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해빠진 사랑 아닌 요술(요술, 2010)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나은, 딱히 아주 나쁠 것도 없는 영화였다. 배우들의 연기도, 그 배우들을 찍어내는 감독의 시선도 그다지 나쁘지 않은 그렇다고 아주 좋을 것도, 인상적일 것도 없는 작품이었다. 그러니까 크게 좋지도, 첫사랑 같은 풋풋한 그래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맛을 느끼게 해 언제 나올지도 모를 다음의 필모그라피를 기대하게 하는 첫 영화도 아니었다. 팔방미인이라는 말이 사실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는 말인 것처럼 배우, 가수, 소설가, 일러스트레이터, 감독 구혜선은 아마도 딱 그러한 색깔의 사람처럼 보였다. 청춘 영화란, 굳이 꼭 성장 영화일 필요는 없지만 무엇보다 주인공이 앞뒤 재지 않고 스트레이트하게 현실과 상대와 맞부딪힌다는 데 그 매력이 있다. 상대방을 재고, 다음을 예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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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여행, 대만 뉴웨이브의 흔적을 찾아 (1)
타이베이에 간다고 몇몇 사람들에게 이야기했을 때, (선배, 베트남 가신다고요? 라고 했던 후배 말고) 모두들 "거기 뭐가 있는"지, "뭘 보러 가는"지 물었다. 세계 3대 박물관이라는 구궁박물원이니, 두바이에 '부르즈 칼리파'가 완공되기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던 101빌딩 따위가 있다고 얘기해주었지만, 말하는 나조차 심드렁한 것을 듣는 이라고 수긍했을 리 없다. 사실, 이 계단을 보기 위해서라고, 2007년 고인이 된 대만 뉴시네마 감독 에드워드 양의 유작 에서 꼬마 주인공 양양이 친척 누나들이 던진 신발을 주우러 가던 위안산다판뎬(그랜드 호텔)의 이 계단을 보러 가는 거라고, 말하진 못했다. 내가 보고자 했던 건 대만 뉴시네마 감독들-허우 샤오시엔, 에드워드 양, 차이 밍량-의 영화 속 타이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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