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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리뷰] 우연으로 새겨진 꿈 _ 송원재 20살 여름 방학때, 유럽 여행 중에 영국 런던의 어느 미술관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 안에서 렘브란트의 자화상 전시를 하고 있었는데, 누군가의 얼굴을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 본다는 사실이 흥미로웠기 때문에 잠깐 구경한다는 생각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곳에서 우연히 맞딱뜨린 그림이 있었는데, 눈이 정말 맑은 한 소년의 자화상이었다. 그 자화상을 마주보는 순간, 그 소년은 자신이 살았던 시대에서 숨쉬고 있었고, 나는 그 시대를 지켜보며 현재를 살고있었다. 거기서 나는 시간을 초월할 수 있는 예술의 힘을 느꼈다. 그래서 그때부터 예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내가 예술이라는 공간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영화를 통해 예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마치 자화.. 더보기
[큐레이터리뷰] 찬양하기엔 너무 먼 그대_노태훈 1895년 12월 28일, 파리. 그랑카페에 모여 뤼미에르 형제의 을 관람하던 관객들은 스크린 속 열차에 치일까봐 혼비백산 줄행랑을 쳤고, 이는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일화로 남았다. 그로부터 약 120년, 놀랍게도 3D로 코앞에 도끼가 들이닥쳐도 누구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관객들의 영화를 보는 ‘역치’가 높아졌다는 증거다. 영화가 발전을 거듭해오면서, 관객들이 옛날 영화의 즐거움을 온전히 느끼기가 어려워졌다는 말이다. 이제 은 열차가 들어오는 모습만을 보여줄 뿐, 별다른 시각적 쾌감을 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제 와서 1957년에 만들어진 를 보는 것은 이 영화가 시대를 관통하는 가치를 지닌 ‘고전’이기 때문이다.마크 트웨인은 고전을 이렇게 정의했다. “A classic is a.. 더보기
In The Mood For Music : 내면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어떤 음악적 풍경 In The Mood For Music : 내면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어떤 음악적 풍경 두말 할 것 없이, 은 표현의 수위를 놓고 볼 때 도발적이고 치명적인 19금 영화의 극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사회를 나서는 관객들은 입을 모아 이 영화의 황량함, 슬픔, 출구 없는 고독감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왜 은 이렇듯 보는 이에게 감정적인 반향을 남기는 것일까? 물론 이 영화로 베니스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마이클 파스벤더의 신들린 듯한 연기가 가장 큰 이유가 되겠지만, 여기에 또 하나의 힌트가 있다. 영화음악 마니아라면 필사적으로 소장해야 할 보석 같은 OST가 바로 그것이다. 과 같은 영화를 기억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한 가지는 듣는 이를 취하게 만드는 음악일 것이다. 의 섹.. 더보기
[<러스트 앤 본>씨네토크 후기!] 인생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인생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모모 큐레이터 4기 : 송원재 5월 7일 밤,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영화 (이하 )의 씨네토크가 허지웅 평론가와 함께 진행되었다. 영화가 끝난 뒤 뭉클했던 여운을 건드리지 않으려는 허지웅 평론가의 조심스러운 인사로 씨네토크는 시작되었다. 이 영화에 높은 평점을 주었던 허지웅 평론가는 “ 인생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친구들에게, 혹은 자기 자신에게 힘들 때 다시 끄집어내어 볼 수 있는 좋은 영화” 라고 평했다. 영화 는 5살 아들을 둔 삼류 복서 알리가 범고래 조련사인 스테파니를 만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 영화로,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경력과 여자 주인공인 마리옹 꼬띠아르의 명연기가 담긴 영화로 알려져있다. 이에 허지웅 평론가는 를 연출한 감독인 자크 오디아르에.. 더보기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시네토크 후기>by 모모 큐레이터 강민혜 안녕하세요! 여러분 :) 지난 주 수요일(3월 6일)에 모모에서 씨네토크가 열렸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무비위크 김현민 기자의 진행으로 홍상수 감독님과 해원씨!, 정은채 배우님을 만날 수 있던 감사했던 그 시간! 그 날의 벅찬 감동을 (최대한) 전해보려고 이렇게 인사드립니다.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는 여운이 짙어요. (많은 분들이 그러실 거라 생각해요!) 볼 때는 신나고 재밌게 웃으며 보지만, 늘 보고 나면 계속 생각이 나고 슬퍼지고 그런 매력(혹은 마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의 가득 찬 상영관에서의 관람은 더욱 좋았습니다. (확실히 웃음소리가 매우 응축된 느낌이었어요. 크기와 그 반응 속도가 매우 좋았어요! ^-^) 그렇게 좋은 기운과 함께 시작된 씨네토크는 그 어떤 .. 더보기
'홍상수 감독 특별전 : 홍상수의 여자들' 관객VS관객과의 대화 글 : 모모관객 이현지 “저는 ‘연주’가 좋아요. 특히 이름이 너무 좋아요. 연주라는 이름은 ‘중식’을 연주한다는 뜻이래요.” “‘옥희’는 다른 여자들과는 달리 당돌해요. 말을 많이 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아요.” 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어두컴컴한 영화관이 밝아졌다. 그러나 웬일인지 관객들은 집에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스크린 앞에 앉은 3명의 관객평론가들이 옥희니, 연주니 하는 여자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있다. 이게 어찌된 일일까? 이 기묘한 풍경은 아트하우스 모모의 기획전, ‘홍상수의 여자들’의 부대행사로 준비된 ‘관객 대 관객의 대화’시간에 펼쳐졌다. 흔히 있는 감독과의 대화가 아니라 관객과의 대화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홍상수 팬인 3명.. 더보기
[모모관객의 씨네토크 현장습격] '파우스트'편 2탄! 와 함께 하는 목요일 저녁의 즐거운 이야기 2013년 1월 17일 늦은 7시 @아트하우스 모모 1관 안녕하세요! 저는 시네토크 현장에 직접 다녀온 기자 심성희입니다. 파우스트를 보신 분이라면, 혹은 이 영화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계신 분이라면, ‘즐거운’ 이야기라는 말에 조금 의아해하실 수도 있으실텐데요, 다소 어려운 영화로 알려진 지만 강신주 철학가님과 함께한 파우스트 이야기는 그 어느 이야기보다 쉽고, 재미있었답니다! 아트하우스 모모는 영화 마니아들의 발걸음이 항상 끊이지 않는 영화관이지만 평일 저녁의 모모 앞은 다소 휑할 때도 있는데요, 이날만큼은 모모 앞이 많은 관객분들로 매우 북적거렸답니다. 추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를 향한 애정과 관심이 가득한 관객분들 덕분에 모모의 체감온도는 따뜻했습니다.. 더보기
[모모관객의 씨네토크 현장습격] '파우스트'편 강신주 철학자와 함께 하는 시네토크 후기 Momo 시네토크의 첫 번째 일일기자 이슬기라고 합니다. ‘기자’라고 하기에는 쑥스러울 만큼이나 한 게 없지만, 그래도 시네토크에 참여하지 못해 많이 아쉬워하시는 분들을 위해 강신주 철학가의 강의와 당일의 분위기만큼은 자세히 전달해보고자 해요. MOMO 페이지에 공유되는 후기이고 하니, 편안한 구어체로 쓰겠습니다. 첨부한 사진은 제주도에서 올라왔다는 한 청년 관객과 강신주 철학가의 우애 넘치는 포옹 장면인데요. 청년 관객이 며칠 전 한 신문에 실린 강신주 철학가의 논평을 읽고 감동을 받았다고 말하자, 강신주 철학가는 “어우, 난 내 글 읽어주는 사람이 제일 좋아.”라며 관객을 끌어안습니다. 그 장면이 재밌어서 촬영을 했는데, 실제보다 너무 어색하게 찍혀 버렸네요... 더보기
스크린의 화가 베니스를 매혹시킨 감독 알렉산더 소쿠로프 스크린의 화가 베니스를 매혹시킨 감독 알렉산더 소쿠로프 철학적 주제와 회화를 닮은 영상으로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후계자로 자리매김하다 알렉산더 소쿠로프 감독은 러시아의 영화 전통을 계승한 시네아스트로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계보를 잇는 감독으로 평가되고 있다. 1951년 러시아에서 태어났으며,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직업 때문에 어린 시절에 자주 이사를 다니면서 러시아 변방의 피폐한 삶을 많이 목격하였다. 1968년 고등학교 졸업 후에 고르키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였고, 재학 시절 고르키 TV의 스탭으로 일하기 시작했으며, 19세에 첫 TV 쇼 제작을 맡았다. 1975년에 모스크바의 국립영화학교 VGIK(All-Union Cinematography Institute)에서 연출을 전공하면서 에이젠슈테인 장학.. 더보기
26년 만에 지켜진 약속! 천재 무용가 피나 바우쉬, 세계적 영화감독 빔 벤더스에 의해 새롭게 탄생하다! 26년 만에 지켜진 약속 천재 무용가 피나 바우쉬, 세계적 영화감독 빔 벤더스에 의해 새롭게 탄생하다! 지난 6월 30일은 20세기 최고의 현대무용가 피나 바우쉬Pina Bausch가 작고한 지 3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탁월한 혁신성’과 ‘놀라운 창조력’으로 오랜 세월 동안 현대무용계의 독보적인 아이콘이었고, 전 세계인들에게 남다른 경험을 선사해주었던 그녀는 69세의 어느 날, 암 선고를 받고 세상을 떠났다. 일찍이 과감하고 독창적인 장르로 관객들에게 다소간의 당혹감을 안겨준 바 있는 그녀지만, 이토록 갑작스런 이별은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깊은 슬픔에 빠지게 했다. 그녀의 오랜 친구, 영화감독 빔 벤더스Wim Wenders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피나의 혁신적인 춤사위를 스크린에 담고자 수십 년간 공.. 더보기
신과 인간 (Of Gods And Men, 2010) 천주교 신자라 그런지 자주는 아니지만 가톨릭 영화를 종종 보는 편인데, 가깝게는 나 을 보고 난 여운이 꽤 오랜 시간 개인적인 묵상에 바탕이 되었던 기억이 있다. 평소 신앙생활이라고 해봐야 매주 미사에 참여하는 정도고, 특히 성서나 기도와는 거리가 멀지만 그럴 때마다 우연히 보게 된 가톨릭 영화 한 편이 부족한 부분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었다. 그래선지 왠지 모르게 의 개봉이 기다려지고, 꼭 봐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마저 들었다. 그리고.. 점점 무뎌져가는 믿음을 알아차리고 있는 요즘, 나를 다시 세울 영화가 절실했다. 그렇게 이 개봉한 그 주에 곧장 아트하우스 모모로 향했다. 마침 설 연휴고 해서 모처럼 한산한 극장을 기대했는데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관객들로 가득차있었다. 주일미사를 보고 삼삼오오 .. 더보기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용의 문신을 한 소녀  헐리우드판 의 실패는 말하자면, BBC 드라마 의 성공과 반대편에 놓여 있다. 이 한때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지배했던 오만한, 구식이면서도 현대적인 런더너 그 자체라면 데이비드 핀처의 은 매끄럽게 미국식으로 재현된 스웨덴 사회다. 이런 중역이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으나, 원작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기대했던 스웨덴의 풍경은 재미있게도 헐리우드판에 들어 있었다. 복지, 교육, 노동 분야에서 최고의 롤모델인 스웨덴 사회가 한편으로는 이케아, H&M, 발렌베리 같은 대기업으로 전 세계를 장악하고 있듯 스웨덴 영화는 실제 스웨덴 사회에 대해 다르게 보여줄 것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이것은 또다른 스웨덴 추리소설에서 쿠르드 발란더 형사가 끊임없이 한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미니시리즈 드라마를 두 시간 반짜.. 더보기
살아남은 자의 슬픔(범죄와의 전쟁, 2012) 2003년에 리메이크된 일본판 을 감상할 수 없었던 것은 뛰어난 실력과 야심에도 끝내 이너서클에 들어가지 못하는 주인공의 패배담을 차마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열심히 공부해서 성공하는 법밖에는 모르는 모범생이 남아 있는 인간적인 선의 때문에 결국 몰락한다는 이야기는 정말로 끔찍했다. 그래서 한국판 드라마가 남성 조직 사회를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사람들의 열광에 동참하고 싶지 않았다. 인간관계의 법칙. 아홉 번 나쁘게 대하고 단 한 번 잘해주면 좋은 사람으로 기억된다. 반대로 아홉 번 잘해주고 단 한 번 못해주면 나쁜 놈으로 기억된다. 군대 이야기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한국에서 교사나 상사로 만나기 쉬운 이런 인간 군상에 대한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는 어처구니없다. 그 사람은.. 더보기
LIFE IN A DAY, 2011 (8만 개의 유투브 동영상이 만든 경이로운 영화 '라이프 인 어 데이') SUN's 프라이빗 패션라이프 | SUPER SUN http://superfashionsuperlife.com/80137916175 사소한 자극이 불러 들인 엄청난 감동에 대해서 말하려고 한다. 보통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아주 사사로운 단서들. 나를 움직이는 건 어떤 상황이 아니라, 나를 움직일 만큼의 미묘한 자극. 그 자극 하나면 된다. 요며칠, 정신없던 책 준비를 끝내가서 그런지 아님 요즘따라 내가 하는 일에 이렇다저렇다 혹은 내가 살아가는 방식에 뭐라하는 사람이 늘어서 그런지 완전 저기압이였다. 워낙 긍적적인 기운으로 살아가는 지라 스스로 한번 다운되면 이건 뭐~ 대책이 없어진다. 그때 올린 트윗. 이 트윗도 하나의 표현이었기에 라는 멋진 영화를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짜고짜.. 더보기
웰메이드 유치뽕짝(세 얼간이, 2009) 는 알려준다. 류시화가 한국에 불러일으킨 '인도'라는 환상과 실제 인도는 얼마나 다른 것인지. 무소유의 삶을 전파하는 기쁨의 도시 역시 지구를 휩쓴 세계화의 흐름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으며, 영어, 명문대, 성적과 취업에 혈안이 된 경쟁사회이고, 과학기술과 금융자본에 기반한 세속적인 성공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을 매고 있는지 말이다. 성공이나 유행이 아니라 원하는 일을 찾아 최선을 다한다면 행복해진다는 뻔한 설교를 반복하는 이 영화는 그럼에도 세 시간이 한 시간처럼 느껴질 만큼 숨 돌릴 틈조차 주지 않으면서 웃긴다. 물론 그래서 유치뽕작이지만 나는 잘 만들어진 유치뽕짝을 정말로 사랑한다. 유명한 헐리우드의 배우들을 연상시키는 발리우드 배우들이 친숙해서 좋았고, 뒷심을 가지고 이 즐거운 여행을 군더더기 .. 더보기
덕수궁미술관, 이것이 미국 미술이다: 휘트니미술관전(2011) RICHARD ESTES, THE CANDY STORE, NEW YORK CITY(1969) 나는 단지 호퍼와 슬론, 티보의 그림을 실제로 보고 싶었을 따름이다. 거창한 광고와는 달리 아마 한두 작품 정도 걸려 있겠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예상은 틀리지 않았고 미국 미술은 그리 나쁠 것도 그렇다고 딱히 좋을 것도 없었다. 1960년대 작품들에는, 대표적인 워홀과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이 보여주듯이 현란한 자본주의 소비문화의 등장에 매혹되면서 그래도 사회에 대해 고뇌하는 예술가가 겹쳐져 있다. 작품 자체는 시대상이 그렇듯이 그리 대단한 건 없지만 TV와 광고의 노골적인 상업성, 성적이고 저급한 대중만화, 평준화된 대량생산품을 예술작품과 갤러리 안으로 끌어들인다는 행위는 도발적이고 신선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 더보기
있는 그대로 현실 같은 영화(어이그, 저 귓것, 2011) 초현실적 리얼리즘으로 유명한 가브리엘 마르케스는 놀랍게도 그 자신은 환상소설을 쓴 적이 없다고 말한다. 대단한 상상이나 공상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이 믿는 것, 자기가 사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렸을 뿐이라고 말이다. 미술을 전공하고 자파리 예술단에서 연극을 하며 독립영화를 찍는 다재다능한 제주도 출신의 감독이 만든 제주도 영화 은 말하자면 마르케스의 작품과 동일한 연장선에 놓여 있는지도 모른다. 제주도의 유수암에 있는 한 점빵을 배경으로 아픈 몸을 끌고 고향으로 돌아온 무명의 가수, 노래가 하고 싶어서 농사도 내팽개치고 밖으로 나다니는 철없는 애아버지, 댄서가 되고 싶은 백수 청년, 방탕한 젊은 시절을 보내고 이제 매일 술에 취해 아무데나 누워 자는 하르방. 저 귓것들, 정말 별 볼일 없는 .. 더보기
타이페이 천일야화(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2010) 첫 번째 질문, 당신은 카페에서 무엇을 즐깁니까? 에스프레소? 라테? 카푸치노? 케이크와 초콜릿? 아니면 카페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사람들과의 수다가 다른 무엇보다 좋습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왜 카페에 가나요? 사는 데에 반드시 필요하지도 않은 커피와 간식을 비싼 값을 치르고 즐기는 것이,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일이 낭비라고 생각하지는 않나요? 때로는 왕가위를, 때로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떠올리게 하는, 감각적이고 세련된 영상으로 이루어진 에는 우리가 카페에서 만나기를 소망하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추억과 이야기, 새로운 사람과의 인연, 여행과 머무름이 라테의 우유와 커피처럼 조화롭게 뒤섞여 있다. 그리고 영화는 "36개의 이야기"라는 원제 그대로 마치 타이페이판 '천일야화'처럼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 더보기
아버지와 딸(일루셔니스트, 2010) 영화, 극장, 텔레비전, 록밴드, 백화점 지금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생기면서 한때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많은 것들이 없어졌다. 20세기 초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시대의 거대한 변화 속에서 마법사, 복화술사, 광대는 역사의 뒤안길로 초라하고 쓸쓸하게 사라졌다. 프랑스의 코미디 거장 자크 타티가 딸에게 보낸 사적인 편지를 원작으로 하는 는 그의 영화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모든 오마주가 그러하듯 덜 인상적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더는 마술에 놀라지도 즐거워하지도 않는 때 점점 더 초라해지는 늙은 마술사가 파리를 떠나 런던을 거쳐 스코틀랜드의 머나먼 시골에서 마술사를 신뢰하는 어린 소녀를 만나 그리고 애든버러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소녀가 여인이 되어 사랑하는 이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더보기
세상의 소금(이브 생 로랑의 라무르, 2010) 섹스 앤 시티, 가십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CSI 등 할리우드 영화와 미국 드라마 그리고 스타들의 화려한 파파라치 사진은 이제 미디어의 영향으로 화려한 상류층의 삶이 얼마나 획일적이 되었는지를 알려준다. 그래서 이브 생 로랑과 피에르 베르제, 프랑스의 오트쿠튀르 디자이너와 좌파 정치가 게이 커플의 행적을 따라 스캔들이나 화려한 생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옷과 모델, 무대 대신에 내밀한 장소들, 집과 방, 소장했던 예술품들을 보여주는 이 다큐멘터리는 평생 그 옷을 입어보기는 커녕 실제로 구경조차 하지 못할 나 같은 이에게도 이상한 울림을 준다. 곧 사라져버릴, 그러니까 이제 더는 존재하지 않는 그들의 사적인 공간을 비춰주며 이브 생 로랑을 가장 잘 알았고, 가장 사랑했을 피에르 베르제의 목소리를 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