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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콘트라베이스 - 파트리크 쥐스킨트 (방안) 잠깐만 기다려 보세요.... 잠깐만..... 어디보자. 여기 어딘가에 있는데. 아, 여기 있네요. 여기 손에 수줍게 검지손가락을 대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어디선가 본 적있는 얼굴이라고요? 꽤나 오래된 흑백사진인것으로 보아 나이 좀 드신분 같죠? 아, 저기 저 분이 맞추셨네요. '파트리크 쥐스킨트'입니다. 그 사람이 누구냐고요? 이름은 들어 본 것 같은데명확히 안 떠오르시나 보네요. 와 의 작가죠. 유명하죠. 국내에서도 꽤나 이름 날렸죠. 가 유행할 때니까, 그게 벌써 15년 전이네요. 아, 3년전에 가 영화로 개봉되면서 다시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었죠. 아, 이제 다들 생각나시나 보네요. 부끄러워 하실 필요 없어요. 저도 작가 이름 보고 '누구지?' 했다가 책 날개에 달린 작가 소개 .. 더보기
[예언자] 범죄의 재탄생 예언자 (Un prophète) 자크 오디아르 감독, 2009년 사실적인 연출과 장르적인 쾌감의 독특한 조화 사람들은 교도소를 범죄자를 교화시키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그리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프랑스에서 온 영화 는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때로는 교도소가 평범한 사람을 진정한 범죄자로 재탄생시킨다는 사실을, 는 6년형을 받고 처음으로 교도소에 들어온 19살 청년 말리크(타하 라힘)의 삶을 빌려 이야기한다. 부모가 누군지도 모른 채 소년원을 전전하며 험한 세상을 홀로 살아온 말리크지만, 그에게도 처음 맞이한 교도소 생활은 만만치 않다. 어떻게든 낯선 교도소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안간 힘을 다하지만, 오히려 어수룩.. 더보기
[팻 걸] 너무나도 악몽같았던 그녀들의 경험 프랑스의 여감독 카트린느 브레이야는 유난히 '여성들'을 등장시켜 '성'과 연관시키는 영화를 많이 만들어냈다. 이번에 다시 보게 된 또한 그랬고, 그녀의 전작들, 그리고 가장 최근작인 까지도. 그녀의 작품들은 매번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은 그저 자매들의 첫경험 이야기일줄 알았던 포스터와는 달리 후반부의 파격적인 결말로 인해 내게는 '약간 어려웠던 영화'로 남아있었고, 다시 보게 된 지금 또한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는 영화다. 포스터대로 마냥 그들의 경험을 다루고 있을 것만 같은 영화는, 영화가 진행될수록 언니를 질투하는 여동생과 여동생을 약간 깔보는듯한 언니의 모습을 보여주다가 곧 그들의 판타지가 깨져버리고 이윽고 영화는 후반부로 갈 수록 점점 관객에게 불친절해진다. 영화는 겉모습이 아주 극과 극으.. 더보기
제로 포커스 (ゼロの焦点 / 이누도 잇신 감독, 2009) 의 이누도 잇신 감독을 생각하며 를 본다면 자못 놀랄지도 모를 일이다. 는 소설가 마츠모토 세이초 100주년을 맞아 메이저 스튜디오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만들어진 작품인 만큼 이누도 잇신 감독 스스로도 이전과는 다른 연출 스타일로 완성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스타일의 변화가 마냥 아쉽지만은 않다. 오히려 1950년대 일본을 배경으로 한 원작이 지닌 특유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단아하면서도 고전적인 연출은 오히려 영화를 위한 탁월한 선택으로 보인다. 추리소설이지만 사건의 추리보다는 사건에 얽힌 사연과 그 속에 담긴 드라마에 집중하는 가 처음부터 끝까지 흡입력을 발휘하는 데에는 히로스에 료코, 나카타니 미키, 기무라 타에 세 여배우의 연기의 힘이 크다. 특히 을 연상케 할 정도로 가슴을 파고드는 나카타.. 더보기
멘탈 (精神 / 소다 카즈히로 감독, 2008)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당신은 충격에 빠질지 모른다. 코랄 오카야마 정신건강 상담소를 찾는 사람들이 직접 들려주는 각자 나름의 사연들은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가 묵묵히 담고 있는 자살충동과 조울증, 섭식 장애와 환청 등 상담소를 찾는 이들의 구구절절한 사연들, 그리고 이들의 상처를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야마모토 박사와 상담소 직원들의 모습을 보다 보면 어느새 이들 역시 보통사람들과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은 정신병을 겪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가 과연 평범하지 않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를 당신에게 묻는다. 그저 이들은 곪을 대로 곪은 마음속 상처를 더 이상 견뎌내지 못했을 뿐, 상처의 원인인 고독과 불안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짊어지고 가야 하는 것임을 생각하게 만든다... 더보기
<나는 멋지고 아름답다> 24명의 멋지고 아름다운 영웅 는 24명의 장애인들의 이야기다. 중증 장애를 가진 사람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자신의 삶과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사회, 관계 맺은 사람들, 자신이 정한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그를 위해 사람이 기울일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노력을 해낸 사람들이다. 를 읽기 시작할 때는 마음 한구석에서 불안한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이 수 많은 성공서들처럼 몇몇 사람들의 성공을 일반화하고, 현실에서 불만을 이야기하는 소리를 재우거나, 사회적인 조건이 마련되지 않아도 개인의 노력이 있다면 얼마든지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책이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었다. 하지만 는 적어도, 성공확률 1%에 도전하고, 그것을 이룬 사람들만이 빛나고 아름답다고 이야기하는 책은 아니었다. 때론 주인공들의 성취가 입이 벌어질 정도로 놀랍고.. 더보기
선인을 위한 소나타(타인의 삶, 2007) 마리 A에 대한 회상 - 베르톨트 브레히트 1 푸르렀던 9월의 어느 날 어린 자두나무 아래서 나는 말없이 그녀를, 그 조용하고 창백한 사랑을 우아한 꿈을 꾸듯 품에 안았다. 우리 머리 위로 아름다운 여름 하늘에는 오랫동안 보아 온 구름 한 점 떠 있었다. 아득히 높은 곳의 새하얀 구름은 내가 올려다보았을 때, 이미 사라져 버렸다. 2 그날 이후 많은 세월이 소리 없이 흘러가 버렸다. 자두나무들은 베어져 없어졌을 것이다. 그 사랑이 어떻게 되었냐고 너는 나에게 묻는가? 나는 기억할 수 없다고 말하련다.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분명히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정말 생각 나지 않는다. 다만 그녀의 얼굴에 키스한 적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다. 3 구름이 거기 떠 있지 않았더라면 그 키스마저 오.. 더보기
[인 디 에어] 구름 속에서 찾는 목적지 누구나 인생을 살아오면서 자신만의 '목표'를 가지며 그걸 이룩하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 물론 그 목표들은 '대학 합격, 취업, 결혼' 등의 거창한 목표가 될 수도 있고, '시험 통과, 다이어트' 등의 소소한 목표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나 또한 나만의 목표가 있고, 나의 목표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소소한 목록'에 가깝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목표의 범위 혹은 크기가 작든지 크던지간에 그 목표를 세운 본인이라면, 그 목표 자체가 중요할 수도 있는 법이고 이러한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만의 목표달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하고 성취 결과에 따라서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왜 이렇게 사람들은 자신들의 목표 달성에 목을 맬까? 그 이유는 바로 목표란 일종의 '삶의 지표'이기 때문이다. 한 .. 더보기
<꼬마 니콜라> "아이들의 세계도 어른들의 세계만큼 복잡해요" 라고 아이들은 외치지만 그들 자신도 막상 어른이 되면 아이들의 세계를 잊어버린다. 천진난만하지만 한편으로 아이들은 그처럼 악의적이고, 순수한 만큼 복잡한 세상은 거꾸로 단순해진다. 어린 시절에 읽었던 르네 고시니의 는 장 자크 상페의 그림과 더불어 정작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악동들의 엉뚱한 진지함으로 익살스러운 영화 는 그 소란스러움 만큼이나 사랑스럽고 또 유쾌했다. 의 시절은 아마도 일본인들이 소화 시대를 돌이켜 생각하듯 프랑스인들에게는 가장 따뜻했던 20세기의 추억이 아닐까? 한국인은 식민지, 전쟁, 군부독재로 점철된 20세기를 결코 한 사람의 온전히 아름다웠던 시절로 차마 추억할 수가 없지만, 이 사랑스러운 영화에서조차 그런 생각을 할 만큼 내 자신이 나이가 들었음에 조금은 서글펐다. 더보기
[언 에듀케이션] ‘왜’ 배워야 하는지를 알려달라니까요! 언 애듀케이션 감독 론 쉐르픽 (2009 / 영국) 출연 캐리 멀리건, 피터 사스가드, 알프레드 몰리나, 카라 세이무어 상세보기 조금 얼뜬 게 흠이지만 귀여운 남자친구도 있고 라틴어는 약해도 에세이에선 늘 A+를 받으며 옥스퍼드 입학을 준비하는 “예쁘고 똑똑한” 여고생 제니는 두 가지 ‘성장’에 직면해 있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그리고 ‘소녀’에서 ‘여성’으로. 얼핏 같은 말처럼 들리지만, 이 둘은 다른 차원의 이중 과제다. 라캉의 악명 높은 언명 “여성(The Woman)은 존재하지 않는다.”에 대해, 영국의 라캉 연구 권위자 대리언 리더는 에서 이렇게 썼다. “소녀는 여성이 되지만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준비된 답이 없다. 여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자동적으로 얻을 수 있는 답은 없다.” .. 더보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_ 드디어 극장에서 본 뮤지컬 영화의 마스터피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West Side Story, 1961) 드디어 극장에서 본 뮤지컬 영화의 마스터피스! 영화팬으로서 갖게 되는 소원 중 하나라면, 동시대가 아닌 이전의 명작들을 비디오나 DVD등 홈비디오 매체가 아닌 극장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만나게 되는 경험일텐데, 개인적으로 극장에서 보지 못한 영화들 가운데 반드시 보고 싶었던 작품들 가운데는 데이빗 린의 처럼 압도적인 시네마스코프 영상과 스크린에서만 그 감흥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을 스케일 때문인 경우도 있었고, 오우삼의 처럼 단순히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라 '과연 극장에서 보았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하는 호기심과 기대 때문인 경우도 있었다. 하 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극장에서 '꼭 한번' 보고 싶은 작품으로 계속 꼽아왔던 것은 바로 이 작.. 더보기
[푸른수염] 동화의 재해석 '동화'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동화는 바로 '따뜻함, 꼬마 아이 '등 긍정적인 이미지가 아닐까. 동화 속의 예쁘고 착한 여자 주인공은 고난을 겪지만 결국 사랑하는 남자 주인공이 나타나고 이전의 그녀의 삶이 어땠더라도 결국 행복한 결말을 맞게 된다. 이렇게 동화라는 이미지는 무척이나 유쾌하며 그것을 읽는 독자인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게 된다. 하지만 놀랍게도 오래 전의 동화는 이와 정반대인 이미지인 '잔인함, 어두움, 폭력적'인 단어들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몇 해 전에 인기를 끌었던 『잔혹 동화』가 바로 이러한 이미지의 동화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들은 우리가 어릴 적부터 읽어왔던 밝고 유쾌한 이미지와는 동떨어져 있다. 이렇게.. 더보기
<시리어스 맨> 이런 코미디를 기다렸다 '사는 일'을 이해하고 해석하고 받아들이고, '살기 위한' 마음가짐과 태도를 정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얼핏 생각하면 '인생에 힘이 되는 100가지 말' 같은 경구인 것도 같지만, 실제로는 인생사 거칠게 살아온 동네 아줌마들이 슬쩍 튕겨주는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 먹어야지."같은 말이나 "애 그렇게 끌어안고 오냐오냐 키우지 마. 그래야 소용 없어."나 "죽으면 썩어질 몸뚱이 아끼면 뭘해. 한 푼이라도 벌어야지." 같은 거칫한 말들이 훨씬 직접적인 영향을 줄 때가 많다. 거기에 때때로 코엔형제나 채플린이나 개그맨이나 만화책 같은 엉뚱하고 난데없고 느닷없으며, 다른차원을 맛보게 해주는 희극과 유머가 주는 충격요법은 날 달걀 먹을 때 뒷꼭지에 뚫는 구멍처럼 요긴하고 신기하고 개운한 기분까지 더해줘서.. 더보기
<더 리더> 역사와 한 사람 사이의 괴리 당연하게도 그래서 놀랍게도, 이념과 역사, 한 사람의 삶은 동일한 지점에 놓여 있지 않다. 그 사이에는 미묘한 그러나 결코 메울 수 없는 괴리가 있다. 때문에 한 사람의 삶을 어떤 역사적 '정의'로 옳고 그르다고 판단하는 일은 쉽지 않으며, 따라서 하나의 절대적 잣대로 그 평가가 이루어져서도 안 된다. 삶의 애매모호함 혹은 현실의 불투명함을 방기하는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역사적 과오와 '악'을 방치하는 때일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어떤 역사적 순간을 경험했던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로서 함께 이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동시적 비동시성은 '역사'를 평가하는 데에, 어떤 '역사'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대한 어려움을 배가시킨다. 홀로코스트를 인류 역사의 아주 특별한 비극으로 (그래.. 더보기
<현대미술의 상실> 왜, 뭔가를 알아야만 미술을 볼 수 있지? 모든 심오하고 독창적인 작품은 처음에는 추하게 보이는 법이다 - 스타인버그 - 현대미술의 상실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지은이 톰 울프 (아트북스, 2003년) 상세보기 왜, 뭔가 알아야만 미술을 볼 수 있지? "미술은 보는 거잖아? 보면 다 보이잖아. 뭘 더 알아야 하지?" 이건 20세기 초 반까지만 통용되는 얘기였다. 현대미술 앞에서 이런 태도를 취했다간 미술관 안에 들어가서 머리를 쥐어 뜯거나, 시니컬한 웃음을 날리거나 하품만 하다 나오기 쉽다. 간혹 느낌이 팍 오는 작품을 만나기도 하지만, 이게 이렇게 느끼면 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 돌아와서는 검색을 해보고 자료를 찾아보지 않고는 맘을 놓을 수 없다. 속으로 "답이 있나? 보는 사람 맘대로지." 하며 당당하자 주문을 걸어도 '제대로 보는 거 맞아.. 더보기
<채식주의자> 차라리 탐욕 밖에 선 식물인간이 될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호평', '선댄스영화제 초청' 이런 딱지는 두 가지 방향으로 작용한다. "그 영화 궁금하네", 혹은 "졸지 않고 볼 수 있을까?" 이다. 필이 앞쪽으로 꽂히면 보는 거고, 뒤쪽으로 꽂히면 "에이 보지 말자."가 된다. 이번에는 앞쪽으로 꽂혔다. 연두와 보라, 밝은 노랑이 섞인 빛 속에 고개를 살짝 숙인 여배우의 시선이 너무 궁금했다. 포스터가 극장으로 불렀다. 참고로, 는 작가주의가 짙은 영화다.(좋게 말하면) 해서 불친절한 면이 있으며, 명료한 이야기는 상당부분 제거한 영화다. 원작인 한강의 소설을 살짝 훑어본 느낌과 영화의 느낌은 확연히 달랐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허무적인 시선을 좋아라 하지 않지만, 실존적 고민을 던져주는 이런 영화를 보는 것은 분명 색다른 경험이 된다. 차라리 .. 더보기
셔터 아일랜드 (Shutter Island / 마틴 스콜세지 감독, 2010) 를 리메이크했던 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명성에 비하면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도 그런 사실을 알았던 걸까. 오랜만에 선보이는 신작 은 무엇보다도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장인다운 원숙한 세공이 눈에 띈다. 데니스 루헤인의 원작을 충실히 각색한 탄탄한 시나리오를 토대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미장센부터 촬영, 편집까지 완벽하게 컨트롤하며 138분의 러닝타임동안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또한 로버트 드니로에 이어 마틴 스콜세지의 페르소나로 자리매김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현실과 망상을 넘나드는 세밀한 심리 묘사, 그리고 조연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가 더해져 영화는 더욱 탄탄하게 진행된다. 적재적소에 배치돼 인물의 감정과 영화의 정서를 더욱 극대화시키는 음악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고전적인 .. 더보기
신 시네마 천국 (Nuovo Cinema Paradiso, 1988) 한국영상자료원에서 개최한 '이탈리아 영화 특별전'의 상영작 중 신 시네마 천국을 감상했다. 예전에 '시네마 천국'을 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극장에서 영화를 감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실 어느 정도의 이야기를 알고 있어서 3시간 정도의 러닝 타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영화를 다시 보니 그동안 잊고 있었던 영화의 즐거움이 느껴지면서 어릴 적 토토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시네마 천국'은 중년이 된 토토가 알프레도의 죽음을 접하게 되는 장면을 통해 그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알프레도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통해 토토는 자신이 잊고 있었던 소중한 존재의 의미를 다시 깨닫게 되는 것이다. 풍경 소리가 울려퍼지는 효과 이후 영화는 토토와 알프레도의.. 더보기
구두닦이 (Sciuscià, 1946) '구두닦이'는 2차 대전 직후 구두닦이로 살아가던 두 소년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당시의 가혹한 현실을 드러낸다. 영화의 첫 장면은 두 소년이 말을 타고 다니는 모습을 통해 그들의 즐거운 감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파스콸레와 주세페가 말에서 내리는 순간 그들은 다시 구두닦이로 연명하는 현실로 되돌아온다. 아이들은 두 사람이 현재까지 모은 돈이 말을 구입하기에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조금만 노력해서 돈을 모은다면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열심히 구두닦이 일을 한다. 미군들이 다니는 거리를 드나들며 그들에게 초콜렛같은 구호품을 받고, 미군의 구두를 닦아 돈을 버는 소년들의 모습은 전후 시절 이탈리아의 어려운 현실을 드러낸다. 그러던 어느 날 점쟁이 노파에게 담요를 팔아주.. 더보기
[인 디 에어] 당신의 배낭 속엔 무엇이 들었습니까? 출처: [네이트 영화] * 스포일러라고 느끼실 만한 내용이 있습니다. “Who the fuck are you?” 이 얼마나 ‘품위 있는’ 질문인가. 해고 통보를 대행하는 라이언(조지 클루니)에게 벼락처럼 날아든 질문, 우리는 이와 비슷한 질문을 에서도 들은 적이 있다. 각기 스릴러와 코미디라는 전혀 다른 장르의 탈을 느슨하게 뒤집어쓰고 있긴 해도 두 영화는 놀랍도록 닮았다. 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질문 또한, 아니나 다를까, “당신 대체 누구야?”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영화가 인간 라이언 빙햄, 혹은 자체로 배우 조지 클루니의 정체성을 탐험하는 여정이 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라이언의 말을 그대로 받아, 그래서 “Who the fuck am I?" 그는 톰슨가젤을 사냥하는 한 마리 흑표범처럼 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