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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웃음이 터지면 기억해주세요(애정만세, 2011) 불꽃같은 사랑을 꿈꾸는 순간이 있다. 모든 것을 다 바쳐도 아깝지 않은 열정적인 사랑. 사람들에게 그것은 첫사랑으로 기억되거나 모든 사랑이 그러했다고 기억된다. 누군가 사랑은 처음을 닮아가려 하기 때문에 모든 사랑이 첫사랑이라고도 하지만. 그러나 삶은 잔인하게도 늙은 몸과 늙지 않는 마음을 주시고 연애를 아무리 해도 나아지지 않는 서투름은 준다. 그럼에도 사랑을 멈추지 않는 것은 살아있기 때문이다. 영화계에 흥미로운 감독이 등장했을 때 주목하는 것은 그들의 ‘다음’이다. 현재 너무 뛰어난데, 다음에도 그러할 수 있는가. 의 양익준 감독, 부지영 감독의 다음은 다. 물론, 기획되었고 지원받았고 첫 상영도 잡혀 있다. 이것이 감독에게는 상당히 발목을 휘어잡는 조건이겠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감독이 가지고.. 더보기
우리는 왜 더 가난해졌을까(인사이드 잡, 2011) 이 질문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절대적으로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오스카 다큐멘터리 작품상 수상작이기도 한 '인사이드 잡'은 경제 신문이나 잡지, 책을 보고 소위 경제에 빠삭한 사람이 아니라면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으로만 벅차다. 하지만 잘 만들어진 교육용 영화답게 정치, 경제, 언론의 전문가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있지 않으며 세계적 금융 위기에 '거대' 금융 기업이 주요한 원인이었는데도 관련자들이 거의 처벌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명쾌하게 짚어준다. 그러나 이른바 전문가 영역인 경제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보며 보다 전문적인 관객들은 인터뷰이나 내용에 대해 얼마든지 훈수를 둘 수 있을 것이다. 탄탄한 음악과.. 더보기
인간들만의 세상(미안해, 고마워, 2011) 키울 형편이 안 되니까, 주인이 없으니까 어찌 되든 나와는 상관없어. 진짜 가족이 아니니까, 쓰레기봉투를 뜯고 시끄럽고 싫으니까. 애완동물이 아니라 '반려'동물로 불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지금도 우리와 가장 가까운 동물, 개와 고양이에 대한 일반적인 시선은 여전히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네 편의 옴니버스로 이루어진 이 영화는 너무 착하고 그래서 매우 가슴 아프고 또 지나치게 감동적이어서 진부한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인간들이 지구를 차지한 현대 사회에 저런 핑계가 단지 우리 곁의 고양이나 개만이 아니라 우리 자신과 사람들 그리고 모든 생명체에도 적용된다는 생각을 하면 이 이야기는 그리 만만하지 않은 내용이 된다. 쉽게 아이를 낳아 기를 수가 없으며,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노.. 더보기
마음이 무거워지는 이야기(무산일기, 2010) 밑바닥에 떨어진 사람이 필사적으로 탈출하고 간신히 다다른 곳에서 또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면 이제 그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영화 는 거칠고 직설적으로 탈북자가 남한이라는 잔인한 자본주의 현실 속에서 '무산계급'으로 살아가며 마주하게 되는 최빈민층의 삶을 그려낸다. 힘든 생활에 지친 탈북자의 눈에 비친 서울 풍경은 매일 밤 우리의 안방을 찾아오는 달콤한 드라마와는 정반대로 황폐하고 스산하며, 한편으로는 수많은 다큐멘터리와 뉴스의 장면처럼 초라하고 구질구질하다. 이 영화의 뚝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교회 모임에서 먹을 게 하나도 없어서 친구를 죽였다는 주인공의 고백이 가세가 기울어서, 지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서 고달픈 평범한 우리들의 고백과 엇갈릴 때, 꿈을 꾸는 일조차 버겨운 듯 입을 꾹 다물고 어깨.. 더보기
충고를 받아들일 나이(디어 미, 2010) 아이가 말귀를 알아들을 나이가 되는 게 아니라 이미 예전에 다 큰 어른이 이제 일곱 살짜리의 말을 들어야 할 때가 되었다! 이런 유쾌한 상상력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딱 그만큼 즐겁고 발랄하고 귀엽다. 어른이 되어도, 어른이 되어 한참을 살아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자기가 좋아하는 게 뭔지 도통 알 수 없는 한국인이 보기에 남프랑스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마을 풍경과 함께 반짝반짝 빛나는 당돌한 꼬마의 상상력이 얼마나 오색 찬연하고 눈부신지. 나이가 들어도 늘씬하고 아름다운 소피 마르소 언니만큼이나 부러웠다. 언젠가 우리가 우리 자신과 화해해야 한다면, 그것이 천진난만한 과거의 나라면 얼마나 행복할까. 더보기
소년들의 심리학(파수꾼, 2010) 아이는 언제 어떻게 어른이 될까? 그 답은 대답하는 사람이 살아가는 시간 그리고 그가 서 있는 장소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바꿔 말해 어른의 조건이 결코 사회와 시대를 넘어 동일하지 않다는 의미다. 질문을 바꿔보자. 만약 아이가 어른이 되는 일이 가능하다면 우리는 그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 지을 수 있을까? 아니면 거꾸로 사람들은 사실 '어른'이 되지 못한 채 적당한 때가 되면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만큼 어른인 척하는 법을 배우는지도 모른다. 물론 이때의 '어른'은 쉬지 않고 흘러가는 시간의 거친 결에 할퀸 생채기를 나이테처럼 켜켜이 두른 존재를 가리키지는 않는다. 자살한 소년의 주변을 조사하는 아버지의 행적을 좇아 진행되는 영화 은 숨겨진 거대한 비밀을 밝혀내는 스릴러나 추리물도 아니며, 힘들게 .. 더보기
천천히 낯설게 살아가기(수영장, 2009) 치앙마이 근처를 배경으로 하는 어둡고 난해한 태국 영화 와는 반대로 일본 영화 은 밝고 환하고 산뜻하다. 방갈로는 청결하고 시트는 깨끗하며 키친은 깔끔하고 수영장은 깨끗한 물로 가득하다. 양말을 신고 자켓을 입은 주인공들은 바람조차 느껴지지 않는 더위에도 땀조차 거의 흘리지 않으며, 시계도 텔레비전도 핸드폰도 없는 하루는 느긋하고 고요하게 흘러간다. 책을 읽고 차를 마시고 산책을 하고 하늘을 바라보고 장을 보며 조금은 무료하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떨어져 지내는 모녀의 다툼도, 엄마 잃은 소년의 애탄 기다림도,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여인의 안타까움도 진공 상태에서의 움직임처럼 둔하고 느리고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당신이 치앙마이를 방문해본 적이 있다면 외국인인 당신 눈에 비친 이 도시가 딱 이런 모습임을.. 더보기
사라져버린 파리의 예술 시대를 추억하다(파리 36의 기적) 한 사람의 기억 속에 선명한, 쓰라림조차 안타까웠던 청춘의 한 시절이 있다면 한 사회에도 고통과 초라함조차 아름답게 추억하고 싶은 시대가 있다. 은 열광과 축제로 가득했던 파리의 한 시절을 달콤하고 즐겁게 추억한다. 1936년 파리의 가난한 거리, 샹소니아 극장의 쇼는 파리의 예술이 절정이었던 무렵 그리고 파리가 경제 불황과 자본주의 그리고 파시즘과 힘껏 싸웠을 때를 아스라하게 추억한다. 도,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도 영어 가사로 노래가 불리우고, 영미권 배우들이 주인공을 연기하는 이 시대에 이미 오래전 브로드웨이와 할리우드에 밀려난 파리의 쇼는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대와 운명에 비극적으로 휩쓸려간 한 남자의 이야기만큼 초라하고 안타까우면서도 자부심이 넘친다. 어딘가 뻔한 이 영화가 보는 내내 전혀 지.. 더보기
가상의 세계에서 길 잃은 청춘들에게(Q10, 2010) 'Q10'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 시작한 드라마였다. 10대 취향의 스타가 나오는 그저그런 이야기 아닐까 싶었으나 예상과는 달리 몹시 따뜻하고 진지한, 때때로 이와이 슌지의 영화들을 연상시키지만 90년대가 아닌 21세기를 살아가는 이들이 만든 이야기였다. 이 드라마에는, 이와이 슌지가 그려내는 애벌레에서 나비로 탈바꿈하려 하는 청춘의 자기파멸적인 연약한 감수성은 없다. 대신에 청춘을 지나온 세대가 이제 청춘을 맞이한 세대에게 보내는 소소한 응원과 바람이 담겨 있다. 그러면서도 '20세기 소년'이 자랑스럽게 내보였던, 로봇을 꿈꾸었던 저 대단한 일본의 1970년대 청춘들의 향수와 자긍심도 잃지 않는다. 오타쿠와 록밴드, 입시와 진로가 공존하는 일본의 평범한 고교 생활에, 가족과 마을, 사회를 덧그리고 .. 더보기
[하트비트] 귀엽지만, 씁쓸한 그런 사랑 지난해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로 캐나다가 내세웠던 영화는 89년생(무려 21살)의 젊은 캐나다 신예 감독 자비에 돌란의 첫 연출작 [J'ai tué ma mère] 이었다. 비록 후보에 오르는 것은 실패했지만, 이 모든 것은 그의 첫 번째 장편 데뷔작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함으로써 좋은 평가를 받고 인정을 받았다는 데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1년 후 세 명의 청춘이 등장해 삼각관계를 펼치는 자비에 돌란의 신작 [하트비트]는 또 다시 칸 영화제에 초청되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그의 전작과 여러모로 달랐다. 영화 내내 정체된듯하면서도 비장한 분위기를 주었던 [나는 내 엄마를 죽였다, J'ai tué ma mère]와 달리 이번 영화는 상당히 밝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딘가에서.. 더보기
"바흐를 좋아하세요?"(바흐 이전의 침묵, 2007) 라고 묻는 영화 에는 브람스와 프루스트에 대해 물을 때 담겨 있는 매끄러운 달콤함이 빠져 있다. 프랑스가 아니라 독일 작품이라 그럴까. 아니면 바흐에 대한 이야기라서 그럴까. 어찌 되었든 이 작품은 적당히 익숙하고 적절히 친절한 바흐의 전기 영화인 것도, 아니면 지나치게 참신하고 너무나 섬세한 예술 영화인 것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고전음악 애호가들의 귀만 기쁘게 해줄 음악 영화인 것도 아니다. 난해하기도 하고 친절하기도 하며 참신하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한, 한마디로 복잡한 성격의 이 영화는 우리가 어떤 예술 작품을 대할 때 취할 수 있는 각각의 태도들, 또는 예술 작품에 대해 가져야만 하는 성실함과 진지함을 모두 담고 있다. 짧게 말해, 바흐의 이전에도 이후에도 바흐는 없지만 아름답고 천재적인 바흐의 음.. 더보기
만두는 맛있지만 그렇다고 내 삶을 구원해주지는 않아요(토일렛, 2010) , .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전작들을 나는 한 편도 보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이 춥고 스산한 연말, 오기가미 나오코의 신작 은 소문만큼이나 밝고 따뜻하고 행복한 영화일 것이라고 엄청난 기대를 걸었다. 물론 거기에는 독특한 제목과 훌륭한 예고편이 한몫했다. 그래서 결과가 어땠냐면 지나친 바람의 끝은 늘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했을 뿐이다. 물론 일본 산업의 영향력이 어마어마하고 일본 문화에 빠진 서양인들이 결코 적지 않다. 그렇다고는 해도 일본적인 삶을 그대로 서구에 투영할 수는 없다는 굳이 깊이 고민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기본적인 문제 의식의 부족이, 같이 만두를 빚으면 문제투성이 가족이 다 같이 성장하고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간단하고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클리셰만큼이.. 더보기
가장 낯선 곳의 우리들(엉클 분미, 2010) 아마도 는 우리에게서 가장 먼 장소에 놓여 있는 아시아 영화일 것이다. 그래서 아시아와 반대 지점에 놓여 있다고 여겨지는 서구는 도리어 이 작품을 아주 쉽게, 게다가 어떤 면에서는 가장 제대로 읽어낼 것이다. 우리가 '서구'라고 한 단어로 일컫는 미국, 영국, 유럽이 실은 아주 다른 나라와 문화들이 뒤섞여 있는 어떤 것이듯, '아시아' 역시 복잡한 관계로 제각각의 나라와 문화들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에게 아시아는 단순하게 동아시아, 중국, 일본, 한국으로 정의되지만 사실은 그보다 더 중요하고 더 커다란 우리 자신이 못 사는 나라라고 얕잡아보는 동남아시아가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시아를 아시아로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곧, 동남아시아는 '근대'를 어떻게 받아들였고 또 '현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더보기
신과 인간 (Des hommes et des dieux, 2010) '신과 인간'은 이슬람 근본주의를 내세운 무장단체들의 테러리즘[각주:]으로 불안하던 1996년 알제리의 한 마을의 수도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의 초반부는 알제리의 불안한 정세를 묘사하기 보다는 평안한 수도원 안에서 신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프랑스 가톨릭 사제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수도사들의 일상이 현실과 유리되지 않고 상대방 문화를 존중하면서 그들과 함께 인간적인 고민을 함께 하는 인간적인 모습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뤽이라는 노사제는 가난한 알제리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치료하고 보급품을 지급하며, 수도원의 중심인물인 크리스티앙 사제는 이슬람의 경전인 코란을 공부하고 이슬람 축제에 참가해 그들의 기도를 들으며 함께 종교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보여준다. 마을 사람들을 실질적으로 돕고 .. 더보기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 (Last Chance Harvey, 2008)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는 런던에서 우연히 만난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어찌보면 비교적 예상이 가능할 정도로 이야기가 정해진 틀을 벗어나는 편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는 사랑의 순간을 담백하면서도 소박하게 담아내는 편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매력적인 것은 일상 속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중년의 인생을 살고 있는 두 남녀의 사랑이 비교적 공감을 자아낸다는 점이다. 또한 더스틴 호프만의 차분하면서도 침착한 연기 그리고 엠마 톰슨의 감정적인 연기의 조화가 두 남녀 캐릭터에 감정을 확실하게 이입시키는 효과를 준다. 영화는 두 남녀가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교차 편집의 방식으로 묘사하고 있다. 미국에서 광고음악을 작곡하지만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해고 위기에 놓인.. 더보기
<적인걸>과 <검우강호>, 옛것과 새것의 사이 스타일과 이야기, 홍콩 반환 후 중국 영화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을까? 과 는 그 각각의 대답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나는 서극이 홍콩 감독들 가운데 가장 덜 인상적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그것은 한편으로 그 만큼 잃어버릴 것이 별로 없었다는 의미이기도 했던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나 나이가 든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는, 방부제를 먹은 듯한 유덕화와 유가령의 모습처럼 은 CG에 대한 불만과 더불어 스타일 면에서 크게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최근의 대작 영화들처럼 크게 오버하지 않고 역사와 원작 소설을 새롭게 스릴러물로 재구성해 보여준다. 단지 아쉬웠던 것은 이빙빙이 임청하를 대신하기에는 너무 약했다는 점? 쓰러뜨릴 수 없을 것처럼 강하지만 어딘가 연약하고, 단호하지만 한순간 사랑에 망설이며, 아름답.. 더보기
돈 조반니 (Io, Don Giovanni /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 2009) 거장 감독의 손을 통해 스크린으로 옮겨진 모차르트의 오페라라니 궁금할 만하다. 하지만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의 는 처럼 오페라보다는 오페라에 얽힌 뒷이야기에 더 관심이 많은 영화다. 천재적인 시인이지만 여성 편력에서 말이 많았던 로렌조 다 폰테와 마찬가지로 재능은 있지만 가난에 허덕이는 모차르트, 그리고 이들의 작품에 영감을 주는 카사노바 세 사람을 축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오페라 ‘돈 조반니’의 내용과 지나치게 짝을 맞춘 듯한 느낌도 없지 않다. 그런 도식적인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면 그것은 극과 극을 넘나드는 영상과 함께 펼쳐지는 오페라 무대 때문일 것이다. 강렬한 색감은 물론 현실과 환상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연출은 거장 감독과 천재 작곡가의 손길이 빚어내는 놀라운 경험이다. GO.. 더보기
[여덟 번의 감정] 남녀관계 심층탐구 보고서 여덟 번의 감정 (The Grass Is Greener) 성지혜 감독, 2010년 순간의 감정으로 착각하게 되는 남녀관계 성지혜 감독의 은 주인공 종훈(김영호)의 독백으로 막을 연다. “제가 100% 마음에 꼭 드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는데 이 석연치 않은 여운이라니! 확신하지 못하는 이 마음을 과연 100% 마음에 드는 거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돌이켜보면 인간의 감정이란 자신도 알 수 없는 것이다. 특히 그것이 남녀관계라면 더욱 더 그렇다. 은 그 미묘한 감정 변화를 따라가며 본격적인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종훈이 마음에 들었다는 사람은 부산에서 오랜만에 재회한 은주(윤주희)다. 순백의 간호사 옷을 입고 청순한 미소로 반겨주는 은주 같은 여자에게 안 끌릴.. 더보기
엉클 분미 _ 공존을 경험하다 엉클 분미 (Uncle Boonmee Who Can Recall His Past Lives, 2010) 공존을 경험하다 '엉클 분미'를 보았다. 아니 경험했다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리겠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엉클 분미'는 한편으론 굉장히 복잡하고 난해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자면 (그리고 정치적인 메시지마저 제외한다면) 의외로 단순한 구성의 영화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쨋든 '엉클 분미'는 개인적으로 단 번에 글로 표현하기는 어려운 작품이었다. 특히 '엉클 분미' 만으로 이 작품을 평가하기보다는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다른 작품들을 다 본 이후에야 연장선상에서 평가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리고 극중에서 비교적 노골적으로 묘사된 태국의 정치적 배경을 알고 있어야만.. 더보기
[엉클 분미] 영화적 충만함으로 가득한 동시대의 걸작 엉클 분미 (Uncle Boonmee Who Can Recall His Past Lives)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 2010년 전생, 지역성, 영화라는 세 가지 테마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은 관습에서 벗어난 독창적인 영화문법, 그 독특한 형식 속에 담아낸 세상을 사유하는 남다른 태도로 일찌감치 ‘시네아스트’라는 칭호를 얻은 작가다. 이는 곧 그의 영화가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험영화에 가까운 그의 작품은 대부분 낯설고 모호한 분위기의 열린 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의 여섯 번째 장편영화 는 전작들에 비해 한결 명확해진 서사의 흐름이 돋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의 영화는 명확한 주제를 전하기보다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며 관객 스스로 영화와 교감하기를 바라고 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