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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보네거트, <갈라파고스> 커트 보네거트의 소설 '갈라파고스'는 다윈의 자연 선택의 법칙과 노아의 방주라는 기독교적인 설정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작가는 인류가 전쟁으로 인해 대부분 멸종하고 유람선에 탑승한 승객들 중 생존한 일부 사람들의 후손들이 백만 년동안 갈라파고스의 한 섬에서 살아가며, 진화의 법칙에 의해 현재의 인간과 다른 형태의 모습으로 변화되었다고 설정한다. 마치 성경에 등장하는 노아의 방주처럼 인류가 멸망하고 일부 살아남은 사람들에 의해 새로운 인류가 탄생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소설은 그리 간단하게 서술된 글이 아니다. 시간적 순서에 따라 인류가 어떤 위험에 처했으며 살아남은 일부 사람들이 어떻게 생존하게 되었는지 서술하기 보다는 인류를 백만 년동안 지켜본 한 화자를 등장시켜 현재와 과거의 인류.. 더보기
워커 에반스(Walker Evans) 소나기가 그치고 맑게 개인 일요일날 친구들과 미술관을 다녀왔다. 창밖으로 올림픽공원이 한눈에 보이는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워커 에반스(Walker Evans)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워커 에반스는 미국 경제공황 시절, FSA(농업안정국)에 소속되어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당시 소작농이나 피폐한 미국인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작가라고 한다. 먼저 우리는 20층에서 티켓팅을 하면서 이벤트에도 응모를 했다. 당첨되면 아트하우스 모모 무료티켓도 준다는데...ㅎㅎ 꼭 당첨이 되길 바라는 부푼 맘을 가지고 관람을 시작했다. 20층은 워커 에반스의 여러 저서들이 전시되어 있고 그 외에도 1930년대의 세계연표와 에반스의 작품을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그리고 포토 존에서 사진을 찍고 바로 인화도 할 수 있다고 한.. 더보기
요짐보 (用心棒, 1961) 세르지오 레오네의 '황야의 무법자 (A Fistful Of Dollars)'를 본 사람이라면 '요짐보'의 이야기는 너무나 익숙할 것이다. 왜냐하면 '황야의 무법자'가 '요짐보'를 서부극 형식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황야의 무법자'를 본 나로선 이야기의 구성이 매우 친숙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원작인 '요짐보'가 '황야의 무법자'보다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얼굴을 찡그린 표정으로 담배를 물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무법자 캐릭터에 비해 미후네 도시로가 연기한 쿠와바타케 산주로(桑畑三十郎)가 더 개성적이고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라쇼몽'이나 '7인의 사무라이'에서 보여지는 미후네 도시로의 모습이 굉장히 야수적이고 광기마저 느껴지는 거친 캐릭터였다면, '요짐.. 더보기
7인의 사무라이 (七人の侍, 1954) '7인의 사무라이'는 전국 시대의 혼란으로 인해 무사들이 도적들로 전락하고 이로 인해 농민들이 수탈을 겪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다음 수확기 즈음에 언덕 너머의 마을을 공격하자는 도적떼들의 계획을 들은 농부들은 절망감에 빠진다. 영화는 엄숙한 배경음악을 통해 무력감과 불안감에 어쩔줄 모르는 농부들의 분위기를 전달하며, 원형으로 모인 농부들이 고개를 들지 못한 체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행동을 통해 절망감을 드러낸다. 마을의 평화를 위해 도적들에게 곡식을 상납할 것인지, 아니면 죽기 살기로 저항할 것인지 대립한 가운데 마을의 촌장은 사무라이를 고용해 도적들을 막아내자는 제안을 하게 된다. 번화가에서 사무라이를 찾던 농부들은 자신의 하소연을 들어달라고 간청하지만 그들은 아무런 보상과 명예없이 적들을 베는 일을.. 더보기
숨은 요새의 세 악인 (隠し砦の三悪人, 1958) '숨은 요새의 세 악인'이란 영화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다른 영화인 '7인의 사무라이'처럼 특정 숫자의 인물을 언급한 제목이 호기심을 자아낸다. 특히 사무라이와 대립되는 악인이란 존재를 제목에 등장시킴으로써 과연 악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하는 궁금함이 절로 생긴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세 명의 인물은 악인이라기 보다는 도망자라고 보는게 더 가깝다. '좋은 놈, 나쁜 놈, 추악한 놈'이란 영화의 세 주인공이 제목과 달리 이득에 따라 입장을 달리 하는 인물인 것처럼, '숨은 요새의 세 악인'도 두 명의 친구와 한 명의 무사가 각자의 목적에 따라 협력하고 배신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려나가면서 이들의 여정을 코믹하면서도 박진감 넘치게 묘사한다. 영화는 패전 후 정처없는 방랑을 하는 두 병사의 뒷모습을 등장시키며 시작.. 더보기
붉은 수염 (赤ひげ, 1965) '붉은 수염'은 막부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로, 한 청년이 진정한 스승을 만나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잔잔히 묘사한 작품이다. 영화는 요양소의 대문을 향해 들어가는 한 청년의 뒷 모습을 묘사하면서 시작한다. 나가사키에서 네덜란드 의학을 공부한 야쓰모토는 아버지의 소개로 요양소에서 경험을 쌓고자 하나 요양소의 환경이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열악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야쓰모토가 그의 전임자 소개로 요양소의 내부 공간을 둘러보는 과정을 통해 '붉은 수염'이란 의원의 정체에 대한 호기심을 준다. 불그스름한 수염을 지녀 '붉은 수염'으로 불리는 니이데 쿄조는 무뚝뚝한 말투로 야스모토에게 오늘부터 이 곳에 남아 활동할 것을 반강제로 요청한다. 애초에 이 곳에 남고 싶지 않았던 야쓰모토는 자신의 짐.. 더보기
커트 보네거트, <제 5 도살장> 커트 보네거트의 '제 5도살장'은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소설이지만 전쟁의 비극을 독특한 관점에서 바라본 점이 특징이다. 2차 대전을 다룬 서적이나 영화들이 대부분 전쟁에 참전한 병사들의 모습을 용맹하게 묘사함으로써 파시즘을 물리친 군인들의 용맹을 기리거나 홀로코스트같은 대량학살범죄를 통해 나치의 비인륜적인 범죄를 고발한다. 하지만 '제 5도살장'은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 특성에서 벗어난 점이 특징인 소설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빌리 필그램은 너무나 나약한 기질을 보여주는 병사이다. 종전 직후까지 독일군에게 전쟁포로로 붙잡혀 드레스덴 근처의 수용소에 갇혀 지낸 저자의 개인적 체험으로 구성된 빌리의 수용소 생활은 성전이란 명분에 속아 외국에서 비참하게 죽어가던 어린 십자군 아이들의 모습과 유사한 느.. 더보기
때 맞춰 내리는 비(2009, 허진호) 를 봤을 때 나는 사실, 이십대 초반이었는데도 그 영화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 무렵이나 지금이나 연애코드나 사랑이야기는 나랑은 좀 동떨어진 것이라서 그에 대한 감수성이나 이해력이 떨어지니까. 사랑은 선천적이거나 운명적인 것이라고 흔히들 생각하지만, 사랑이야말로 모던화되고 사회적으로 학습된 관념이다. 그렇다고 사랑이 인연이고 운명이라는 사실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나에게도 가능한 일이라고도 믿지도 않는다. 곁다리 이야기는 이쯤하고, 가 잊히지 않는 건 비가 때 맞춰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었음을 을 보고서야 나는 늘 그렇듯 뒤늦게야 깨달았다. 하지만 청춘이나 사랑, 삶이란 것은 사실 그런 것이니까 나는 내 삶의 템포대로 세상과 박자를 맞추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스타 파워에 휘둘려.. 더보기
대부 (The Godfather, 1972) 코폴라 감독의 대부 시리즈는 비디오를 통해 몇 번 본 적이 있지만 극장에서 영화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통해 화질 개선을 한 점 그리고 스크린을 통해 명작의 감동을 체험할 보기 드문 기회라는 점에 이끌려 영화를 보게 되었다. 디지털 작업을 통해 개선된 화면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에 전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작품 자체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3시간에 달하는 긴 러닝 타임에도 불구하고 역시 명불허전의 작품답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화를 볼 수 있었으며, 비디오를 보면서 느끼지 못했던 사운드 효과를 통해 인물의 내면 갈등을 보다 깊게 체험할 수 있었다. '대부'의 첫 장면 시퀀스에서 점점 줌아웃 되면서 드러나는 돈 꼴레오네의 실루엣의 모습은 지금 봐도 놀라운.. 더보기
흔해빠진 사랑 아닌 요술(요술, 2010)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나은, 딱히 아주 나쁠 것도 없는 영화였다. 배우들의 연기도, 그 배우들을 찍어내는 감독의 시선도 그다지 나쁘지 않은 그렇다고 아주 좋을 것도, 인상적일 것도 없는 작품이었다. 그러니까 크게 좋지도, 첫사랑 같은 풋풋한 그래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맛을 느끼게 해 언제 나올지도 모를 다음의 필모그라피를 기대하게 하는 첫 영화도 아니었다. 팔방미인이라는 말이 사실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는 말인 것처럼 배우, 가수, 소설가, 일러스트레이터, 감독 구혜선은 아마도 딱 그러한 색깔의 사람처럼 보였다. 청춘 영화란, 굳이 꼭 성장 영화일 필요는 없지만 무엇보다 주인공이 앞뒤 재지 않고 스트레이트하게 현실과 상대와 맞부딪힌다는 데 그 매력이 있다. 상대방을 재고, 다음을 예상하고.. 더보기
싱글맨 - 매끄럽게 잘 빠진 구찌같이 아름다운 영화 아름다운 영화였다. 내용이 아름답기 보다는 전체적인 영화 결과물을 봤을 때 아름다운 영화였다. 한 조각 한 조각 재단되어 한 땀 한 땀 직접 손으로 바느질한 잘 만들어진 양복을 감상하는 느낌과 비슷했다. 정말 근사하군 그래. 영화 「싱글맨」은 죽어가던 구찌를 다시 가장 핫한 트렌드로 만든 천재 디자이너 톰 포드의 감독 데뷔작이다. 영화를 보고나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런 센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만들어 낸 옷은 정말 hot 하겠구나. 클래식한 단정함에서 엿보이는 세련됨이 보는눈을 즐겁게 한다. 흑백 화면과 붉게 물든 화면이 한 영화에서 어울어진다. 천재 디자이너가 그려내는 화면은 이런 것이었다. 이젠 감독까지 하는 톰 포드 # 시놉시스 1962년, 대학교수 조지(콜린 퍼스)는 오랜 연인이었던 짐(.. 더보기
힘들고 외로우세요?(인 디 에어, 2009) 유년 시절, 나는 공항 근처에서 자랐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면 텔레비전 볼륨을 최대로 올려도 소리가 들리지 않아 스피커에 귀를 가져다 대야 했다. 골목길 아래로, 또 머리 위로 해와 별처럼 매일매일 비행기가 뜨고 졌다. 그래서 나에게 떠난다는 일은 기차나 자동차, 배가 아닌 비행기를 타는 행위를 의미한다. 그래서 싸고 맛없는 기내식을 사랑하는 다정한 사람, 비행기가 집이라고 말하는 멋진 남자, 비행기가 향하는 곳이 자신이 있을 곳이라고 독백하는 조지 클루니의 삶이 바로 내가 꿈꾸던 삶이었다. 속 그의 집은 막 체크인한 호텔처럼 깨끗하고 서랍도, 냉장고도, 옷장도 새것처럼 텅 비어 있다. 독신에, 애인이나 애완동물도 없이 정리해고를 대행하며 살아가는 그에게 사람들은 묻고 싶어 한다. 힙들고 외롭지 않으세요.. 더보기
[싱글맨] 스타일의 세계 쿠바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공포심리가 작용하고 있었던 1962년의 미국. 영문과 교수인 조지 팔코너는 16년간 함께했던 연인 짐의 죽음으로 인해서 침체된 하루를 보낸다. 짐은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인해서 죽음을 맞이했고, 조지는 혼자서 아침을 맞이한 채 이전과 같은 하루를 시작해야만 했다. 조지는 악몽도 꾸고, 자신을 비관하며 하루를 보내기도 하는데 그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바로 오랜 시간동안 함께한 친구 샬롯 뿐이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던 조지는 어느 날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된다. 자살을 함으로써 이 세상과 안녕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조지는 자살을 하기 위한 준비들을 끝내고 언제나와 같은 자신의 하루를 시작한다. 샬롯과 저녁 식사 약속도 잡았고, 언제나와 같이 이웃집을 지나치면서 학교로 출근을 .. 더보기
타이베이 여행, 대만 뉴웨이브의 흔적을 찾아 (1) 타이베이에 간다고 몇몇 사람들에게 이야기했을 때, (선배, 베트남 가신다고요? 라고 했던 후배 말고) 모두들 "거기 뭐가 있는"지, "뭘 보러 가는"지 물었다. 세계 3대 박물관이라는 구궁박물원이니, 두바이에 '부르즈 칼리파'가 완공되기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던 101빌딩 따위가 있다고 얘기해주었지만, 말하는 나조차 심드렁한 것을 듣는 이라고 수긍했을 리 없다. 사실, 이 계단을 보기 위해서라고, 2007년 고인이 된 대만 뉴시네마 감독 에드워드 양의 유작 에서 꼬마 주인공 양양이 친척 누나들이 던진 신발을 주우러 가던 위안산다판뎬(그랜드 호텔)의 이 계단을 보러 가는 거라고, 말하진 못했다. 내가 보고자 했던 건 대만 뉴시네마 감독들-허우 샤오시엔, 에드워드 양, 차이 밍량-의 영화 속 타이베.. 더보기
[경계도시 2] 아트하우스 모모 씨네토크 (2010. 3. 24) 두 달도 전에 열린 씨네토크 이야기를 이제서야 적는다. 사진 자료를 기록으로 남겨 놓아야겠다는 생각에 쓰려고 마음만 먹다가 계속 미루기만 했던 글인데 문득 생각이 나서 다시 기억을 더듬게 되었다. 문득 다시 생각이 난 이유는, 베를루스코니 치하의 이탈리아 정부에서 국영 방송의 한 여성 앵커가, 친정부 보도를 더 이상 하지 못하겠다며 사퇴를 했다는 뉴스를 접해서였다. 이탈리아 언론의 김예슬이라고 해야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왜 우리나라 언론은 점점 더 친정부 편향으로 물들어 가는데, 저런 선언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라디오에서 진보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약자의 편에서 늘 힘이 되어 주었던 MBC의 정은임 아나운서가 갑자기 그리워지면서 지난 3월 24일에 아트하우스 모모에.. 더보기
[책] 위저드 베이커리 - 구병모 위저드 베이커리 물품명 : 위저드 베이커리. 251쪽. 구병모 성분 : 마법사 점장, 파랑새 소녀, 말더듬이 '나', 위저드 베이커리, 어두운 사회, 인간의 욕망. 상세 정보 : '완득이'에 이어 창비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매끄러운 문체와 신선한 소재로 읽는 재미를 드립니다. 위저드와 빵집의 궁합이 아주 잘 맞아 좋습니다. 청소년 문학이면서 판타지 문학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랍니다. 두가지 결말을 제공합니다. 사용 시 유의사항 : 표지에 속아 소녀감정의 샤방샤방함을 기대하진 마세요. 생각보다 잔혹한 사건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달콤한 빵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흑마법도 등장하니 읽는 재미는 충분하니까요. 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착하지.. 더보기
1960년대 영국의 공기를 담은 OST <언 에듀케이션> 은 제목 그대로 "교육"에 대한 영화이자 "성장"에 대한 영화이다. 196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옥스포드를 목표로 입시에 매달리는 여고생의 모습과, 진정한 배움보다는 입시 자체에 올인하는 부모들의 맹목적 헌신은 21세기 한국의 모습과도 겹쳐진다. 좋은 학교에 가는 것 혹은 좋은 남편을 만나는 것이 자식의 행복을 보장할 거라고 믿는 부모와 똑똑하고 영리하지만 공부를 왜 해야하는지에 대해 점점 의문을 갖기 시작하는 제니. 그런 제니를 콘서트장으로, 미술품 경매 클럽으로, 재즈 클럽으로, 심지어 낭만의 도시 파리로 데리고 다니면서 점점 더 그녀를 갈등하게 만드는 미스테리한 남자 데이빗. 영화는 10대 소녀에게 "학교 교육의 의미란 무엇인가"라는 대명제를 제시해 놓고서, 지루하고 따분한 수업을 빠지고 흥미롭고 .. 더보기
로버트 해리스, <고스트 라이터> '고스트 라이터'는 유명인사의 자서전을 대필해주는 작가의 고백을 통해 흥미진진한 음모론을 전개하는 점이 특징인 작품이다. 소설은 한 남자의 죽음을 두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드러내면서 그의 의문스런 죽음에 호기심을 제기한다. 전직 영국 수상인 애덤 랭의 참모이자 그의 자서전을 대필하던 마이클 맥아라라는 남자의 죽음은 소설의 주인공에게 뜻하지 않은 기회로 찾아온다. 출판사에서 애덤 랭의 유령 작가였던 맥아라의 후임으로 주인공을 선택한 것이다. 소설은 맥아라의 죽음을 드러내면서 그의 죽음이 영국 수상과 관련있을지 모른다는 실마리를 살짝 드러내더니 주인공에게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통해 애덤 랭의 자서전 집필 작업 속에 뭔가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한편 '고스트 라이터'의 배경은 테러의 공포.. 더보기
시 _ 시가 죽어버린 시대, 다시 시를 쓰다 시 (Poetry, 2010) 시가 죽어버린 시대, 다시 시를 쓰다 주인공 '미자 (윤정희)'는 경기도 소도시에서 이혼한 딸이 남긴 손자와 함께 살아간다. 가정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않아 많은 나이에도 일주일에 두 번씩 거동이 불편한 회장님 (김희라)의 수발을 드는 것을 소일거리로 삼고 있는 평범한 할머니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아직도 소녀 같은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그리고 추구하고 있는) 여성이기도 하다. 이런 미자에게 어느 날 얘기치 않은 세속적인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서, 영화는 오히려 사건 그 자체보다는 미자에게 더욱 주목하게 된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결국 이창동의 '시'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에 대한 직접적인 이야기인 동시에, 응당 있어야 할 가치들이 사라져버린, 죽음과.. 더보기
굿바이 뉴욕(뉴욕, 아이러브유) 영화 를 보았을 때, 파리는 정말로 너무나 많은 얼굴을 가지고 있어서 전부는커녕 어느 하나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독신의 평범한 미국 중년 여인이 나오던 가장 우습고 인상적인 마지막 에피소드에서처럼 나 역시 아름다운 파리지앵들 사이에서 뚱뚱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공원에 앉아 쓸쓸하게 호수를 바라보며 바게트를 먹고 있었다. 열흘 정도 머물렀던 파리에서 가난하고 할 일이 없이 아침마다 무덤가를 배회하던 내가 이해하고 만날 수 있었던 파리는 그런 모습뿐이었지만, 왕과 귀족에게 부르주아와 지식인에게 그리고 심지어 프롤레탈리아와 혁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까지도 매력적인 도시는 아마도 파리가 유일하고 그래서 언제가 가보고 싶은 도시 1위라는 사실을 이제는 이해한다. 는 파리 영화보다 훨씬 유기적이고 코스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