의 현실적인 모습과 대비돼 순수했던 자신의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5명의 자식들 중 유일하게 연락이 되지 않는 알바로의 집에 전화를 걸어 자동 응답기 속의 음성이 나오는 동안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 같이 스쿠로 노인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정지 상태에 있다가 음성이 끝나면 정지되어 있던 사람들이 다시 움직이는 초현실적인 장면을 보여주는데 자동응답기 음성이 나오는 동안은 시간이 멈춰 있는 것 같다는 노인의 애타는 목소리처럼 자식의 안부를 그리워 하는 아버지의 초조한 마음이 초현실적인 장면을 통해 드러난다. 한편으로는 환상적인 영상을 통해 노인의 옛 추억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자신이 신혼 시절 처음으로 묵었던 호텔의 방을 찾아 첫날 밤을 보냈던 아내와의 애틋한 추억을 보여준다. 또한 오페라 광이었던 자신이 시칠리아에서 사는 동안 가보지 못한 스칼라 극장을 찾아가 그 속에서 자신을 위해 공연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를 보는 장면도 인상적인데 특히 이 장면에서는 이 영화의 배경음악을 작곡한 엔니오 모리꼬네가 지휘자로 출연한다.
하지만 '모두 잘 지내고 있다오'는 마냥 노인의 아름다운 추억만을 담은 영화가 아니다. 노인이 자신의 자식들을 찾아가면서 겪는 에피소드 들에는 현대 이탈리아 사회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자식들의 안타까운 모습들이 담겨져 있다.
스쿠로 노인은 자신의 유일한 가족 사진을 승객들에게 보여주면서 사회에서 성공한 자식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찾아간 자식들의 모습은 노인의 기대와는 달리 사회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다. 잘 나가는 정치인으로 알고 있었던 카니오는 실제로 당 내에서도 입지가 전혀 없는 인물이었고 인기 패션 모델로 활약하는 줄 알고 있었던 토스카는 실제로는 란제리 모델로 생활을 하고 사는 집에서 쫓겨날지도 모르는 불안한 신세이다. 유명 오케스트라에서 연주자로 있을 줄 알았던 굴리엘모는 자신의 일에 만족스럽지 못한 체 북을 치길 기다리는 신세이고, 회사의 임직원이면서 화목한 가정을 꾸린 줄 알았던 노르마도 사실은 전화국의 평범한 직원으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고 화목할 줄 알았던 가정은 아버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꾸민 거짓에 불과했다. 게다가 스쿠로 노인이 애타게 찾고 있었던 큰 아들 알바로의 행방은 더욱 충격적이다. 그가 찾던 알바로는 1년 전 우울증으로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던 것이다. 온 가족이 모여 함께 식사를 함께 하고자 했던 노인의 소원은 무참히 깨지고 그가 여태껏 자랑스럽게 생각한 아이들의 실제 모습을 보고난 후 그가 얻은 것은 상처 뿐이었던 것이다. 스쿠로 노인은 자식을 만나러 간 여정을 통해 뼈저린 교훈을 얻게 된다. 자식을 훌륭히 키우기 위해서는 단지 부모의 희생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부모의 희생보다도 자식들에게 정말로 필요했던 건 추천장과 돈, 그리고 졸업장 등이었다고 고백하는 그의 말은 현대 이탈리아의 냉혹한 모습을 목격한 그가 느낀 뼈저린 교훈인 것이다.
결국 고향으로 돌아온 스쿠로 노인이 아내에게 여행의 소감을 말하면서 영화가 끝나는데 그는 애써 자식들이 모두들 잘 있다고 말하면서 아내를 부여잡는데 마지막에서야 아내의 정체가 밝혀진다. 그의 아내는 사실 이미 이 세상에 없었던 것이다. 사실 초반의 독백을 보기만 해도 그에게 지금 아내가 없다는 걸 짐작할 수는 있었지만 온갖 어려움을 겪고 나서 아내의 무덤 앞에서 애써 긍정적으로 말하며 눈물을 터트리는 노인의 모습은 안타까운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엔딩 크레딧에서 나오는 한 손에 돈을 든 아이의 모습은 결국 아이의 행복을 결정짓는 건 부모의 사랑이 아닌 돈이라는 냉혹한 모습이 드러나 더욱 슬펐다. 감독의 냉혹한 메시지가 씁쓸하기는 했지만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슬픈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