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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신 시네마 천국 (Nuovo Cinema Paradiso, 1988)

한국영상자료원에서 개최한 '이탈리아 영화 특별전'의 상영작 중 신 시네마 천국을 감상했다. 예전에 '시네마 천국'을 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극장에서 영화를 감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실 어느 정도의 이야기를 알고 있어서 3시간 정도의 러닝 타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영화를 다시 보니 그동안 잊고 있었던 영화의 즐거움이 느껴지면서 어릴 적 토토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시네마 천국'은 중년이 된 토토가 알프레도의 죽음을 접하게 되는 장면을 통해 그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알프레도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통해 토토는 자신이 잊고 있었던 소중한 존재의 의미를 다시 깨닫게 되는 것이다. 풍경 소리가 울려퍼지는 효과 이후 영화는 토토와 알프레도의 첫 만남의 시절로 되돌아간다. 어린 시절 토토의 눈에 비춰진 영화는 신기함과 즐거움을 주는 마법과 같은 존재처럼 느껴진다. 신부가 검열을 위해 영화를 홀로 볼 때 커튼 너머로 영화를 바라보며 미소짓는 토토의 천진난만한 표정은 어린 소년에게 영화가 주는 즐거움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토토는 영사기사인 알프레도 아저씨의 영사실을 찾아가 그가 잘라낸 필름들을 가져가려 하지만 작업 중에 찾아온 불청객인 토토를 못마땅한 알프레도는 그를 내쫓는다. 이처럼 영화 상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두 사람의 만남은 서로 쉽게 다가가기 힘든 모습이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보여지는 두 사람의 모습은 나이와 세대를 넘어선 친구같이 느껴진다. 곤경에 처한 토토를 돕기 위해 돈을 건네는 알프레도의 재치 그리고 초등학교 졸업시험을 보는 알프레도와 거래하며 정답을 몰래 알려주는 토토의 영악한 행동은 영화를 보면서 절로 웃음짓게 만든다. 특히 알프레도가 꾀병을 부린 토토를 자전거에 태우고 함께 거리를 달리는 장면이나 두 사람이 함께 영사실에서 필름을 상영하는 장면에 등장하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은 관객에게 뭔가 북받쳐오르는 따스함과 그리움의 감정을 전달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알프레도가 영화를 보지 못해 바깥에서 항의하는 관객들을 위해 마치 마법처럼 영상을 벽을 타고 건너편의 벽으로 이동시키는 장면이다. 벽에 펼쳐진 영상을 바라보며 웃음짓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위해 호의를 베풀어주는 알프레도의 모습은 흐뭇하면서도 멋져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장면 뒤에는 비극이 등장하면서 토토의 소중한 존재들을 파멸시킨다. 불에 잘 붙는 옛 필름의 속성이 결국 영화관을 불태우고 알프레도의 삶을 망가뜨리고 만 것이다. 어깨 너머로 배운 덕분에 토토는 알프레도의 자리를 대신해 영사기사 자리를 얻게 되지만 소중한 친구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인 알프레도가 사라짐을 아쉬어한다. 하지만 토토의 영사실을 찾아온 알프레도의 등장으로 우울하던 소년의 마음은 기쁨으로 바뀐다. 알프레도의 손길을 통해 영화는 어린 토토를 퇴장시키고 젊은 토토의 모습을 등장시킨다. 알프레도와 토토의 우정 중심적이었던 영화는 이제 청년이 된 토토가 첫사랑의 경험을 하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 고향을 떠나는 모습을 전개한다.

불탄 옛 영화관 대신 자리잡은 '신 시네마 천국'이란 영화관을 통해 영화는 낡은 시대가 가고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이제 불에 의해 타지 않는 필름이 등장하고, 신부가 아닌 사업가가 운영하는 영화관 덕분에 사람들은 이제 성적인 측면에서 자유로움을 얻는다. 영화관을 통해 남자들이 성적 충동을 해결하는 어두운 부분이 등장하지만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면서 웃음을 짓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여전히 영화를 보면서 삶의 희노애락을 느끼는 사람들의 감정을 물씬 느끼게 만든다. 토토는 이제 소형 카메라를 통해 영화를 담아내기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첫사랑인 엘레나를 만나게 된다. 알프레도는 100일동안 기다리던 병사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이라는 순수한 감정으로 기다리며 상대방을 갈구할수록 그 실연의 상처는 더욱 커짐을 암시하지만 토토는 엘레나를 건너편 건물에서 기다리며 그녀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다. 오랜 기다림 끝에 토토는 엘레나와 함께 사랑의 감정을 키워가지만 현실적인 장벽은 그들의 사랑을 가로막는다. 그리고 토토의 군 입대 이후 끝내 대답하지 않는 엘레나의 편지는 그에게 사랑의 아픔을 가져다 준다. 고향으로 돌아와 방황하는 토토를 위해 알프레도는 이 곳에서 벗어나 너의 꿈을 실현시킬 것을 충고한다. 고향을 잊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알프레도의 조언을 들으며 고민하던 토토는 열차를 타고 고향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토토의 과거를 시간 순으로 전개하던 영화는 현재로 다시 복귀해 토토가 고향으로 귀환으로 장면으로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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