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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작별 (El faro del sur, The Lighthouse,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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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하우스 모모에서 개최한 <라틴 아메리카로 떠나는 영화배낭여행> 영화제 상영작들 중 '작별'이란 영화를 감상했다. 처음 들어본 제목과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아르헨티나 영화라는 점이 조금 마음이 걸렸지만 좀처럼 보기 어려운 영화를 이번 기회에 볼 수 있다는 점이 끌려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는 한 사진첩 속의 인물들을 클로즈업으로 보여주고 있다. 다정한 가족처럼 보이는 인물들의 모습을 비춘 후 영화는 밤길에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하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교통사고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메메와 아네타는 자신들의 고모가 사는 우루과이를 향해 떠나게 된다. 교통사고로 다리를 절게 된 메메는 신발을 부두에 놓은 후 '다시는 이 저주받은 땅에 오지 않을거야'라는 말을 남기며 새로운 보금자리로 떠나게 된다. 한편 영화는 비내리는 날 조용한 호텔에 찾아온 정체불명의 일행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중년의 두 남자와 젊은 여인은 그 곳에 머물기 위해 호텔에 들어오고, 한 청년이 그들을 불안한 눈길로 바라본다. 이처럼 영화는 메메와 아네타가 부모 없이 살아가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면서 낯선 호텔에 찾아온 정체불명의 일행들의 모습을 영화의 중간마다 삽입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미스테리한 구성을 취한다. 그래서 영화의 초반에는 호텔에 찾아온 이들이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지만 메메와 아네타의 삶의 과정을 순차적으로 지켜보면서 호텔에 찾아온 일행의 정체를 조금씩 드러낸다.

메메와 아네타는 고모들이 사는 우루과이로 이동해 조금씩 교통사고의 후유증에서 벗어나게 된다. 메메와 아네타는 자매이지만 서로 다른 성격을 갖고 있는데, 메메가 과거의 기억을 잊기 위해 사진첩을 꺼내보는 것을 싫어하는데 반해 어린 아네타는 항상 사진첩을 꺼내 가족들을 바라본다. 한편 메메는 자신의 삶의 목표를 갖고 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자신의 아이를 갖는 것이다. 그래서 메메는 우루과이에서 만난 첫 사랑에게 자신의 순결을 바치려 하지만 남자는 메메의 다리에 난 흉터를 보고 겁을 먹는다. 실연의 아픔을 겪은 메메는 고통스런 기억을 지워내기 위해 여정을 떠난다. 이런 식으로 영화는 메메의 사랑의 비극의 과정을 보여준다. 여정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정착한 메메는 다양한 남성들을 만나면서 적극적으로 사랑을 갈구하지만 그녀가 만나는 남성들은 메메의 기대를 저버린다. 우연히 만나게 된 어머니의 친구 돌로레스의 도움으로 메메와 아네타는 방황을 벗어나게 되지만 사랑의 아픔을 겪은 메메는 점점 담배와 술에 의존하게 되고 자신의 뒤틀린 인생을 저주한다.

어린 아네타는 메메가 사랑의 아픔 속에서 살아가는 동안 그녀를 위로해줄 유일한 혈육이자 친구였다. 아네타는 말장난을 하면서 메메를 놀리기도 하며 때로는 말싸움을 하면서 아네타가 메메에게 다리병신이라고 놀리고, 메메는 자신을 놀리는 아네타를 쫓아다니며 싸운다. 하지만 어느 새 두 자매는 서로에게 가졌던 앙금을 풀고 그 누구들보다 진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어린 아네타가 성인으로 성장해가면서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는 과정을 지켜본 메메는 아네타와 점점 사이가 벌어지면서 갈등한다. 많은 남성들을 만나면서 사랑의 아픔을 겪었던 메메는 자신의 여동생이 그런 전철을 밟길 원하지 않았지만 아네타는 언니의 간섭이 못마땅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두 자매의 갈등은 후반부의 비극의 아픔을 극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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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작별'은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영화였지만 조금은 아쉬운 부분도 있었는데, 메메가 왜 그토록 아이를 갖길 원하는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영화를 볼 수록 사랑의 아픔을 겪는 메메의 안타까운 모습에 공감이 가기 시작하면서 그러한 결점을 어느 정도 감안할 수 있었다. 잉그리드 루비오라는 여배우를 이 영화에서 처음 알았는데 그녀의 인상적인 열연이 돋보였다. 그리고 얼마전 EBS 에서 본 '신부의 아들'의 주인공인 리카르도 다린과 주인공의 어머니 역을 연기한 노르마 알레안드로를 이 영화에서 볼 수 있어서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ps2. 슬픈 분위기의 영화답게 영화음악이 매우 아름답다는 점이 특징인데, 시네아트 홈페이지에 곡들에 관한 설명이 있어서 Aquellas pequeñas cosas 이란 노래를 찾을 수 있었다.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운 피아노 음과 남성 보컬의 목소리가 매력적인 음악인 것 같다.



Joan Manuel Serrat - Aquellas pequeñas cos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