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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희의 영화 _ 모호함으로 완성되는 논리 옥희의 영화 (Oki's Movie, 2010) 모호함으로 완성되는 논리 홍상수 감독의 신작 '옥희의 영화'는 참 특별한 영화다. 최근작 '잘 알지도 못하면서'와 '하하하'가 묘한 연장선상에 있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신작 '옥희의 영화'는 이 연장선상에서 살짝 벗어나 있으면서 홍상수 감독의 작품에서 항상 볼 수 있었던 우연을 통한 긴장감과 인물들간의 관계의 대한 논리 역시 기대하는 바를 벗어나는 것으로 오히려 새로운 리듬을 만들어낸 특별한 작품이다. '옥희의 영화'는 홍상수의 예전 영화들과 비슷하게 '주문을 외울 날' '키스왕' 폭설 후' '옥희의 영화' 이렇게 4개로 나뉘어져 있지만, 이는 옴니버스는 물론 아닐 뿐더러 단순하 '장'의 개념으로 보기도 힘든 묘한 독립성을 지닌 '편'으로 나뉘어져 있다. .. 더보기
땡큐, 마스터 킴 (Intangible Asset Number 82 / 엠마 프란츠 감독, 2008) 호주의 재즈 드러머가 한국의 무속음악인을 찾는다? 이라는 이 생소한 제목의 다큐멘터리는 한국인도 잊고 지냈던 무속음악에게 호주에서 온 재즈 드러머 사이먼 바커와 엠마 프란츠 감독이 바치는 짙은 애정이 녹아든 영화다. 무형문화재 82호 김석출 선생의 연주에서 영감을 얻어 한국을 찾아온 사이먼 바커의 여정을 통해 영화는 한국의 전통문화가 지닌 정서의 근원을 차곡차곡 따라가며 보편적인 언어로서 음악의 위대함을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외국인의 시선임에도 오히려 한국인보다 더 명확하고 섬세하게 한국의 전통문화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인의 관심에서 멀어진 무속문화와 전통음악을 오히려 새로운 음악적 영감이자 문화적 유산으로 바라보는 사이먼 바커와 엠마 프란츠 감독의 모습이 우.. 더보기
에브리바디 올라잇 _ 괜찮아, 우린 모두 괜찮아요 에브리바디 올라잇 (The Kids Are All Right, 2010) 괜찮아, 우린 모두 괜찮아요 줄리안 무어와 마크 러팔로, 그리고 아네트 베닝이 출연한다는 이유만으로도 큰 고민 없이 선택할 수 있었던 '에브리바디 올라잇 (The Kids Are All Right)'은, 어떤 기사의 제목처럼 '특별한 가족의 평범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면, 결국 이 특별해 보이는 가족조차 '평범한' 가족이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 대한 최소한의 소스라면 주인공인 닉 (아네트 베닝)과 쥴스 (줄리안 무어)가 레즈비언 부부로 등장한다는 점일텐데, 이런 점에 불편한 점만 없다면 아마도 '에브리바디 올라잇'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 더보기
소라닌 _ 청춘의 또 다른 이름 소라닌 (ソラニン, Solanin, 2010) 청춘의 또 다른 이름 청춘을 소재로 하고 있는 영화는 언제나 반가운 동시에 아련하다. 청춘을 그린 영화의 특징이라면 한참 이를 겪는 이들은 그 깊이를 느끼지 못하고, 이 깊이를 비로소 알게 되었을 즈음엔 이미 청춘의 가장 뜨거웠던 순간을 지나온 뒤이기 때문이리라.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미키 다카히로의 '소라닌 (ソラニン)'은 이런 청춘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감자에서 돋아난 싹에 있는 독성물질'을 뜻하는 '소라닌'이라는 제목처럼, 기존의 청춘 영화들 과는 비슷한 듯 다른 감성을 갖고 있다. 모든 청춘 영화들이 특유의 아련함으로 보는 이를 추억과 감성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만들지만, '소라닌'은 유난히도 아련하다. '소라닌'은 한 때.. 더보기
땅의 여자 (Earth's Women / 권우정 감독, 2009) 이 땅 위에서 여성농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도시에서의 생활이라는 달콤함을 버린 채, 학생 시절의 꿈과 이상을 안고 시골에 뛰어든 세 여성의 1년 동안의 삶을 기록한 는 21세기 한국에서 농촌이 지니는 의미, 여성농민의 삶과 애환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고민은 깊고도 깊지만, 영화는 진지한 표정을 최대한 피한 채 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렇게 영화는 힘겨운 삶을 살면서도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는 여성농민의 진솔한 모습을 통해 이들에게 작은 응원을 보낸다. ‘농촌=정겨운 공간’이라는 도식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농촌의 진솔한 풍경을 담아낸 영화는 개발과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도시 생활도 어쩌면 허울뿐인 행복일지 모름을 넌지시 말한다.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를 잃지 않으면서도 농촌에 대해.. 더보기
땅의 여자 (Earth's Women, 2009) '땅의 여자'는 대학 시절부터 농민으로서 삶을 살기로 결심하고 귀농한 세 여성의 일상을 담은 다큐영화이다. 영화는 마치 한 가족처럼 함께 생활하면서 세 여성이 농촌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음으로써 그들의 삶을 가깝게 느껴지도록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도시에서 농촌의 향수를 느끼며 귀농하는 농민들과 달리 '땅의 여자'에 등장하는 세 명의 여성은 대학 시절부터 농촌 속에서 농민 운동을 실천하겠다는 신념적인 성향이 강한 동기가 있다. 그래서 그들이 농사를 지으면서도 틈틈히 농민회 활동이나 공부방 운영 등 농민 운동을 병행하는 모습을 보면 농촌의 미래를 위해 활동하는 여성들의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다. 하룻동안 농사 활동을 하는 틈 사이에 농민회 활동을 하다보니 세 명의 여성 모두 농사 활동과 농민.. 더보기
땡큐, 마스터 킴 (Intangible Asset Number 82, 2008) '땡큐, 마스터 김'은 호주의 재즈 드러머인 사이먼 바커 씨가 7년 전 우연히 들은 한국의 한 음악에서 출발한다. 새로운 음악적 방법을 추구하기 위해 고민하던 찰나 김석출이라는 한국의 음악을 들은 그는 완전히 음악에 매료되어 버린다. 흥미로운 점은 사이먼 바커가 들은 음악이 한국의 무속 굿 장인인 김석출 씨의 음악이라는 점이다. 사실 한국 전통 음악 가운데서도 무속 음악은 한국인들도 잘 이해하기 힘든 음악이지만 사이먼 바커는 인간의 감정을 통해 에너지를 분출하는 김석출의 음악을 들으며 신세계를 경험했다고 회고한다. 7년 간의 수소문 동안 김석출 장인의 행방은 커녕 그의 음악에 관한 자료조차 구할 수 없었던 사이먼 바커는 김동원 교수가 보낸 편지를 통해 김석출 장인에 관한 정보를 얻게 된다. 두 사람의 첫.. 더보기
필립 짐바르도, <루시퍼 이펙트> '루시퍼 이펙트'를 읽게 된 계기는 이 책의 저자인 필립 짐바르도가 그 유명한 '스텐퍼드 교도소 실험'을 시행한 심리학자란 점 때문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수감자와 교도관 역할을 배분받은 후 각자의 역할에 몰입한 나머지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였고 그 결과 2주로 예상되었던 실험을 6일만에 종료했다는 전설(?)의 실체를 알 수 있다는 사실에 책을 읽게 되었다. 하지만 '루시퍼 이펙트'는 단순히 스텐퍼드 실험에 관한 책이 아닌 인간이 악을 저지르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서술한 책이었다. 약 700 여쪽의 책이지만 심리학을 다룬 책치고는 상세하고도 읽기 쉬운 문체로 서술되어 있어 비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쉽게 책을 읽을 수 있었으며, 저자가 제시한 사례들을 읽으면서 악의 평범성에 경악하고 그 악을 조.. 더보기
더 코브 _ 잔인한 진실, 이제는 행동할 때 더 코브 (The Cove) 잔인한 진실, 이제는 행동할 때 지난해 가장 화제가 된 다큐멘터리 중 하나였던 '더 코브'를 뒤늦게 EIDF 프로그램을 통해 TV로 감상할 수 있었다. 극장 개봉 당시 이미 많은 화제를 불어일으켰고 선댄스에서의 수상 등 주목받는 작품이었는데, 늦었지만 EIDF 덕에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사실 포스터에 등장하는 카피 들을 잘 읽지 않는 나로서는, '더 코브'의 포스터를 처음 보았을 때는 저 황홀한 이미지에만 끌려, 단순히 해양세계와 돌고래의 압도적인 신비로움을 알려주는 작품인 줄로만 알았었다. 하지만 저 카피들이 말해주듯 '더 코브' 에 담긴 내용은 (그리고 사실은), 결코 아름답지 않은 인간의 잔혹함과 공존에 대한 신랄한 경고이자 신고의 성격을 갖고 있는 .. 더보기
사요나라 나의 청춘(소라닌, 2010) 아지캉과 미야자키 아오이의 조합이라 개봉 전부터 무척이나 보고 싶던 영화였다. 만화 원작은 보지 않았지만 아마 굳이 찾아보지는 않을 듯 싶다. '아이는 어떻게 어른이 되는 걸까?' 그 대답 가운데 하나가 밝거나 어둡거나 즐겁거나 슬프거나 한 그런 청춘물일 것이다. 쓰라리고 고통스럽고 힘들게 또 뜨겁고 눈부시고 아스라하게 그렇게 우리는 어른이 된다. 아니 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그 과정이 모든 시대, 모든 사회에서 결코 똑같은 모습인 것은 아니다. 내 시대의 청춘에서 이제 난 아직 스포츠가 돈이 되기 전의 열기가 담긴 의 땀냄새를 맡지만, 21세기의 청춘은 에서처럼 평범하고 앞날이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꿈꾸고 싶은 아마추어 밴드의 기타 소리를 들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지는 않았지만 쟈니스가 나오는 이와.. 더보기
[기적의 오케스트라-엘 시스테마] 아이들에게 총 대신 악기를 허하라! 기적의 오케스트라 - 엘 시스테마 감독 파울 슈마츠니,마리아 슈토트마이어 (2008 / 스위스,독일,프랑스,일본,스웨덴) 출연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구스타보 두다멜 상세보기 말의 인플레 속에서, ‘기적’ 아닌 ‘기적’들의 홍수 속에서 본래 의미에 가장 걸맞은 형태의 ‘기적’을 일궈낸 베네수엘라 아동 및 청소년 오케스트라 육성 프로그램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범죄율 높기로 악명 높은 남미에서도 위험하기로 손꼽히는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아이들이 “열다섯이면 마약을 하고, 총을 손에 쥐고, 석 달 뒤 거리에서 시체로 발견되는” 일이 비일비재한 가난과 폭력의 땅에서 1975년 경제학자이자 피아니스트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11명의 아이들로 시작한 ‘엘 시스테마’는 35년 만에 베네수엘라 전.. 더보기
미장센이 되어버린 그녀들의 절망(크랙, 2009) 아직 저 위험한 바깥 세상을 모르는 어린 학생들을 도발하고 매혹시키는, 용감하고 자유롭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실은 거짓말쟁이에 나약하고 비겁한 G교사를 연기한 에바 그린은 완벽했다. 아니 이 역할이야말로 에바 그린 그 자체였다. 과 에서 남자 주인공들을 사로잡아 파국으로 몰고 가는 팜므 파탈을 완벽하게 연기하기에 그녀는 어딘가 온실 안의 화초처럼 서툴고 연약했다. 1930년대 외딴 섬에 자리 잡은 여자 기숙학교에서 일어나는 여교사와 여학생들 사이의 비밀스러운 애정 문제를 다룬 은 저 유명한 스콧 형제를 아버지와 삼촌으로 둔 또 그 두 사람이 이 영화의 제작에 참여하기도 한 조던 스콧의 장편 데뷔작이라는 수식어만큼이나 탄탄하고 섬세하고 매력적이지만 그 화려한 배경을 뛰어넘지는 못한다. 여성이 직업을 가지고 .. 더보기
그 많던 히피들은 어디로 갔을까?(테이킹 우드스탁, 2009) 모든 작품을 본 것은 아니지만 이안이 찍는 서양 영화는 그다지 취향은 아니다. 나에게 인상적인 영화는 장아이링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 였다. 십 대 시절 나는 의 섬세함을 보지 못했고, 이십 대 시절 나는 의 로맨틱함을 이해하지 못했으며, 삽십 대가 된 지금 의 뜨거움 역시 느낄 수가 없다. 그럼에도 이안의 서양 영화가 항상 시선을 끌어당기는 것은 그가 대만인이라서 도리어 가장 미국적이거나 가장 영국적인 이야기를 찍기 때문이다. 그 문화권의 사람이라면 재현하기 어려운 공기 같은 배경과 분위기를 지독하게도 적확하게 잡아채 그래서 어딘가 아주 낯설게 찍어내는 것이다. 우드스탁이라는 이름을 단 이 영화는 전설적인 우드스탁 페스티벌의 주인공이라고 할 만한 스타에 대한 혹은 그곳에서 열.. 더보기
트루먼 카포티 - 티파니에서 아침을(1958) - 영화의 원작 소설 오드리 햅번과 지방시, 그리고 긴 담뱃대. 그리고 문 리버. 이것이 바로 우리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에 대한 이미지다. 할리 고라이틀리라는 고급 콜걸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그야말로 오드리 햅번을 위한, 오드리 햅번 그 자체로 유명한 그 이미지를 창출시키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했다. 오드리 햅번의 출연작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는 단연 이겠지만 그 이미지는 이 아니던가. 이 영화의 주제가인 문 리버 또한 그녀의 이름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음악이기도 하다. 영화 은 트루먼 카포티의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졌다. 트루먼 카포티가 쓴 이 책은 그를 유명 작가로 떠오르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사실, 카포티는 이 소설을 쓸 때 '먼로'를 생각하며 썼다고 한다. 우리가 잘 아는.. 더보기
아이 러브 유 짐 캐리 & 이완 맥그리거 천재 사기꾼의 기상천외한 탈옥극이라는 '실화'로 만들어진 는 전형적인 코메디와 말랑말랑한 로맨스 영화의 뻔한 노선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차이라면 주인공이 남녀가 아니라 남남이라는 것뿐? 그렇긴 해도 순정만화처럼 예쁘게만 그려지는 동성애물인 것도 아니다. 결코 우정이나 사랑으로 포장할 수 없는 노골적인 게이 묘사에 꽤나 거부감을 느낄 사람들도 적지 않을 듯하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 되는 것은 짐 캐리와 이완 맥그리거의 '뻔뻔한' 변신 때문이다. 실제로는 바랑둥이로 유명한 '진정한 사랑에 목숨을 거는' 짐 캐리와 날카롭고 진지한 이미지를 버리고 '허니'라고 달콤하게 연인을 부르는 연약한 금발벽안의 이완 맥그리거가 두 게이 역할에 200퍼센트 어울려 보는 내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더보기
밑바닥 (どん底, 1957)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은 세익스피어의 '멕베스', '리어왕' 같은 외국 문학작품을 일본적인 배경으로 옮겨와 영화화한 특징이 있는데, '밑바닥'이란 영화 역시 막심 고리키의 희곡 '밑바닥'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다만 '거미집의 성'이나 '란'같은 영화가 희곡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지만 영화적인 각색을 통해 원작과 다른 개성을 보였다면, '밑바닥'은 연극에 가까울 정도로 특정 장소 내에서 모든 에피소드들이 벌어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밑바닥'은 구로사와 아키라의 50년대 대표작들과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7인의 사무라이'나 '숨은 요새의 세 악인'같은 영화의 경우 다양한 인물들이 다수 등장하지만 미후네 도시로의 인물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데 반해, '밑바닥'에서 미후네 도시로는 허름한 공간 안에 거주하.. 더보기
들개 (野良犬, 1949) 미후네 도시로의 초기 작품 중 하나인 '들개'는 젊은 신참 형사와 나이든 고참 형사의 만남을 통해 범죄자를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들개'의 특징은 미후네 도시로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다는 점인데, 아직 배우 경력을 쌓기 전의 모습을 반영하듯 미후네 도시로가 연기한 무라카미란 인물은 열정은 있지만 아직은 경험이 부족한 신참 형사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또한 무라카미와 대조적인 시무라 다카시의 침착한 캐릭터가 미후네 도시로를 받쳐 주면서 인물의 개성을 잘 살리고 있다. 영화는 어느 더운 여름 날 벌어진 한 형사의 곤혹스런 일과를 나레이션을 통해 보여준다. 신참 형사 무라카미는 사격 훈련을 마치고 전차를 타고 다니던 도중 자신의 콜트 권총을 소매치기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뒤늦게 소매치기를 .. 더보기
멋진 일요일 (素晴らしき日曜日, 1947) '멋진 일요일'은 일요일 날 만나 데이트를 하는 가난한 두 연인의 하룻날을 통해 일본 전후 시대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화는 일요일 아침 데이트를 하기 위해 만난 두 연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차에서 내린 마사코는 밝은 모습으로 유조를 만나지만 그는 자신의 현재 처지에 대해 절망과 체념으로 가득차 있다. 담배를 피고 싶어 거리에 떨어진 꽁초를 애타게 바라보고 데이트 비용도 없는 빈털털이 신세이기 때문이다. 마사코는 자신의 돈을 합쳐 35엔으로 일요일을 멋지게 보내자고 설득하지만 유조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마사코의 뒤를 따라다닌다. 이런 두 사람의 대조적인 성격은 주택 모델을 구경하는 모습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마사코는 웃음을 띄면서 마치 손님을 맞이들이는 행동을 취하지만 .. 더보기
들어 줘, 솔직하지 못하니까(청설, 2009) '들어 줘'라는 말 앞에 생략된 말은 아마도 '솔직하지 못하니까'일 것이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들수록 우리는 더더욱 솔직해질 수 없다. 유쾌한 펑위옌의 매력을 추자현과 함께 찍었던 드라마 '연향'에서는 느낄 수 없었지만, 에서는 그를 포함한 모든 배우가 정말로 몹시 사랑스러웠다. 말소리는 없지만 표정과 행동, 문자로만 이어지는 대화가 오히려 귀엽고 즐거웠다. (신체적 장애와) 가난과 가족이라는 짐을 지고 이 시대의 청춘은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서로) 사랑할까?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분명히 이 영화는 충분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청춘이란 사실 별 것도 아니고 별 것도 없는 것임을, 그저 실패, 좌절, 쓰라림, 약함 그 자체였다고 나이가 든 나는 이제 생각한다. 그럼에도 청춘이 멋진 것은 그것은.. 더보기
나쁜 놈일수록 잘 잔다 (悪い奴ほどよく眠る, 1960)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밑바닥', '생존의 기록' 그리고 '천국과 지옥'같은 작품을 보면 특정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을 통해 이야기의 중심 인물들을 동시에 등장시키고 관객들이 사건의 개요를 이해하도록 전개하는 점이 특징인데, '나쁜 놈일수록 잘 잔다' 역시 앞에서 언급한 특징을 잘 살리고 있다. 영화는 결혼식장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기업과 공사 간의 입찰 비리를 긴박감있게 드러낸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관객들을 안내하는 장면이 진행된 후 엘리베이터를 향해 뛰쳐나오는 기자들의 행렬은 결혼식에 대단한 사건이 벌어질 것임을 암시한다. 이후 영화는 결혼식을 지켜보는 기자들의 대화를 통해 영화의 중심인물들을 소개하고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후루야의 자살 사건을 언급한다. 결혼식이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