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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 낫 데어 I'm not there (2007) 뮤지션이 세상을 뜨기도 전에 트리뷰트 공연이 열리고, 전기가 쓰여지고, 전기 영화까지 만들어지는 경우는 결코 흔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밥 딜런의 경우에는 그 관심과 추앙의 정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죠. 올해 개봉한 로 다시 한번 칭송되어진 비틀즈의 경우가 유일한 경쟁자이겠으나, 밥 딜런은 관심을 분산시킬 동료 멤버도 없이 혼자서 모든 시선을 받아야 했으며, 이미 해산한 밴드에 대한 아쉬움 어린 애정이 아닌, 살아있는 사람을 가지고 동상을 세우는 일들을 반 세기 동안 겪어내야 했습니다. 게다가 단순히 열혈 팬들로 구성된 추종자들이 그를 흠모하는 수준이 아니라, 동시대의 쟁쟁한 뮤지션들이 그의 음악을 연주하고, 그와 같은 무대에 서는 것을 영광으로 여기고, 거장 감독은 장장 3시간 20분이 넘는 길이의 .. 더보기
더 킹 (The King, 2005) 소리 소문도 없이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주연의 영화가 개봉했길래 보고 왔습니다. 2005년 영화니까 미셸 공드리 감독의 (2006) 보다 먼저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컴퓨터 상에서 조그만 사이즈의 이미지로 포스터를 볼 때에는 몰랐는데 씨네큐브 광화문 2관 앞에 세워진 큰 포스터를 보니 "2008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관객상에 빛나는 제임스 마쉬 감독"이라는 카피가 눈에 띄더군요. 선댄스 심사위원 대상이라고 하니까 올해 초에 봤던 (2005)이 생각나면서 기대감이 급상승했습니다. 그러나 2005년작인 이 2008년 선댄스에서 상을 받았을 리가 없죠. 영화를 본 후에 확인한 바로는, 제임스 마쉬 감독의 2008년작 가 의 포스터에 언급된 선댄스 2개 부문 수상작입니다. IMDb 평점이 무려 8.7에 .. 더보기
원스(Once) _ 영원히 기억될 그 순간 원스(Once) _ 영원히 기억될 그 순간 지난해 한해가 거의 마무리 될 무렵, 평소에 좋아하던 포크 뮤지션 Sufjan Stevens의 곡이 영화에 삽입되었다는 간단 정보와 인상적인 포스터에 끌려 극장에서 을 볼 수 있었던 건, 조금 오버스럽게 표현해보자면 나에겐 왠지 이것만으로도 2006년을 흐뭇하게 보낸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아주 소중한 경험이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2007년의 끝 언저리에 와서 올해 본 영화들을 하나 둘 돌이켜 보면, , , , , 등 ‘이 맛에 살아가는 구나’싶을 정도로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오감을 자극시키며, 삶의 감동을 전해주는 작품들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소박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특히 나에게!), 바로 이 영화 가 아닐까 싶다. 음악, 로맨스, .. 더보기
<The King> 이제 당신이 나를 용서할 차례예요... 이제 당신이 나를 용서할 차례... 제임스 마쉬's The King in CineCube 은 엘비스(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의 해군 전역 장면으로 시작한다. 동료에게는 '고향으로 내려간다'고 당연한 듯 말하지만, 그의 귀향이 편안하지 않을 것임은 따로 챙긴 라이플에서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다. 돌아가신 어머니와 함께 살던 곳이 아닌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아버지를 찾아 텍사스의 작은 마을로 길을 잡은 엘비스. 사창가를 찾아 욕정을 해결하고, 웬만큼 굴러갈 중고 자동차를 끌고 아버지가 목사로 있는 교회를 찾아간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에 충실한 엘비스와 철저히 기독교적 가치관에 취해 있는 아버지 데이빗(윌리엄 허트)와의 만남. 시작부터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둘의 만남은 이후 한 가정과 개인을 파멸로 이끄는.. 더보기
내 인생의 첫날 / Bright Eyes 존 카메론 미첼과 오만석이 함께 하는 ‘HEDWIG 10th Anniversary! 헤드윅 콘서트’가 내일 올림픽홀에서 열리고, 때맞춰 상상마당에서는 존 카메론 미첼 특별전을 하고 있죠.(6/12 ~ 6/25) 이것저것 다 못 가볼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자 존 카메론 미첼이 연출한 뮤직비디오를 하나 올려 봅니다. Bright Eyes 의 First Day of My Life. 브라이트 아이즈의 음악도 참 따뜻하고, 보고 있으면 마음이 훈훈해지는 영상이에요.^_^ 존 카메론 미첼의 따스한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의 연출에 담아진 것 같아요. 편견없는 세상이 오길 바라며... 더보기
홍대 카페 기행 1 <R . J . POT> 더운 여름의 시작이다. 컴퓨터 위의 달력에는 파도가 시원하게 치고 있다. 귀찮지만 겨울 내 편히 쉬었을 선풍기도 오늘이나 내일 깔끔 목욕시키고 노동을 좀 시켜야 겠다. 서랍장을 꽉 채우고 있던 가벼운 옷들과 두꺼운 옷들 임무교대도 시켜줘야 겠다. 벌써 여름을 어떻게 견뎌야 하나 고민이다. 여름을 견디는 일이나 여름을 보내는 일 모두 남자들만 사는 집에서는 한바탕 전쟁을 치뤄야 해결이 나는 일이다. 올 한해도 나만의 피서법으로 태양을 피해야 겠다. Summer with cool ice coffee!! 학교가 멀어서 오고 가는 시간이 아깝다... 집에 에어콘이 없어 더워서 힘들다... 커피 한 잔 시켜 놓고 몇 시간 앉아 있어도 된다... 책 읽기 편하다... 분명 된장질한다고 놀려대는 친구들에게 둘러대는 .. 더보기
[홀로 잠들고 싶지 않아] 홀로 잠들고 싶지 않은 모두를 위하여 홀로 잠들고 싶지 않아 (I Don't Want to Sleep Alone) 차이밍 량 감독, 2006년 ‘혼자’라는 말은 어쩐지 처량한 느낌이 있다. 혼자 밥 먹기, 혼자 영화보기, 혼자 놀기. 제 아무리 혼자 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라도 순간순간 자기도 모르게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함께 어울린다.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영화를 보고, 함께 노는 순간만큼은 ‘혼자’가 아니기에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아무리 사람들을 만나 함께 있는다고 하여도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로움은 언제나 우리가 혼자가 되는 순간만을 기다리며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다. 우리는 함께일 때라도 잠재적 외로움의 가능성을 지닌, 언제나 외로운 사람들이다. “홀로 잠들고 싶지.. 더보기
[아임 낫 데어] 밥 딜런에 대한 정답 없는 문제집 아임 낫 데어 (I'm Not There) 토드 헤인즈 감독, 2007년 1965년 7월 25일, 저항의 상징인 포크 음악을 위한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Newport Folk Festival)의 헤드라이너로 밥 딜런이 무대 위에 올라왔다. 그의 손에는 통기타가 아닌 전기 기타가 쥐어져 있었다. 관객들은 저항과 순수의 음악인 포크를 버리고 상업적인 락앤롤을 연주하는 밥 딜런을 향해 야유를 보냈다. 63년에 처음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에 올라왔을 때만 해도 그는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들을 통해 저항의 메시지를 관객과 함께 나누었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이 점점 자신의 노래에서 저항의 메시지를 읽으려고 하고 자신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는 것에 싫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는 권력에 저항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 더보기
<To each his Cinema, 그들 각자의 영화관> I Love cinema and theater I Love cinema and theater "그럼 그렇지..." "이건 ooo 감독 같은데... 아니네..." 친구와 내기에서 이겼다. 8대 7의 아슬한 스코어 차이로^^ 누가 보면 영화 보면서 내기할 게 뭐가 있겠나 하겠지만 요사이 씨네큐브에서 볼 수 있는 을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은 35명의 감독이 만든 33편의 3분 남짓한 짧은 단편을 묶어놓은 옴니버스 영화다. 비슷한 기획을 가진 영화가 가까이 가 있었고, 앞으로 , 등이 제작된다고 한다. 하지만 왠지 이들 영화는 시청의 강력한 지원을 받아 홍보성으로 만들어졌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파리, 뉴욕, 도쿄를 가보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That's me!!!) 역시 깐느 영화제 60주년 기념작으로 만들어졌기는.. 더보기
"씨네아트" 블로그 오픈기념 이벤트 !! 지난 주 오픈한 씨네아트 블로그는 씨네큐브 광화문과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상영하는 영화들을 비롯하여 다양한 예술영화 리뷰를 만날 수 있는 예술영화전문 블로그입니다. 씨네아트 블로그는 예술영화를 사랑하는 블로거들이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관객들이 직접 들려주는 신선한 영화 리뷰와 다양한 문화계 소식들로 채워집니다! 오픈 기념 이벤트로 선물을 드릴 예정이니 방명록(http://cineart.tistory.com/guestbook)에 글을 남겨주세요! 씨네아트 블로그에 바라는 점, 씨네아트 블로그를 기대하는 이유 등 멋진 글을 남겨주신 분들께 근사한 선물을 드립니다! 이벤트 기간 : 2008년 6월 5일(목)~6월 22일(일) *당첨자 발표: 2008년 6월 23일(월) *경품: DVD 1명 DVD 1명 DVD 1.. 더보기
아임 낫 데어 (I'm Not There : Suppositions on a Film Concerning Dylan, 2007) 제가 알고 있는 밥 딜런은 '뮤지션들의 뮤지션'이랄까요. 일반 대중들은 그리 좋은 줄을 잘 모르는데 다른 뮤지션들이나 예술가들에 의해 추앙받는 그런 음악을 하는 뮤지션 말씀입니다. 밥 딜런이 저와 동시대의 음악가가 아니기 때문에 더 그런 인상을 갖는 것일 수도 있을 겁니다. 과거형으로만 접할 수 밖에 없었던 60 ~ 70년대의 대중 음악가들 가운데에서도 밥 딜런은 음악의 창고 가장 깊숙한 곳에 틀어박힌 비밀의 박스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가끔씩 접하게 되는 그의 노래들은 '이렇게 노래를 못불러도 가수가 될 수 있다'는 표본이었다고 할까요. 말랑말랑한 멜로디와 가창력의 80년대 팝 음악에 익숙했던 귀에는 밥 딜런의 음악이란 너무 단조로운 멜로디에 노래도 못부르는 가수가 이름만 굉장히 유명했던 경우라고 할 수.. 더보기
[배창호 특별전] 조금 늦은, 감독님의 영화들에 바치는 고마움의 글 배창호 감독님의 특별전이 끝난 지 1주일이 지났다. 지난 주 일요일에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고 감독님과의 대화 시간에 참여한 뒤 꼭 감독님의 영화에 대한 글을 한 번 더 쓰려고 마음먹었는데 여러 이유로 이렇게 늦어지고 말았다. 무언가 대단한 글이어야만 한다는 강박 때문인지 머릿속의 생각들을 쉽게 정리하지 못한 게 하나의 이유고, 그 와중에 예비군 훈련을 가는 바람에 그나마 조금 정리했던 생각들마저도 순식간에 잊히고 만 것이 또 다른 이유다(군대란 무서운 것이다. 단지 2박3일을 지냈을 뿐인데도 마치 2년 동안 군생활을 한 것 마냥 사람의 머리를 굳게 만드니까 말이다). 그냥 포기할까 생각도 했는데, 역시 그러기에는 아쉬움이 큰 특별전이었기에 더 늦어지기 전에 결국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글을 써야겠다고 .. 더보기
아임 낫 데어 /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 밥 딜런을 아는가. 그의 노래를 즐겨 듣고, 그에 관한 영화를 보고, 심지어 그와 이야기를 나눈 사람이어도 정말로 밥 딜런을 아느냐는 질문에는 아마 멈칫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심지어 그 자신이 밥 딜런이라 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무릇 사람은 삶을 살아가며 복잡한 변화를 겪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짜 인생에서는 기술된 전기와는 달리 논리적인 통일성을 찾기 어렵다. 게다가 밥 딜런처럼 거대한 발자취를 남긴 인물을 하나의 영혼으로 축소한다는 것은 불합리한 처사일 수도 있다. 토드 헤인즈는 이 점에 주목하여 에서 진짜 밥 딜런의 이야기를 담는 대신 그의 다양한 면모를 재현하고 있는 여러 얼굴을 보여준다. 우디, 랭보, 잭, 로비, 쥬드, 빌리는 이름과 인종과 외모와 살고 있는 시대와 처한 상황까지 다.. 더보기
더 킹 (The King, 2005) '더 킹'은 한 남자의 욕망으로 인한 파국을 통해 기독교의 구원과 용서의 의미에 대해 의문을 제시한다. 영화의 주인공인 엘비스는 해군을 갓 제대한 청년이다. 그는 해군 복역기간 동안 모은 돈으로 차를 산 다음 어느 교회가 있는 곳을 향해 도착한다. 교회에 도착한 엘비스는 교회의 문 바깥에서 한 남자 목사의 설교를 묵묵히 지켜본다. 교회 내부에서는 데이빗 센도우 목사가 설교를 하면서 신학대학교 진학을 앞둔 자신의 아들인 폴을 소개하고 있다. 교회에 들어가지 못한 체 외부에서 목사의 설교를 지켜보는 행동은 마치 집에 들어가지 못한 체 문 밖에서 서성거리는 아이처럼 느껴지는데, 그가 데이빗을 직접 만남으로써 행동의 이유가 밝혀진다. 예배가 끝난 후 엘비스는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목사의 자동차를 쫓아간다. .. 더보기
Daft Punk, 기계적이면서도 너무나 인간적인 대프트 펑크를 들으면 가끔씩 영화 에서 네오가 막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인간들이 기계의 에너지원으로 이용되고 있는 광경을 바라보는 장면이 떠오른다. 기계들의 세상에서 느낄 수 있었던 그런 섬뜩함 같은 것이 대프트 펑크의 음악에서도 문득 느껴지기 때문이다. 분명 흥겨운 비트로 가득한 음악임에도 그런 기계적인 느낌이 드는 것이 대프트 펑크가 지닌 매력이 아닐까 싶다. 왠지 기계들이 춤을 춰야만 할 것 같은 그런 음악으로 인간의 감정을 움직이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다. Daft Punk - Something About Us 이들의 ‘Something About Us’는 내가 손꼽는 몇 안 되는 감동적인 사랑 노래다. 보코더를 사용한 보컬에서 느껴지는 기계적인 분위기에도 이토록 농밀하게 사랑의 감정을 표.. 더보기
[린다 린다 린다]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자, 빌어먹을 세상을 위해 린다 린다 린다 (リンダ リンダ リンダ)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 2005년 작품 수능을 마친 다음 나는 베이스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왜 베이스였냐 하면 기타는 여섯 줄인데 반해 베이스는 네 줄이라서 연습하기 쉬워 보였기 때문이었는데, 어쩌면 은연중에는 나름의 쇼맨십이 요구되는 기타보다는 묵묵히 음악을 받쳐주는 베이스가 성격상 더 끌렸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대학에 입학한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되었다. 그래서 학부 소모임으로 있는 록 밴드에 가입하였다. 베이스도 배우기 시작했는데 배운 걸 어딘가 써먹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어느 날 밴드 선배로부터 축제 공연을 준비해야 한다며 모임 연락이 왔다. 모임에 갔더니 선배는 공연 때 연주할 노래 다섯 .. 더보기
[너를 보내는 숲] 당신은 살아있습니까? 너를 보내는 숲 (殯の森) 가와세 나오미 감독, 2007년 작품 “나는 살아있습니까?”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쓸쓸한 표정으로 묻는다. 그러자 스님이 대답한다. “살아있다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밥을 먹고 반찬을 먹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어떤가요? 밥은 드시고 계신가요? 반찬도 맛있습니까? 이건 중요한 겁니다. 또 다른 하나의 의미는 ‘왠지 살아있는 기분이 들지 않아, 살아있는 의미를 모르겠어, 살아있는 목적을 모르겠어’라고 말할 때입니다. 이건 아까 얘기한 것과 다른 이야기입니다.” 스님은 살아가는 목적을 잃었을 때는 그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서 자신을 잡아줄, 자신에게 따스한 말을 건네줄 누군가가 있음을 실감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요, 만약 옆에 자신을 잡아줄 사람이 아무.. 더보기
[배창호 특별전] '꼬방동네 사람들'을 보다 문득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다 꼬방동네 사람들 배창호 감독, 1982년 작품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영화만큼은 달랐다. 영화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정작 한국영화에 대해서는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세계영화사에 대해서는 조금이라도 더 알아보려고 책도 뒤지고 인터넷도 찾아다녔지만, 막상 한국의 영화사에 대해서는 알아보려고 하지를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배창호 감독님의 특별전이 열린다는 이야기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이나 은 어릴 적 TV를 통해 본 적이 있지만 그때는 너무 어렸을 뿐더러 그 영화들이 대단한 작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고, 그 이후에도 배창호 감독님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막연하게나마 유명한 분이라는 생각만 했지 정작 작품세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었다. 이번 특별.. 더보기
귀향 _ 여성, 어머니, 알모도바르 이야기 여성과 어머니, 알모도바르의 이야기 마드리드에 살고 있는 젊고 아름다운 라이문다는 한없이 거칠고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일상을 살아간다. 그녀는 기둥서방과 다름없는 남편과 사춘기에 접어든 딸을 둔 실질적 가장으로 모든 현실이 짐스럽기만 하지만, 뭐든지 해내는 억척스런 생활력으로 가정을 이끌어 가고 있다. 그리고 어느 날 밤, 그녀의 딸 파울라가 성추행 하려는 아버지를 칼로 찔러 죽이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날 밤, 라이문다의 언니 쏠레에게도 비밀스런 사건이 시작된다. 열정적이고 거친 라이문다와는 다소 다른 소심하고 조용한 성격의 쏠레는 고향인 라 만차에 다녀오는 길에 엄마의 유령을 만나게 된다. 쏠레는 불법 미용실을 운영하며, 미용실 손님과 바람난 남편에게 버림받은 후 홀로 살고 있었다. 그녀는 엄마가.. 더보기
너를 보내는 숲 /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곳 의 아름다움은 어떤 사건이나 인물처럼 외적인 것에서 발생하는 게 아니라 연둣빛 논을 잔잔하게 흔드는 바람, 짙푸른 숲 안으로 들어오는 햇빛처럼 잡을 수 없는 것들을 통해 나타난다. 영화의 시작부터 힘을 발휘하는 나라현의 숲의 풍경은 아들을 잃은 마치코와, 아내를 잃은 시게키의 깊은 슬픔을 자연스럽게 치유한다. 숲은 소중한 이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간이나 장소를 뜻한다는 모가리(殯)로 이상적이다. 마치 자연이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처럼 마치코와 시게키의 이야기에서도 많은 것은 말해지지 않는다. 마치코의 아이가 죽게 된 정확한 이유나 시게키가 아내를 잃고 33년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 관객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이 상실로 인한 아픔을 곧 나누게 되리란 건 알아차릴 수 있다. 시게키는 스님에게 자신.. 더보기